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이상이가 웹소설을 찢고 나왔다. 정말 말 그대로 웹소설 속 주인공이 돼 작품을 찢고 나왔다. 웹소설 특유의 '마라 맛 로맨스'를 선보여야 했던 이상이는 수위 높은 장면부터 능글스러운 모습까지 과하지 않게 표현해 몰입감을 더했다. 앞으로 이상이 표 '로코'(로맨틱 코미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상이는 지난 3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사장님의 식단표'(극본 조민정, 연출 정훈)에서 강하준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은 19금 웹소설 작가 남자연(한지현 분)이 자신이 쓴 소설 여주인공 서연서(한지현 분)에 빙의해 로맨스 소설 남자 주인공 강하준(이상이 분)과 벌이는 예측불허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다.
'사장님의 식단표'는 지난 1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의 스핀오프다. 극 중 모태 솔로 작가 남자연이 쓴 동명의 19금 웹소설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극 중 서연서는 강하준이 운영하는 회사 영양사로 일한다. 강하준은 영양사에게 매일 자신이 어린 시절 먹던 소시지 레시피를 연구해 오라고 지시한다. 이에 서연서는 각양각색 소시지 레시피를 연구하지만 막상 강하준이 먹고 싶어 하는 맛을 내지는 못한다.
서연서는 매일 '다시'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보내오는 강하준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에 한 술집에 가서 잔뜩 술에 취한 채 진상을 부린다. 그때 옆에서 칵테일 맛을 보며 계속 '다시'라고 외치는 한 남성을 발견한다. 서연서는 그 남성의 뒤를 밟아 쫓아간 뒤 "그냥 주는 대로 먹으면 안 될까"라고 말한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술에 잔뜩 취한 상태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잠에서 깬 서연서는 현금 20만 원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줄행랑을 친다. 그러나 그 남자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 사장인 강하준이었던 것. 그렇게 두 사람은 그날을 계기로 사랑에 빠진다.
이러한 이야기는 '손해 보기 싫어서'에 나온 웹소설 '사장님의 식단표' 이야기다. '손해 보기 싫어서'에서 웹소설을 쓰던 남자연은 자신에게 반성문을 보낸 악플러 복규현(이상이 분)과 경찰서 앞에서 대치한다. 심한 악플로 상처를 받았던 남자연은 복규현에게 '죽어'라고 얘기하게 되고 복규현은 길을 건너던 중 차에 치일 위기를 맞는다. 이를 본 남자연은 충격을 받고 쓰러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연은 '사장님의 식단표' 속 서연서가 돼 있었다. 남자연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장면의 엔딩이 안 끝났다"고 계속 말해주는 의문의 인물로 인해 자신이 쓴 소설에 빙의됐다는 걸 알게 된다. 이에 소설 속에서 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쉽게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이 썼던 소설 속 강하준은 배우 이유진의 얼굴을 모티브로 설정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자신의 악플러였던 이상이가 강하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 악플러와 작가로 마주했던 두 사람이 소설 속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나오니 남자연은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늘 진심으로 다정하게 대해주는 강하준의 모습을 보고 점차 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남자연은 강하준에게 이 세계가 자신이 쓴 소설 속 세계라는 것을 미리 알려준 상태.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해리성 정체성 장애'(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질환)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상 남자연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지한다.
강하준은 자신이 사랑했던 서연서가 남자연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 속 인물이라는 점,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이 아닌 소설 안이라는 점, 그가 연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 또한 남자연이 설정한 세계관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그런 강하준이 신경 쓰였던 남자연은 강하준이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소시지가 있는 식당에 데려간다. 이 식당또한 남자연에게 특별한 장소였던 것. 남자연은 강하준에게 소시지도 서연서도 모두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점차 사랑을 키워간다. 남자연은 현실 세계에서 못 해봤던 것, 그리고 해봤던 것을 누리며 점차 소설 속 세계에 적응한다.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두 사람의 앞에는 연서의 전 남친이었던 도겸(이유진 분)이 나타난다. 이때 차에 치일뻔한 위기에 휩싸인 연서를 하준이 구해내게 되고, 왜 구했냐는 말에 연서이자 자연인 그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고백한다.
작품은 웹소설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웹소설 특유의 오글거리면서도 코믹한 분위기를 살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상이는 과하지도, 그렇다고 무난하지도 않게 캐릭터를 소화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서연서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적인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설렘 지수를 높였다. 연서를 부를 때 "서, 연서 씨"라고 특이하게 부르는 모습 등은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특히 19금 웹소설이라는 설정답게 두 사람이 서로를 유혹하는 모습 등 수위 높은 장면도 많았지만 이상이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끄럽게 표현해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연서가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때 강하준은 자신의 온몸을 던져서 그를 받쳐낸다. 해당 장면 속 강하준은 점프해서 날아오르는가 하면 서연서를 잡고서도 한없이 바닥에 미끄러지는 등 조금은 유치한 특수효과를 보여준다. 자칫하면 현실감 없는 과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상이는 이를 능청스러운 연기로 소화해 극에 재미를 더했다.
작품 말미에는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자연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어디든 언제든 함께일 거라고 말하는 일편단심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은 설렘을 자아냈다.
웹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것과 동시에 한지현과는 애틋하면서도 설레는 로맨스 '케미'를 보여준 이상이. 이상이는 이러한 서사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극 중 OST인 '둘만의 세상'을 직접 가창하기도 했다. 이 곡은 자연과 하준의 로맨스에 몰입감을 선사하는 역할로 작용했다.
본편인 '손해 보기 싫어서'의 스핀오프이지만 이상이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사장님의 식단표'. 작품은 총 2부작으로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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