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경성크리처'가 약 2년 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1이 많은 시청자들의 호불호 속에 막을 내렸기에 시즌2를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컸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시즌2 또한 마찬가지였다. 박서준과 한소희의 애틋한 로맨스는 더욱 짙어졌지만 그 외의 것들은 '과유불급'(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7부작이라는 작은 회차 속에 다 담으려고 하니 엉성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빈약한 서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고 한 박서준의 열연이 아깝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극본 강은경, 연출 정동윤, 이하 '경성크리처2')는 2024년 서울, 태상(박서준 분)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박서준 분)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한소희 분)이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총 7부작으로 지난 27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채옥과 호재가 우연히 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찾아주는 일을 하며 홀로 외롭게 지내온 채옥. 그런 그는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한 모텔에 방문했고 객실 화장실에서 살해된 한 남성을 발견한다.
호재 또한 마찬가지다. 호재는 예전 금옥당의 터를 그대로 이어받은 흥신소 부강상사를 운영하는 중이다. 호재도 의뢰인의 불륜 증거를 찾기 위해 같은 모텔에 방문했고 호수를 잘못 해석해 채옥이 있는 객실에 똑같이 방문하게 된다. 이후 채옥과 치열한 결투를 벌이던 중 화장실에서 살해된 한 남성을 발견한다.
그러나 채옥은 어떠한 발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현장에서 도망치듯 사라진다. 이후 살인 사건을 마주해 혼란에 휩싸인 호재가 유력한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되고, 호재는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채옥을 찾기 시작한다.
호재는 채옥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한 안테나의 제보로 채옥과 마주한다. 채옥은 자신을 뒤따라오던 호재와 치열한 결투를 벌이게 되고 이때 호재가 쓰고 있던 모자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채옥은 호재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태상을 떠올린다. 태상과 호재는 모든 것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채옥은 태상에게 "장 대주?"라고 묻지만 호재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며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하지만 채옥을 보고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범인을 잡기 위해 협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 숨겨진 비밀, 그리고 인연이자 운명, 악연이 밝혀진다.
작품은 호재와 채옥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1945년 경성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2024년 서울까지 이어진다. 나진을 삼켜 죽지도 못한 채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채옥은 너무나 외로운 시간을 버텨왔다. 하지만 이는 호재 또한 마찬가지다. 1년 전 의문의 사고로 인해 호재는 기억을 잃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그와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권용길(허준석 분)의 말만 믿고 따를 뿐이었다.
하지만 채옥을 마주하면서부터 그의 기억 파편이 조금씩 합쳐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채옥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채옥에 대한 기억을 되찾기 시작한다. 윤채옥이라는 이름이 왜 떠올랐는지도 모르고, 왜 채옥을 보면서 가슴이 아픈지 이유조차 알지 못하지만 나진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채옥을 따스하게 안아준다. 그냥 그러고 싶은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기억을 되찾은 순간부터 두 사람의 애틋한 로맨스에 집중된다. 길고 긴 악연을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이지만 이들에게 꽃길만 펼쳐지지는 않는다. 나진을 이용해 계속 인체 실험을 진행하는 전승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호재와 채옥은 전승제약과의 사투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한번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시즌1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시즌2 또한 이질감 없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선을 쫓아가기 어려웠다면 시즌2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시즌1에서 비판받았던 부분 중 하나다. 가슴 절절하게 사랑하고 또 아파하고 헤어지는 이야기가 반복되다 보니 이를 쫓아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 중이다.
크리처 장르이지만 괴물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 점 또한 아쉬움을 자아낸다. 시즌1에서는 채옥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나진의 활약상이 도드라진 한편 시즌2에서는 나진의 힘을 이용해 전승제약과 싸우는 채옥과 호재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1945년 경성, 2024년 서울이라는 시대적 특수성과 크리처를 접목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아쉬움은 커진다.
그러나 시즌1에 비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인물들의 서사와 화려한 액션은 작품의 볼거리를 더해준다. 채옥과 호재는 전승제약과 싸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쿠로코들과 맞서 싸운다. 박서준 또한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과 배경이 다르고 표현하는 느낌이 달라서 시즌2의 액션이 훨씬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무기를 이용한 액션부터 맨몸 액션까지 각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쿠로코들과 맞서 싸워 짜릿한 액션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 중심에는 박서준의 열연이 있다. 박서준은 한소희와의 깊어지는 로맨스, 배현성·허준석과의 '케미' 등을 차곡차곡 쌓아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1년 전 의문의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지만 본래의 태상이 가지고 있는 그의 성격 및 가치관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재에게서 태상을, 태상에게서 호상을 느끼게 했다. 추후 이와 관련된 엄청난 비밀이 밝혀졌을 때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채옥을 바라볼 때 드는 미묘한 감정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완성했으며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만난 채옥을 인지했을 때 드는 안심, 걱정, 그리움 등 복잡한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나월댁(김해숙 분)과의 마지막 장면에서 박서준의 이러한 감정선이 더욱 도드라진다. 마에다(수현 분)로 인해 자신을 포함해 금옥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죽거나 크게 다친다. 이때 나진을 삼킨 태상은 나월닥을 보고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태상은 자신의 손을 반대 손으로 억지로 누르며 나월댁에게 도망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월댁은 "괜찮다"고 말하며 태상을 달랜다. 나월댁을 발견하기 전, 사망한 자신의 직원들을 보고 울부짖는 모습과 나월댁을 헤치려는 자신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려는 모습에서 박서준의 섬세한 연기력이 극대화돼 호평받았다.
작품은 시즌1이 펼쳐놓은 떡밥을 모두 회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즌2에서 풀리지 않은 궁금증도 남아 있다. 나진에게 잠식당했던 종혁은 전승제약 실험실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뒤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경찰은 그가 도망가도록 그냥 내버려뒀다. 종혁은 어디로 자취를 감췄는지 그리고 경찰은 왜 그가 도망가도록 내버려뒀는지 등과 관련된 많은 궁금증이 남는다.
이러한 빈약한 서사를 그나마 설득력 있게 끌고 간 건 박서준이다. 특유의 너스레한 모습부터 애절한 감정선, 주변 인물들을 지키겠다는 강인함, 그리고 수십 명의 쿠로코들과 싸우는 화려한 액션까지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소화한 박서준. 작품을 휘어잡는 박서준의 열연이 아깝게만 느껴지는 '경성크리처2'다.
'경성크리처2'는 총 7부작으로 지난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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