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화사는 하는 것마다 화제일 만큼 '핫'했다. 기존의 소속사를 떠나 지난해 싸이와 손잡을 때 그래서 더 많은 기대가 모였다. 그런데 1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은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한때 핫했던 화사'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이제 싸이와의 시너지는 물론이고 새로운 도약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게 새 앨범 'O(오)'다.
화사는 19일 오후 6시 미니 2집 'O'를 발매했다. 2020년 6월 발매한 첫 미니 앨범 'María(마리아)' 이후 4년여 만의 앨범이다. 싸이가 이끄는 피네이션으로 적을 옮긴 후 처음 발매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피네이션에서의 첫 앨범이지만 지난해 9월 발표한 싱글 'I Love My Body(아이 러브 마이 보디)' 이후 두 번째 활동에 나선다.
싸이의 피네이션으로 옮긴 지 1년이 넘었고 싱글이 아닌 미니 앨범으로 무게감을 더했다는 점에서 새 앨범 'O'는 화사의 역량과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또 싸이와 처음 호흡을 맞춘 'I Love My Body'가 예전 히트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상황에서 새 앨범은 화사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돌아보면 화사의 지난 10년은 팀으로도 솔로 아티스트로도 눈부셨다. 2014년 그룹 마마무로 데뷔해 팀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고 2018년 로꼬와의 협업곡 '주지마'를 비롯해 솔로곡 '멍청이'(2019), '마리아'(2020) 그리고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를 지나 지난해 8월 종영한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에 이르기까지 하는 것마다 잘됐다.
다만 지난해 피네이션으로 옮기기 전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댄스 유랑단'의 일환으로 한 대학교 축제 무대에 올랐는데 당시 펼친 퍼포먼스가 외설 논란을 일으켰고 또 12살 연상의 사업가와 열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는 이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당시의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 과정을 겪으며 발표한 곡이 'I Love My Body'다. 화사는 당시 마마무로 미주 투어를 하고 있었는데 싸이가 해당 곡을 보냈고 그 곡을 듣고 "기분이 환기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는 피네이션과 전속계약으로도 이어졌다. 싸이가 새 출발을 하는 화사에게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I Love My Body'는 국내 최다 이용자 수를 보유한 멜론에서 일간차트 최고 9위까지 차지하는 등 제법 인기를 끌었지만 11일간 1위를 했던 '멍청이', 최고 2위에 올랐던 '마리아'의 임팩트에는 못 미쳤다. 정식 활동 곡은 아니지만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안무 미션으로 홍보 효과가 컸던 'Chili(칠리)'는 최고 52위에 그쳤다.
이후 11개월이 더 지나 마침내 화사의 새 앨범이 나왔다. 화사는 자신의 자유분방함을 제대로 살려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유연한 세상을 앨범에 담았다. 타이틀곡 'NA(나)'를 비롯해 'Road(로드)' 'HWASA(화사)' 'EGO(이고)' 'OK NEXT(오케이 넥스트)' 'just want to have some fun(저스트 원트 투 해브 썸 펀)' 'O' 총 일곱 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NA'는 전작들인 '마리아' 'I Love My Body'의 연장선상에서 화사만의 주체적인 스토리가 담겼다. 화사는 '선 그따위 너나 가져 Not mine(낫 마인)'이라는 가사가 잘 드러내는 것처럼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당당한 걸음을 내딛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화사는 19일 새 앨범 발매 간담회에서 이 곡을 "'내가 짱이야'라는 곡도 아니고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다. 정말 나 자신을 드러내는 노래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담았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나 자신을 드러내면서 스스로에게 미치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유쾌하고 신나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히트곡 메이커 유건형부터 싸이(PSY), 안신애 등이 참여해 화사의 주체적인 스토리를 완성했다. 싸이는 유건형과 함께 메가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여러 곡으로 자신만의 유쾌한 바이브를 보여줬다. 두 사람이 함께 한 화사의 신곡 'NA'에서도, 특히 후렴구에서 싸이 특유의 색채가 묻어난다.
화사는 "녹음을 할 때 디렉을 싸이 오빠가 봐주시는데 아무래도 오빠 스타일이 조금 셌다. 의견 차이가 좀 있었는데 녹음을 하면서 내 스타일대로 계속 바꿔나갔다. 수차례의 재녹음이 이 곡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간이었고 그러면서 내가 제일 편한 느낌들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내 스타일대로 바꿨다"는 말처럼 화사는 싸이의 향기에 묻히지 않고 자신만의 바이브를 냈다. 화사는 "틀에 박혀 규칙대로 살고 싶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말할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주체적이다. 이는 싸이의 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사는 'NA'를 통해 자신의 자유분방함에 싸이의 유쾌함을 흡수했다.
본인은 "안무 디렉터 언니에게 '곡 작업 과정이 이미 너무 충만해서 행복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결과가 안 좋아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화사가 이 곡과 앨범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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