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진입장벽③] "시청자만? 업계도!"…'지리지널'에 아쉬움 토로


지니TV 진입장벽에 답답함 토로
'유어 아너' 이어 '나의 해리에게'도 오직 지니TV에서만 제공

유어 아너와 나의 해리에게가 지니TV를 통해서만 공개된다.

'좋은 작품이 있다, 입소문을 탄다, 시청으로 이어진다', 당연한 공식인데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여러 OTT가 등장하고 플랫폼 시장이 활기를 띠며 전 세계가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시대가 됐지만 대표적인 OTT를 제외하고는 접근부터 힘든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IPTV의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더욱 견고하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면 바로 지니TV다. 이른바 '지리지널'이라고도 불리는 지니TV의 뚝심 혹은 고집에 대한 다양한 이들의 시선도 짚어본다.<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KT스튜디오지니에서 제작하는 작품은 모두 ENA를 통해 방송되고 지니TV를 통해 공개된다. KT스튜디오지니는 2022년부터 여러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타율도 좋은 편이다. '마당이 있는 집' '남남' '유괴의 날' '악인전기' '크래시' '유어 아너' 등 호평을 얻는 데 성공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신병2'나 '악인전기' '야한사진관' 등은 다른 OTT에서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ENA와 지니TV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뒤늦게 입소문을 듣고 작품을 정주행하기 위한 시청자들은 끝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최근 방송 중인 '유어 아너'도 다른 OTT와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인기에 뒤늦게 풀리는 걸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지니TV 측은 "ENA와 지니TV를 통해 즐겨달라"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유어 아너' 후속작인 '나의 해리에게'도 지니TV 오리지널을 확정 지으며 다른 OTT를 통해서는 만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악인전기'에 이어 '유어 아너' '나의 해리에게' 등 기대작들이 계속해서 '지리지널 감옥에 갇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지니TV의 방침 때문에 탈주하는 시청자들도 생기고 있다. '악인전기' 때 느낀 답답함이 '유어 아너'로도 반복되니 차라리 애초부터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 입장에서도 지니TV 편성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면 탄식부터 터져 나온다. 한 번 겪은 이후에는 "두 번 다시는 지니TV 편성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아쉬움과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지니TV 오리지널 중 한 작품 제작발표회 때는 몇몇이 모여 '지니TV의 이러한 방침이 계속되는 게 맞나'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관계자 A 씨는 "시청자뿐 아니라 배우 본인 혹은 소속사 스태프들까지도 지니TV 이용자가 아니라면 접근하기가 어렵다. 고정 고객층을 만들기 위한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사실 유입이 돼야 시청자도 생기는 게 아닌가. 유입을 시킬 수 있는 문이 좁으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지니TV를 향한 아쉬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니TV

또한 작품 하나를 보기 위해 KT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셋톱박스를 설치 혹은 변경해야 하는 수고를 무릅쓸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아지며 TV 없이 오직 모바일을 이용하는 시청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관계자 B 씨는 "본가가 지방이다. 다행히 부모님이 지니TV를 이용 중이기 때문에 연결만 하면 나는 서울에서도 지니TV를 이용할 수는 있었다. 문제는 이 연결을 위해 시간을 내 본가까지 갔다 와야 했다"고 말했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답답한 실정이다. 홍보를 위해 리뷰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대본 읽기밖에 없었다. 상황의 여의치 않으니 링크 요청도 해봤지만 이마저도 적합한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아 홍보 활동이 순탄하지 않았다. C 씨는 "ENA 방송을 기다려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한 번 놓치면 재방송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나. 또한 방송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화면 캡처가 필요한데 TV를 보면서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물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계자도 있다. 또 다른 소속사 관계자 D 씨는 "편성이 어려운 시기에 방송이 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좋은 작품은 언젠가는 통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추후 OTT에 풀릴 수도 있으니 그때 돼서라도 많은 분들이 봐준다면 좋지 않은가. 지금 입소문을 통해 궁금증을 쌓아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바라봤다.

기자들 역시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한발 빠르게 콘텐츠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플랫폼의 벽에 막힌 것이다. 그나마 '유어 아너'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사실 지니TV 측으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타 OTT처럼 마찬가지로 일정 금액을 내고 가입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유독 평가가 박하다고 느낄 법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공 방식과 이용 환경이 엄연히 다른 IPTV인 지니TV를 OTT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한다는 점부터 잘못됐다고 바라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OTT를 통한 공개 등이라도 보다 더 열어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 지니TV 측은 오리지널 작품 중에서도 이미 여러 작품들이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을 통해 스트리밍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악인전기' '유어 아너' 등 몇몇 작품은 왜 OTT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했다. 지니TV 측은 "콘텐츠 성격에 따라 유통 정책이 상이 할 수 있다"며 정확한 기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KT스튜디오지니 김철연 대표 지난 4월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고객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겠다는 KT스튜디오지니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한 단계씩 나아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연 지니TV가 '고객의 가치 있는 시간'을 위해 진입장벽을 해소하고 '감옥'이라는 오명을 지워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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