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BIFF] 부산 달군 韓 영화·故 이선균 추모…반환점 돈 축제


설경구부터 황정민까지…액터스 하우스로 뜻깊은 시간 보내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

지난 2일 화려하게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2일 열린 개막식 레드카펫에 참석한 배우들의 모습. /부산=장윤석 기자

[더팩트|부산=박지윤 기자]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해 내홍을 겪은 후 올해 다양성과 대중성을 내세우며 분위기를 쇄신시키겠다는 각오를 내세웠고, 그에 걸맞은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부터 스타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부산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의 시선, 영화의 바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힘차게 닻을 올렸다. 지난해(209편)보다 15편 늘어난 224편(63개국)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부산을 찾은 수많은 영화 팬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한국 영화들을 관람하고 국내외 스타들과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보고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송중기는 영화를 소개해 드릴 수 있는 게 기쁘다고 참석 소감을 전했다. 사진은 2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송중기의 모습. /부산=장윤석 기자

◆ 송중기→홍경·노윤서, 오직 부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김민하·최희서 주연의 '폭로: 눈을 감은 아이'(감독 전선영)부터 설경구·장동건 주연의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송중기 주연의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홍경·노윤서 주연의 '청설' 정우·김대명 주연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는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는 대중적 매력과 위상을 지닌 동시대 한국 상업 영화의 최신작 및 대표작으로 프리미어로 상영하는 섹션이다. 해당 부문에 작품을 올린 배우들은 레드카펫을 시작으로 GV(관객과의 대화)와 오픈토크 등을 진행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과 가까이 호흡했다.

'보고타'로 부산을 찾은 송중기는 "촬영을 시작한 게 2019년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오면서 잠깐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거의 햇수로 5년 전에 찍은 영화를 이제서야 인사드린다"며 "나름대로 뭔가 마음고생한 것도 있다. 그것도 그리움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영화를 소개해 드릴 수 있는 게 기쁘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청설 주연을 맡은 홍경 노윤서 김민주 조선호 감독(왼쪽부터)이 3일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했다. 배우들은 수어를 직접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장윤석 기자

'청설'의 홍경과 노윤서는 수어를 직접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고, 김민하와 최희서는 "여자들의 연대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귀띔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 외에도 이동휘·찬희 주연의 '메소드 연기'(감독 이기혁) 진영·다현 주연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 주현영 주연의 '괴기열차'(감독 탁세웅) '더 킬러스'(감독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김선영·권유리 주연의 '침범'(감독 김여정) 등은 야외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특히 다현은 연기 데뷔작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는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를 보러 부산을 찾았다는 A 씨는 "야외 무대인사를 보기 위해 6시부터 영화의전당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의전당 일대에는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배지와 기념품 등을 사기 위해 길게 늘어진 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은 故 이선균에게 돌아갔다. 더 나아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선균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했다. /부산=박지윤 기자

◆ "계속 기억할 것"…BIFF에서 이어진 故 이선균 추모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선균에게 돌아갔다. 이는 한국 영화를 널리 소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지난 2일 열린 개막식에서 시상과 함께 이선균의 대표작이 담긴 추모 영상이 공개됐다. 객석에 앉은 동료 배우들은 이를 보며 그리움과 착잡함을 숨기지 못했고 결국 눈시울을 붉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 나아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선균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하고 더 많은 관객과 그를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등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과 배우 조진웅, '행복의 나라'의 배우 유재명과 조정석,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과 배우 박호산 송새벽은 스페셜 토크를 통해 이선균과 함께했던 작업 과정을 회상하며 그를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조진웅은 "(이선균을) 계속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송새벽은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두 달 후면 벌써 1년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악몽을 꾸는 느낌"이라고, 박호산은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우린 널 믿는다. 쪽팔릴 것 없다"고 말했다.

김원석 감독은 "이선균을 추모하는 행사는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선균이 왜 죽었고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행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남기며 "선균 씨, 내가 너를 알아.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해도 나는 너를 믿어"라고 울분을 토했다.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은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며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작품세계를 들려줬다. /사진은 2일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한 설경구 모습. /부산=박지윤 기자

◆ 설경구·황정민, 관객들과 함께 되짚은 연기 발자취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은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관객들과 함께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먼저 설경구는 '박하사탕'부터 '불한당'까지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오는 16일 개봉 예정인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밝고 러블리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박보영은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황정민은 "배우일 때와 배우가 아닐 때를 철저하게 구분한다. 배우가 아닐 때는 작품을 하지 않을 때인데 그때는 동네 아저씨"라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이렇게 관객들은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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