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상혁이는요…, 아니에요 기자님.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저조차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에요. 연기할 때는 해내야 하니까 여러 이유를 생각하며 이해보다는 이 악물고 받아들였죠. 이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도 싫어요. 받아들이기 위한 자기합리화였거든요. 다른 분들은 보이는 그대로 나쁜 사람이었다고만 생각해 주세요."
솔직하다. 그래도 본인이 맡은 캐릭터이니 그럴듯하게 포장할 법도 하지만 자신이 그어둔 선에서 벗어나면 냉정하게 평가할 만큼 뚜렷한 소신도 지녔다. 배우 허남준과 한 시간의 인터뷰 후 그를 두고 생각난 단어는 '외강내강'이었다.
허남준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김강헌(김명민 분)의 장남 김상혁으로 등장한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설강화' 촬영 때쯤에 허남준을 처음 알게 된 후 '스위트홈' '혼례대첩'이 끝나자마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시 여러 이유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꼭 한 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배우였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유어 아너'를 통해 첫 인터뷰가 성사됐다. 그야말로 삼고초려였다.
그러는 동안 스스로도 모르게 허남준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앞선 두 작품에서는 정의롭고 다정한 역할로 나섰던 만큼 선한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유어 아너'가 방송되는 동안에는 손현주 김명민을 비롯한 배우들이 "촬영만 들어가면 애가 달라진다"라고 입을 모아 선입견에 힘을 더했다.
실제로 만난 허남준은 생각보다 밝았고 예상보다 당찼다. 첫 인터뷰인지라 위축될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남준 본연의 모습이 조금 더 튀어나왔다. 장난기 가득한 웃음과 툭툭 던지는 너스레 등이 긴장 풀린 허남준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 남은 인터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허남준은 아버지 김강헌에게 인정받는 것에 집착하며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장남이자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는 김상혁 역을 맡았다.
1.7%로 시작한 작품은 금세 입소문을 탔고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더니 최종회에서 최고 시청률 6.1%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ENA와 지니TV로만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더 유의미한 성적이다.
허남준은 "대본 리딩 때부터 선배님들 연기만 봐도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 싶었다. 다만 장르가 짙은 작품이다 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재밌게 봐주신 분들이 많다니 감사하다. 또한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많이 찾아서 챙겨봐 준 것 같아 거듭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의 흥행과 함께 아들 역을 맡은 허남준 김도훈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 연기력으로 이미 인정을 받은 손현주 김명민과 호흡을 맞추는 데다 두 사람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도 밀리지 않는 에너지로 호평을 얻었다.
이에 개인적인 인기도 실감을 하고 있는지 묻자 허남준은 "사실 크게는 못 느낀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3일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물어보셨는데 워낙 나갈 일도 없고 최근에도 스케줄만 하다 보니까 체감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인터뷰를 돌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느끼지 않나 싶다. 다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 지인들에게 연락이 많이 와서 '유어 아너'라는 작품 자체가 인기가 많구나 싶다"고 전했다.
허남준이 '유어 아너'에 출연하게 된 과정에는 소속사 대표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허남준은 "대표님이 꼭 했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고 해서 오디션 미팅을 보게 됐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큰 기대는 없었단다. 그는 "오디션을 잘 보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한 번 불러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얼렁뚱땅 된 느낌이다. 감독님께서는 내 이미지를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창 오디션을 많이 보고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어느 순간 오디션 연기가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상하게 몇 번 말리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긴장돼서 연기가 더 안 되고요. 이런 시기를 몇 번 겪고 나니 저절로 기대를 안 하게 됐죠. '유어 아너' 때도 똑같이 떨고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걱정하지 말라며 '생긴 게 김상혁이야. 얼굴에 나쁜 이미지가 있어'라고 격려해 줬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그렇게 허남준은 '유어 아너'의 마지막 퍼즐로 합류했다. 이미 완성된 라인업에 뒤늦게 캐스팅됐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뒤따르기도 했다. 허남준은 "정말 많이 떨렸다. 내가 '김명민 선배님의 아들'이라는 점이 기분 좋으면서도 부담이 더 컸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선배님은 항상 따뜻하고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장난도 많이 친다. 그래서 그런지 빠르게 긴장과 부담이 풀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허남준은 극 중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된 김상혁의 '성범죄' 과거가 드러나는 기점 전후로 나눠 캐릭터를 해석했다. 처음에는 이를 모르는 채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반까지는 김상혁의 허세와 악행 등에 서사를 입혀 그려내고자 했다.
특히 김상혁의 첫 등장은 모든 제작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했다. 어려운 미션 앞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역시 '아버지' 김명민이었다. 허남준은 "아버지께서 '상혁이가 가진 결핍을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힌트를 줬다. 상혁이만의 결핍이 있을 것이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허남준은 김상혁의 가족 관계와 어린 시절 성장 배경 등을 토대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점과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중반부 성범죄 사건이 나오면서 허남준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물론 살인도 나쁘고 돈 좀 있다고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점도 나빴다. 하지만 성범죄는 정말 아니지 않나. 그때부터는 그냥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시작점은 어느 정도의 결핍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악행이 쌓이면서 자신의 결핍은 중요한 게 아닌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요? 예상한 대로 흘러갔어요.(웃음) 아무도 저를 옹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저 또한 이해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아요. 조금이라도 무례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친구는 상종하지 말아야죠."
그런가 하면 인터뷰 말미 허남준에게 '유어 아너' 시청자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김도훈과의 '사고 영상'에 관해서도 물었다. 첫 방송 전 진행한 상영회 및 GV에서 두 사람이 귓속말을 하던 중 입을 부딪칠 뻔한 것.
이에 허남준은 SNS를 통해 돌아다니는 짧은 영상을 봐서 알고 있다며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명민 선배님이 이야기하던 중에 짧게 말을 전한다는 것이 서로 엇갈려 발생한 사고였다. 이를 보고 앞에서 호응을 해주니 더 뻘쭘했다. 다시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자는 마음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며 "그런데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나왔더라. 너무 화가 났다(웃음).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다. 도훈이와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부끄러워한 게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허남준은 '유어 아너'를 앞으로 정주행할 시청자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는 "인생이 살짝 지루하거나 마음의 여유가 넘쳐 어떤 자극적인 사건이 필요할 때,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열치열처럼 스트레스를 더 큰 스트레스로 누르고 싶을 때 꼭 봤으면 한다. 언제 봐도 속이 터져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작품이 공개된 후 10화가 벌써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봐준 분들을 비롯해 재미가 있다고 해주신 분들과 관심을 기울여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했는데 작품이 좋은 호평을 얻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기쁩니다. 이러한 성과가 작품을 위해 노력해 준 모든 분들에게 뿌듯함이 되고 기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나아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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