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BIFF] 이정재·강동원 출격→故 이선균 추모…뜨겁게 시작한 영화 축제(종합)


故 이선균, '한국영화공로상' 수상…동료 배우들 눈물
2일부터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가운데 배우들이 개막식에 참석하며 레드카펫을 밝고 있다. /부산= 장윤석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수많은 별과 함께 열흘간 여정의 닻을 힘차게 올렸다. 지난해 내홍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중성과 다양성을 내세운 가운데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네이버TV를 통해 생중계된 가운데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의 추모 영상을 본 동료 배우들이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먼저 개막식 MC를 맡은 박보영과 안재홍을 비롯해 국내외 여러 스타가 레드카펫을 수놓았다. 배우 이정재 강동원 장동건 조진웅 차승원 박정민 김희애 송중기 박성웅 지창욱 이준혁 김현주 김성철 김대명 박병은 권유리 공명 노윤서 다현 진영 찬희 등과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마츠시게 유타카 등이 모습을 드러내며 부산을 찾은 수많은 영화 팬들과 보다 가까이서 호흡했다.

박보영과 안재홍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MC를 맡아 행사를 이끌었다. /부산=장윤석 기자

블랙으로 의상 톤을 맞춘 박보영과 안재홍은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드디어 시작한다. 가슴이 벅차고 떨린다"고 MC를 맡게 된 소감을 전하며 개막식의 시작을 알렸다.

안재홍은 "10년 전 '족구왕'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때가 떠오른다. 아무도 모르는 배우였는데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환호를 듬뿍 받고 앞으로도 배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용기를 얻었었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인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새롭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두 사람의 짧은 인사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이 올해 새롭게 제정한 '까멜리아상' 시상식이 이뤄졌다. 이는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 그들의 문화적·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된 상으로, 류성희 미술감독이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영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국제시장' '헤어질 결심' 등을 통해 독보적인 창작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그는 박찬욱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아가씨'(2016)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이날 '까멜리아상'을 품에 안은 류성희 미술감독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제가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때 여성 미술 감독이 많지 않았고 장르 영화는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됐었다"며 "그때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이러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이 만든 장르 영화도 독창적이고 강렬할 수 있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여기에 섬세함을 더할 수 있다고 수없이 되뇌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편견을 버리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가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할 것"이라며 "많은 재능을 갖고 있는 수없이 많은 여성 영화인들과 함께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한국 영화를 널리 소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인 한국영화공로상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이선균에게 돌아갔다. /더팩트 DB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에게 돌아갔다. 이는 한국 영화를 널리 소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의 주인공인 이선균의 대표작이 담긴 추모 영상이 공개됐다. 객석에 앉은 동료 배우들은 이를 보며 그리움과 착잡함을 숨기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식에 이어 행사 동안 이선균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하고 더 많은 관객과 그를 기억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등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함께 호흡을 맞춘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한 스페셜 토크가 진행된다.

이에 박보영은 "너무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대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시기를 바란다"고, 안재홍은 "이선균 배우를 추모하며 대표작을 상영한다. 선배님을 기억하는 뜻깊은 시간 되기를 바란다. 공로상은 유족께 잘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상만 감독과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왼쪽부터)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전,란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 장윤석 기자

아시아영화산업과 문화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인물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가 수상했다. 무대 위에 오른 그는 "영화를 찍기 시작한 지 40년이 됐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 참가한 건 20년 전"이라며 "제 영화 인생의 반을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켜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년 간의 경력을 인정받으며 명예로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뱀의 길'(2024)과 '클라우드' 두 편의 영화로 부산을 찾았다. 이에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관객들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가장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20년 전부터 저의 작품을 계속 봐주셨던 분들도 많은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귀띔해 관심을 모았다.

끝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넷플릭스 영화 '전,란' 팀이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과 넷플릭스가 함께하는 첫 한국 영화로, 박 감독은 작품의 제작에 참여했다.

강동원은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돼서 기쁘다. 마음껏 이 밤을 만끽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김신록은 "선선한 바람 아래서 작품을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차승원과 강동원 사이에 선 박정민은 "왜인지 모르겠는데 옳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연기를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제가 '전,란'에서 양반을 연기했다고 하면 '왜?'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양반이고 (강동원) 선배님이 저의 종"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부터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부산=장윤석 기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연이은 사퇴로 인해 내홍을 겪으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진행했고, 올해 국고보조금 삭감이라는 어려움을 맞닥뜨리며 계속된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다양성과 대중성으로 내실을 다지며 다시 한번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포부를 내세워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고 폐막작은 '영혼의 여행'(감독 에릴 쿠)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224편(63개국)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26개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