[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김지은에게 '엄마친구아들'은 한마디로 '따뜻함'이었다. 친구들간의 우정도, 부모님과의 이야기도, 또 스스로의 성장까지 모두 따뜻했다. 그렇기에 촬영하면서 힐링도 많이 받았단다. 배우로서의 한계까지 체감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기억만 가득했던 김지은의 '엄마친구아들'이다.
김지은이 최근 서울 강남구 H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엄마친구아들'(극본, 연출)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구급대원 정모음 역을 맡은 김지은은 "굉장히 아쉽다. 서로 많이 챙겨주고 또 으쌰으쌰 하면서 촬영해서 이제 끝이라는 게 굉장히 아쉽게 느껴진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은 오류 난 인생을 재부팅하려는 여자와 그의 살아있는 흑역사인 '엄마친구아들'이 벌이는 파란만장 동네 한 바퀴 로맨스다. 총 16부작으로 지난 6일 최고 시청률 8.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김지은이 맡은 정모음은 배석류와 최승효의 또 다른 소꿉친구다. 항상 정의감과 사명감이 넘치며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주변 분위기를 밝게 물들인다. 하지만 일할 때는 늘 진지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는 거리낌 없이 발을 내딛는 도전 정신까지 갖췄다. 김지은은 이런 정모음의 씩씩하고 건강한 매력이 너무 좋았단다.
"모음이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원래 보통 대본을 받을 때 '이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 최대한 안 밉고 사랑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같은 고민을 하는데 모음이는 그런 게 없었어요. 너무 사랑스러웠고 되게 진취적이면서도 따뜻한 면을 갖고 있죠. 하지만 저는 그런 면이 없으니까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마냥 따뜻한 사람이라 이질감이 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좋게 담아주신 것 같아요."
이에 시청자들 또한 주변에 모음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호평했다. 모음이는 석류가 파혼을 하고 한국으로 급하게 돌아왔을 때도 "'파혼남' 죽이러 가자"고 말하는 등 언제나 석류의 든든한 편이 돼준다. 김지은 또한 이런 모음이의 단단함이 좋았단다.
"승효와 석류가 티격태격 친구 같은 사랑이었다면 모음이와 단호(윤지온 분)는 진짜 가족같이 힐링 되는 사랑이에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 싸우지 않고 '다 보듬어줄게' '다 데려와 봐' 이런 포인트들이 있죠. 그래서 단호랑도 사랑이 이뤄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단호는 계속 이끌어줘야만 마음의 문을 여는 성격이니까 모음이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정모음은 사랑에도 저돌적이지만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서도 항상 진취적이었다. 무엇보다 구급대원으로서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김지은은 이 구급대원 역할을 연기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직업적인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까 자문을 따로 주시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유튜브 브이로그 중에 구급대원의 하루나 다큐멘터리 이런 거를 엄청 많이 찾아봤어요. 구급대원만 검색해도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나와 있어서 그런 걸 검색하면서 많이 배워서 적용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정모음은 동력 수상 레저 면허를 갖고 있었으며 요트 자격증도 취득했고 이에 남극 지사로의 발령을 받기도 했다.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정모음을 보면서 김지은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음이가 꿈만 바라보게 된 계기에 대해서 자기만의 서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빠가 없기도 하고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내가 힘을 키워야지' '내가 히어로가 돼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꿈만 바라보면서 살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남극일까지 꿈꾼 건 정말 멋있고 대단했어요. 여기에 사랑까지 모두 다 이뤄내는 모음이를 보고 '본받아야지'라고 생각했죠.(웃음)"
이에 김지은은 소방공무원의 헌신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난달 23일 사단법인 소방가족희망나눔에 5000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한 바 있다. 이 후원금은 순직 소방공무원의 유가족 예우 지원뿐만 아니라 소방청에서 주최하는 '제1회 119메모리얼데이' 행사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를 언젠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계속 구급 대원에 대해서 알아보니까 너무 존경스러웠어요. 잠도 잘 못 주무시고 항상 긴장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정말 멋있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모음이 같았어요. '그냥 내 일이니까 했어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게 멋져서 기부를 알아봤는데 공공기관이다 보니까 기부 절차가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다행히 순직 구급대원분들의 가족분들을 위한 행사가 있어서 거기에 기부를 하게 됐죠."
'엄마친구아들'은 배석류 최승효, 정모음 강단호의 러브 스토리뿐만 아니라 혜릉동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너무 친한 친구였기에 티격태격 지낼 수밖에 없던 나미숙과 서혜숙, 가족을 위해 영업을 이어온 '뿌리 분식'과의 이별 이야기, 잘하고 싶어서 어리숙했던 배동진의 이야기까지.
이들은 끊임없이 다투고 갈등하지만 결국 '가족'이기에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한층 성장한다. 또한 정말 한 가족같이 지내온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뭉클함을 안기기도 했다. 김지은 또한 '엄마친구아들'의 이런 점이 좋았단다.
"신하은 작가님 이야기의 특징인 것 같아요. 모든 인물들이 다 따뜻해요. 허투루 보내지 않고 미운 사람이 없어서 판타지라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개인 개인으로 봤을 때는 모두 있을 법한 사람들이에요. 혜릉동 친구들과 라벤더 엄마들, 아빠들의 이야기들 모두 현실적으로 그려진 따뜻한 이야기라서 너무 좋았어요."
2015년 독립 영화 '타투'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후 2016년 CF '박카스'로 데뷔한 김지은은 '타인은 지옥이다' '검은태양' '천원짜리 변호사' 등으로 차곡차곡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왔다.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김지은에게 그동안 배우 인생은 어땠을까.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립영화부터 시작해서 회사 없이 혼자 단역도 하고 너무 즐겁게 하다 보니 잠깐 힘들 때도 있고 고비도 있었죠. 남들에게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에게는 너무 잘했고 잘 버텼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껏 잘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하자는 마음이에요."
이어 김지은은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이랑 너무 똑같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장난치는 게 너무 좋다. 농담 주고받으면서 즐겁게 하는 게 재밌어서 10년 뒤에도 그냥 이렇게 지내고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웃으면서 즐긴 '엄마친구아들'이 김지은에게 더욱 유의미하게 기억될 것 같단다.
"복수랑 욕심이 없는 드라마를 하다 보니 저조차도 너무 힐링 됐어요. '엄마친구아들'은 엄마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그리고 아들, 즉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저도 하면서 부모님께 한 번 더 연락드렸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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