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약 19년 만에 돌아온 '내 이름은 김삼순'이 MZ 세대 시청자들의 마음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방영 당시 시청률 50%의 영광을 넘어 2024년에는 OTT에서도 순항 중이다. 현시점 트렌드를 반영해 재해석한 만큼 '내 이름은 김삼순'의 매력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가 지난 6일 웨이브에서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촌스러운 이름과 뚱뚱한 외모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전문 파티시에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김선아 분)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린 드라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2005년 MBC에서 방송된 드라마로 약 19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로코'(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레전드로 회자되고 있다. 이에 '내 이름은 김삼순'은 SD로 제공되던 기존 콘텐츠 화질을 4K로 업스케일링 및 리뉴얼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음질 개선과 자막 제공 등 콘텐츠 전반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거쳐 시각적 즐거움도 더했다.
"숨겨왔던 나의" OST로도 유명한 '내 이름은 김삼순'은 전형적인 '로코' 드라마의 형식을 띄고 있다. 김삼순은 방앗간 집 셋째 딸로,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으며 가식 없는 털털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바람 피운 전 남자 친구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지만 무너지지 않고 또 한 번 사랑에 도전하는 인물로 항상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작품은 삼순의 남자 친구 민현우(이규한 분)의 바람을 의심하고 호텔에 몰래 찾아가 뒤를 밟는 삼순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룸서비스를 주문한 현우로 인해 발각될 위기에 처한 삼순은 도망치려다 호텔 바닥으로 크게 넘어진다. 그냥 지나가길 원했지만 현우는 그가 삼순임을 깨닫고 바닥에 넘어져 있는 삼순을 일으킨다.
현우는 삼순에게 "언제부터 알고 있었냐"고 묻고 삼순은 꽤 오래전부터 그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대답한다. 크리스마스이브, 행복해야 할 날에 헤어진 삼순과 현우. 삼순은 화장실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며 이별의 아픔을 견딘다. 그때 누군가가 삼순이 들어가 있는 화장실 칸 문을 두드리게 되고 삼순은 사람 있다고 여러 번 외친다. 그럼에도 계속 노크 소리가 들리자 삼순은 화가 잔뜩 난 채로 문을 열었지만 밖에는 현진헌(현빈 분)이 서 있었다. 삼순이 들어온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이었던 것.
한편 현진헌은 결혼하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매번 맞선 자리에 나오지만 그는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끌려 나온 맞선 자리에 집중하지 못했던 진헌은 뒷자리에서 현우와 삼순이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그에게 흥미를 갖는다.
그의 얼굴을 알아본 진헌은 삼순에게 "변태냐"고 묻고 삼순은 남자 화장실에서 쫓겨나듯 도망친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삼순은 크리스마스이브 회사에서 일하던 중 무단 이탈한 걸로 인해 해고당하게 되고 한 프렌치 레스토랑에 면접을 보러 간다. 그곳에서 진헌과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게 됐고 삼순은 진헌의 얼굴을 기억하고 그를 피해 도망가지만 삼순이 실력 있는 파티시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진헌은 그를 채용하기 위해 쫓아간다.
뛰어난 제과 제빵 실력을 갖고 있던 삼순은 진헌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취업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한번 시작된다. 일을 제외하고 그 어떤 거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진헌은 결혼하라는 엄마의 말에 슬슬 지쳐간다. 그러던 중 의도치 않게 삼순과 같이 있는 걸 엄마가 목격하게 됐고 진헌은 이를 기회로 삼아 삼순에게 계약 연애를 제시한다. 때마침 돈이 필요했던 삼순은 5천만 원을 계약금으로 받은 뒤 그와 가짜 연애를 시작한다.
당시에 신드롬급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만 2005년 방영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작품을 바라본다면 클리셰처럼 느껴진다. '혐관'(혐오 관계)이었던 두 사람이 점차 사랑에 빠지는 것, 그 인연은 계약 연애로 시작된 것, 부자인 남자가 평범한 여자에게 계약 연애를 제안하는 것, 위암에 걸려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인물의 이야기까지. 보다 보면 다음 내용이 예측될 정도로 전형적인 클리셰의 성향을 띄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끌린다. 2배속과 몰아보기에 익숙한 현재 드라마 트렌드에 맞춰서 16부작이었던 이야기를 8부작으로 재편집했기 때문에 전개가 매우 빠르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모두 배제했기 때문에 삼순과 진헌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시대상에 따른 어색함과 오글거림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시에는 진헌이 굉장히 멋진 남자 주인공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두 여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나쁜 남자로 평가받는다. 감독 또한 진헌의 캐릭터를 어떻게 편집해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단다.
그래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는 여전했다. 지난 6일, 공개 당일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1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금토극으로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굿 파트너'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의 사이를 비집고 '내 이름은 김삼순'이 신규 유료 가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에는 사랑과 감정에 솔직한 김삼순의 매력이 있다. 방영 당시 '내 이름은 김삼순'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에 하나도 김삼순이었다. 30살이 노처녀라고 불리던 시절, 예쁘지 않은 외모와 촌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삼순은 모든 일에 항상 솔직했다. 늙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삼순이의 모습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삼순이는 결국 진헌과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지만 여러 위기에 봉착한다. 자신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희진과 진헌이 미국에 함께 간다는 말을 듣게 된 것. 삼순이는 희진을 찾아가 싫다고 솔직하게 표현하지만 진헌이를 보내준다.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은 진헌이지만 삼순이는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가게를 오픈한다.
또한 이야기 초반 자신의 이름이 너무 싫어 김희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할 줄 알고 최고의 파티시에가 된 김삼순. 그런 김삼순의 매력은 19년이 지나도 여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총 8부작으로 웨이브에서 전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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