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유나, 인성 좋은 배우가 되고픈 2011년생[TF인터뷰]


장나라 딸 김재희 역 맡아 열연
"아빠 만나러 가는 장면=성장"

배우 유나는 최근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좋은 배우'를 꿈꾸는 14살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칫하면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유나는 '굿파트너'를 통해 '좋은 배우'를 한 단계 가시화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는 이혼 변호가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과 이혼 변호는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인생 계획에 없던, 뜻하지 않은 이별(이혼)을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과 가정을 해체하는 순간 벌어지는 딜레마를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담았다.

유나는 최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굿파트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드라마 속 캐릭터와 똑부러진 모습이 닮은 그는 "6학년 후반부터 올해 8월까지 촬영했다. 길었는데 끝나서 시원하지만 함께한 사람들을 못 봐 섭섭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유나는 차은경의 딸 김재희를 연기했다. 재희는 항상 일에 치이는 은경 때문에 아빠 김지상(지승현 분)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지만 아빠의 사랑과 엄마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라 또래보다 야무지고 속도 깊다. 그러던 중 아빠가 엄마의 10년 차 비서인 최사라(한재이 분)와 바람피는 것을 알게 된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단 7회 만에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시원한 전개도 한몫했지만 여기엔 유나의 열연도 크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내면을 지닌 재희를 섬세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 가장 고심했다고 한다.

배우 유나는 극 중 차은경(장나라 분)의 딸 김재희를 연기했다. /스튜디오 S

"미팅 때 '제가 생각한 재희' '감독님이 생각한 재희' 이렇게 대화를 나눴어요. 저는 재희는 똑똑하지만 애 다운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날 제가 해석한 재희를 많이 말씀드렸고 얼마나 재희를 하고 싶은지에 어필했죠. 감독님은 '재희는 힘듦을 힘듦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캐릭터'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이 연기할 때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재희는 아빠의 불륜을 일찍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그러다 엄마 아빠의 이혼이 진행될 때, 최사라에게 아이가 생겼을 때 혼자 방에서 울며 감정을 정리한다. 한창 투정 부릴 나이지만 우는 날이 더 많다. 순간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릴 순간에 대해 유나는 "배우라는 직업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재희가 이때 어떻게 했을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상상했어요. 감정을 끌어올리고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루틴이 있는데 바로 음악 듣기예요. 어렸을 때부터 '울고 싶을 때 듣는 노래'가 플레이리스트에 있어요. 상황을 생각하며 차분하게 마음을 놓고 캐릭터 입장이 되려고 하는데요. 재희를 통해 감동이나 위로받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유나는 극 중 유일한 미성년자다. 또래 친구들이 없어 현장이 외로웠을 법도 한데 모든 배우들이 따뜻하게 챙겨줬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함께 호흡한 장나라와 남지현이 있다. 두 사람은 유나에게 힘이 되어줌과 동시에 어떤 선배로 성장해야 될지를 알려줬다.

"(장나라) 엄마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혹시 캐릭터 어떻게 하실 거냐' 여쭤봤는데 '아직 답을 못 찾았어. 너는?'이라고 물어보셨어요. 저도 '아니요' 답했죠. 장나라 남지현에게 배운 건 '연기'예요. 자연스러운 연기요. 또 두 분이 제 호흡을 이끌어주시거든요. 나중에 저도 선배가 됐을 때 (후배를) 이렇게 끌어주고 싶어요."

배우 유나는 굿파트너에서 이혼한 아빠를 다시 만나러 가는 과정을 성장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작품은 매 회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유나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아빠를 만날지 고민하는 장면'을 꼽았다. 재희는 아빠에게 불륜을 고백할 기회를 여러 차례 주지만 결국 아빠는 엄마를 버리고 이에 재희 역시 아빠에게 "벌을 준다"며 떠난다.

"재희가 아빠를 만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유리와 차은경에게 조언을 구하잖아요. 그리고 결국 만나러 가는 게 '성장'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도 아빠 보고 싶잖아'라는 한유리의 말대로 사실 재희는 아빠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러던 중 한유리가 이렇게 말해주니까 '아 맞아' 이런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재희에겐 가장 큰 성장이자 인상 깊었던 순간이에요."

'워커홀릭'인 엄마 차은경은 재희에게 큰 관심을 쏟지 못한다. 그러나 유나는 재희 입장에서 차은경을 봤을 때 "일을 열심히 한 게 재희를 위해서이니 다 이해했다"고 속 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사라 이모가 너무 미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라 이모는) 재희한텐 나쁜 사람이잖아요. 아빠도 사라 이모도 좋아했는데 저를 배신한 거잖아요. 누가 봐도 '재희 상처받으라고' 의도적이니 저 역시 차가운 태도를 보이고 싶었어요. 그리고 엄마한테 사과하길 원했어요. 재희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엄마한테 사과했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보잖아요. 이 모습에서 엄마한테 투덜대긴 해도 '많이 사랑하는구나'를 느꼈죠."

배우 유나는 지난해 ENA 유괴의 날로 아역상과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는 옛날부터 해왔던 대로 하는거라 달라진 것도, 부담되는 것도 없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S

2019년 단편영화 '포스트 잇!'으로 데뷔한 유나는 2021년 넷플릭스 '지옥' 2022년 애플TV '파친코' 2023년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러다 지난해 ENA '유괴의 날'에서 김명준(윤계상 분)에게 납치당한 11살 상위 0.01% 천재 소녀를 연기하며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당시 500:1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돼 화제가 됐으며 '어린아이답지 않게 시니컬한 외면과 따뜻한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그는 '2023 APAN 스타 어워즈'에선 여자 청소년 아역상을, 2024년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학교와 연기를 병행 중이지만 다작을 통해 오히려 연기가 즐겁다는 유나다.

"부담도 없고요. 옛날부터 해왔던 대로 하는 거라 달라진 것도 없어요. 영화를 장르 가리지 않고 많이 보는데요. 최근 '파묘'를 재밌게 봐 어린 무당 화림 역을 해보고 싶어요. 올해가 3개월 남았는데 다시 작품 활동에 들어가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쉬지 않는 원동력은 '연기가 좋아서'가 1순위예요. 어렸을 땐 여러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는데 지금은 캐릭터를 입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연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 확 올라오거나 시너지가 팍 터지는 느낌이 있어요."

배우 유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한 좋은 배우는 인성이 된 배우라고 바랐다. /스튜디오 S

아울러 유나는 기자의 개인적인 궁금증도 유쾌하게 풀어줬다. 극 중 재희는 항상 푸바오 크로스백을 메고 다닌다. 학교 가방을 메고 있을 때도, 카페를 가도, 친구들과 놀 때도 늘 푸바오 가방은 재희의 옆구리를 지키고 있다.

"푸바오 가방은 개인 아이템은 아니에요.(웃음) 저도 궁금해서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아빠가 사준 가방이라는 설정을 갖고 있더라고요. 미팅 때 '푸바오 좋아하냐'고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걸 바탕으로 고르신 것 같아요."

끝으로 유나는 '연기가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 상황극을 많이 했고 자연스레 뮤지컬 학원을 간 게 연기의 시작이었다. 당시 연기가 뭔지 제대로 몰랐지만 차츰 오디션도 보고 배우라는 직업에 흥미를 가졌단다. 그러면서 앞으로 되고 싶은 배우를 설명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한 '좋은 배우'는 '인성이 된 배우'거든요. 약간 추상적인 느낌도 있는데 '좋은 배우'라는 단어 자체가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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