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EXID가 '위아래'로 기록적인 역주행을 하며 최정상 걸그룹이 됐다. 그 시작은 한 팬이 만든 '직캠' 영상. 이후 10년이 지나며 '덕질'(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일) 문화도 판이 점점 커졌고 '팬튜브'(팬이 만든 유튜브 채널)까지 왔다. 그런데 이게 영향력이 상당하다. <더팩트>가 그 문화를 들여다 보고 그들과 업계의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전지적 바위게 시점'(이하 '전바시')은 걸밴드 QWER의 '팬튜브'다. QWER의 팬덤명 바위게를 채널 명에 활용했다. 채널엔 QWER 자체 콘텐츠에서 포인트를 뽑아낸 영상들부터 공연 '직캠', 다큐멘터리, 국내외 유튜버들 반응 모음 등 다양하다. 그가 올린 영상은 지난 1년여 동안 300개가 넘고 구독자 수는 4만 명을 돌파했다.
정성 가득 담은 콘텐츠를 하루 하나 꼴로 올리다 보니 일부 팬들은 'QWER 회사 직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전바시' 운영자는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서 공식 커뮤니티에 해명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회사 PD 채용 공고가 올라 왔었는데 직업을 그만두고 그걸 할까 고민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자신이 드러나는 걸 꺼려해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그는 서른 초반의 남성으로 촉망 받는 전문직 종사자다. QWER 회사의 직원은 확실히 아니다. 그리고 그는 '전바시'를 통해 어떠한 수익 창출도 하고 있지 않다.
'전바시' 운영자가 '팬튜브'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오직 아티스트가 돋보이는 채널'이다. 그는 "아티스트가 첫 번째고 아티스트가 빛나야지 운영자가 자신을 어필하려고 드러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그는 "팬들 사이에 경쟁 같은 게 있다. 멤버별 팬도 있고 단체 팬도 있는데 팬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경쟁을 하더라.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 부각하려고 다른 멤버를 저격하기도 한다. 또 구독자 수 늘리려고 돈 내고 채널 광고를 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이 심해지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그러면 피해는 아티스트가 받는다. 바라보는 시선도 안 좋아지고 아티스트가 그런 거 신경을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도 잘 못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전바시' 운영자 일문일답이다.
-'전바시' 채널을 만들고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운동을 좋아해서 김계란의 피지컬 갤러리를 오랫동안 봤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더라. 그걸 보다가 시연한테 꽂혔다. 시연은 일본에서 NMB48로 활동했는데 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알면 알수록 더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서 알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작년 7월에 만들고 8월에 첫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 수는 신경도 안 썼다.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만들어서 올릴 곳이 필요했다.
-1년 2개월 동안 영상이 330개가 넘는데 정성이 대단하다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또 제 채널을 보고 좋아해 주시니까 같은 기분을 공유하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알아가는 마음으로 했고 하다 보니 영상 편집 스킬이 늘었다.(웃음) 누가 봤을 때 이 팬덤은 영상 허접하게 만든다는 말을 듣기 싫었고 가수 얼굴에 먹칠하기도 싫었다. 처음엔 시연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QWER 모두의 팬이다. 너무 바빠지면 더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시간이 좀 있는 지금 열심히 만들자 싶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와서 힘든데 그래도 만든다.(웃음)
-가장 뿌듯했던 영상을 몇개 소개해 달라
제일 기억에 제일 남는 건 아무래도 첫 영상(제목 (QWER) R 시요밍 입덕영상)이다. 그리고 만들면서도 만들고 나서도 계속 눈물이 났던 영상도 있다. 시연님 생일에 만든 '이시연 - 팬서비스'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다른 가수가 QWER 커버한 거에 시연님의 AI 목소리 입혀서 만든 건데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여러 개 넣어서 만들었다. 만들면서도 울컥했고 만들고 보면서도 울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본인만의 소재 선정 기준이나 노하우가 있나
아티스트에 해를 끼치면 안 되니까 만들면서 늘 재고한다. 괜한 오해를 하지 않을까, 재미있게 편집한다고 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안 좋게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닐까 생각한다. 자칫 가수가 먹잇감이 될 만한 것도 피한다. 조회 수보다 QWER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소재는 길 가다가도 떠오른다. 뭘 보다가 재미있으면 메모하고 캡처해 놓는다. 또 유튜브에 재미있는 유행들이 있다. 이걸 활용하기도 한다. 어떤 걸 만들고 싶을 때 이건 이런 느낌으로 가야겠다 이런 식으로 참고를 한다.
-콘텐츠에 QWER로 보이는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직접 만든 건가
짜집기로는 한계가 있는 게 많다. 순수하게 QWER '덕질'을 하려고 4달 동안 그림 학원을 다녔다. 배우면서 그때 연습을 해서 그린 것들 중에 하나다. '시요밍의 오하요 댄스' 영상도 직접 멤버 캐릭터를 입었던 착장 그대로 그려서 이어붙여서 영상처럼 만들었다. 참고한 원본 영상 출처도 늘 남긴다. 유행하는 '밈'에 편승해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입히는 게 유행인데 그런 류의 영상이다.
-이 정도 정성이면 직원이란 오해를 받을 것도 같다
질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커뮤니티에 글도 썼었다. 난 일개 팬이고 직원도 아니고 관계자도 아니다. QWER 회사에서 PD 채용 공고가 올라온 적이 있다. 안 그래도 올해 하던 일 그만 두고 그거 해볼까 싶어서 이력서 작성하려고 양식에 맞춰서 쓰다가 그래도 이건 아닌가 싶어서 그만 뒀다.(웃음)
-'팬튜브'를 운영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뭐라고 생각하나
아티스트도 소속사도 전혀 모르는 내용을 담아선 안 된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데려 와서 가수를 평가하게 만든다거나 추측성 내용을 담는다거나 그런 건 정말 위험한 거 같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공식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음은 아티스트가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본인이 유명해지려고 목소리를 넣거나 얼굴을 비추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린 빠져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독자 수가 쌓였다고 수익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아티스트 팔아서 돈을 버는 거다. 절대 하면 안 된다.
-QWER에게 하고 싶은 말은?
QWER은 팬들뿐만 아니라 세상과도 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은 먼 존재인데 QWER은 친근하게 다가오는 게 팬들과 소통이다. QWER은 정석 루트를 거스르고 연습생 생활도 없이 데뷔했다. 처음엔 '실력도 없는 애들'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깨부수면서 증명해 나가고 있다. 그게 세상과의 소통이다. 지금까지 잘 증명해 왔으니까 이젠 좀 증명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고 하고 싶은 거 계속 하면서 즐겁게 음악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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