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킹키부츠'의 10주년 공연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배우들은 믿고 보는 연기력과 센스 넘치는 무대 매너로, 관객들은 힘찬 박수와 뜨거운 함성으로 하나가 된다. 공연장에 들어가 약 150분 동안 펼쳐지는 축제와 같은 공연을 즐기다 보면 '킹키부츠'가 10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던 시기에 아주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중독성 강한 넘버와 응원의 메시지로 전 세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작품은 아버지로부터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폐업 위기의 초보 사장 찰리가 생각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아름답고 유쾌한 남자 롤라를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얻고 도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부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찰리는 롤라와 함께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일 남자가 신는 80cm 길이의 특별한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기로 한다.
구두 공장을 물려받지 않고 여자친구 니콜라와 런던으로 향했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몰랐던 찰리, 자신보다 더 나은 권투 선수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와 연을 끊고 성적 취향대로 살고 있는 롤라는 마냥 순탄하게만 흘러가지 않는 협업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고 성장해 나간다.
다소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 자신과 모든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자. 내 생각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포용과 긍정의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하며 더욱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폐업 위기를 맞은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보 사장 찰리 역의 김성규와 세상의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 진정한 나를 찾는 드랙퀸 롤라 역의 강홍석은 경력직의 여유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탄탄하게 다져온 내공을 바탕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서도 위트와 재치를 놓치지 않으며 남다른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김성규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한층 더 무르익은 가창력과 연기력을 보여주며 인물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강홍석은 파격적인 비주얼과 범접 불가한 카리스마로 등장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파워풀한 성량으로 넘버를 소화하며 무대를 장악한다. 롤라 그 자체가 된 그는 김성규와 쉴 틈 없는 티키타카를 보여주다가도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드러내며 능숙한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김성규와 강홍석을 필두로 공장 직원 로렌으로 분한 나하나와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 돈으로 분한 심재현 등의 배우들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엔젤 역의 주민우 한준용 김강진 최재훈 전호준 한선천은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이렇게 작품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스토리와 디스코부터 팝과 발라드까지 귀를 사로잡는 다채로운 넘버들로 지루할 틈 없게 흘러간다. 또한 반짝반짝 빛나는 절대 반지를 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즐기는 관객들을 볼 수 있는 2막 엔딩 곡 'Just Be(저스트 비)'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킹키부츠'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당시 연극과 뮤지컬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음악상 남우주연상 편곡상 안무상 음향디자인상까지 총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듬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였던 한국에서도 '더 뮤지컬 어워즈'의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킹키부츠'는 2014년 초연부터 2020년 진행된 네 번째 시즌까지 총 누적 관객 수 35만 명을 돌파하며 스테디셀러 쇼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2년 시즌에는 오픈 위크 티켓의 전석 매진을 시작으로 티켓 오픈 마다 예외 없이 전 예매처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이례적인 전석 매진 행렬로 유료 객석 점유율 93%, 시즌 사상 최다 관객 수인 12만 7466명이라는 역대급 흥행 기록을 달성했고 이번에도 개막 전부터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킹키부츠' 10주년 공연은 오는 11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