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부산=박지윤 기자] 배우 조정석과 유재명이 부산에서 고(故) 이선균과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그리워했다.
'고(故)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특별전이 3일 오후 CGV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그의 유작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를 함께한 배우 조정석과 유재명이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8월 14일 개봉한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이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적 관객 수 70만 명에 그쳤다.
'행복의 나라'는 이선균의 유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는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 박태주를 연기했다. 여기에 조정석은 법정에는 정의가 아닌 승패만이 있다고 믿는 변호사 정인후로, 유재명은 10.26 사건 합동수사단장이자 또 다른 핵심 인물 전상두로 분해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날 조정석과 유재명은 '행복의 나라'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조정석은 "촬영할 때 뛰어난 집중력과 매섭고 강렬하게 접근했던 이선균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며 "스태프들이 다음 앵글을 잡을 때 스몰 토크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면서 주변 분들을 잘 챙겨주셨다. 촬영 현장에서의 이선균 형님에 관한 큰 기억들은 그런 모습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촬영 준비가 끝나고 리허설하는 순간에는 극 중 박태주가 갇혀있는 만큼 많은 생각이 내재돼 있어야 할 텐데 이를 온전히 표현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특히 조정석은 극 중 정인후와 박태주가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모든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세트장에서 촬영하게 되면 그런 장면들을 몰아서 찍게 된다. 며칠 동안 세트장에서 둘이 얘기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기간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웃으면서 촬영하면서도 누구보다 안타깝고 애절하고 간절한 마음도 들었다. 그 공기를 여전히 못 잊는다"고 먹먹함을 자아냈다.
촬영 현장이 '행복의 나라'였다는 유재명은 "돈독하고 재밌었다. 나이만 든 철없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하하호호거렸다. 그러면서도 한마디를 툭 내뱉는 대사를 할 때 늘 부담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공유하면서 서로 의지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조정석은 "자신의 결과물을 보고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도 늘 아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이번에 셋이 '너무 잘하고 있다'고 서로 응원해 주다 보니까 그러한 아쉬움이 덜 느껴질 수 있었다"고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끝으로 유재명은 "어떤 라디오 오프닝에서 '영화는 그리우면 다시 볼 수 있지만 사람은 그리우면 다시 볼 수 없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선균이가 보고 싶으면 영화를 보면 되니까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선물 덕분에 앞으로 동료 배우들과 작업을 열심히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선균을 추억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선균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등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함께 호흡을 맞춘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한 스페셜 토크가 진행된다.
2일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고 폐막작은 '영혼의 여행'(감독 에릴 쿠)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224편(63개국)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26개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