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70년대는 남성 듀오가 만개했던 시기다. 4월과 5월, 둘다섯, 트윈폴리오, 투에이스, 어니언스, 하사와 병장, 버들피리 등 탄생 시기는 달라도 기타를 둘러멘 포크 장르 가수들이 앞다퉈 듀오로 활동하며 70년대 가요계의 주축을 이뤘다.
68년 태동한 남성 듀오 투에이스의 1기 멤버는 오승근과 홍순백이다. 71년 군 입대로 공백을 가진 홍순백은 전역 후에도 컴백하지 않고 아예 음악활동을 접었다. 이에 오승근은 74년 혼성 듀엣 블루진의 리더 임용재를 영입해 투에이스 2기로 새 출발한다.
그 무렵 투에이스(Two Ace)라는 팀 이름은 외래어 사용을 금지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한글이름 '금과은'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2기 멤버로 내놓은 투에이스의 컴백 음반(76년)은 당시까지 국내 남성 듀오가 발표한 최고 히트 사례를 기록했다.
총 12곡의 수록곡 중 타이틀곡 '빗속을 둘이서'는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지금도 금과은의 인생곡으로 아로 새겨져 있다. 김정호 작사 작곡의 이 곡이 폭발하면서 함께 실린 '사랑을 미워해' '미' '푸른 하늘 아래로'도 동시 히트했다.
'너의 맘 깊은 곳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고개 들어 나를 보고 살며시 얘기 하렴/ 정녕 말을 못 하리라 마음 깊이 새겼다면/ 오고가는 눈빛으로 나에게 전해 주렴/ 이 빗속을 걸어 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 아무도 없는 여기서 저 돌담 끝까지/ 다정스런 너와 내가 손잡고 라라~라라~'(투에이스 '빗속을 둘이서' 가사)
'빗속을 둘이서'는 각종 인기가요 차트에서 1위는 물론 5개월 이상 '톱5'에 랭크될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수록곡들은 팝과 포크, 트로트 창법이 골고루 스며 있어 학생층에서는 '미'의 인기가 많았고, 성인층 가요팬들 사이에서는 '사랑을 미워해'를 주로 애창했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팬층에서 폭넓게 사랑받은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투에이스는 그해 KBS, TBC 중창 부문상을 수상했고, 남성 듀오 사상 처음으로 76~77년 연속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스타덤에 오른 투에이스는 '떠나는 님아' '처녀 뱃사공' 등 옛노래를 리메이크한 성인 취향의 트로트풍으로 전향해 더욱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끌어안았다. 투에이스는 오승근이 임용재와 함께한 투에이스 2기를 통해 비로소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오승근이 투에이스를 처음 결성한 시기는 18살 때인 고등학교 재학시절이었다. 일찌감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았으며, 그는 80년 팀이 공식 해체된 후 솔로로 전향해 직접 작사 작곡한 '사랑을 미워해'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승근은 이혼의 아픔을 달래다 84년 배우 김자옥과 재혼해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90년 사업가로 변신하기도 했으나 97년 IMF 당시 부도를 내고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다. 2001년 '있을때 잘해'로 컴백한 뒤, 2012년 '내 나이가 어때서'의 대박 히트로 완벽하게 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