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파격적인 변신의 연속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시는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만난 만큼 많은 애정을 기울여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 시간이 있기 때문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단다. 20대의 후반과 30대의 초반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와 함께해 그저 행복했다는 고민시다.
고민시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 연출 모완일)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미스터리한 손님 유성아 역을 맡은 고민시는 "공개된 후 식은땀 흘리면서 봤다. 저를 독방에 가둬놓고 고문하는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작품은 총 8부작으로 지난 23일 넷플릭스에서 전편 공개됐다.
고민시는 오디션을 본 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캐스팅됐다. 하지만 처음에는 선택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는 "캐릭터를 봤을 때 저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되도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2차 미팅을 하러 나가던 길이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사놓고 한 번도 안 신은 구두를 신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구두를 신고 갔는데 감독님께서 '구두가 너무 예쁘다'고 말씀해 주셔서 저는 '특별한 날에만 신는 거다'라고 대답했죠. 이때 감독님께서 신발을 보던 제 표정에서 유성아의 얼굴을 보셨대요. 제 모습에서 유성아를 느끼신 거니까 나도 감독님을 믿고 이 한 몸 내던져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고민시가 맡은 성아는 한여름 갑자기 나타나 고요했던 영하(김윤석 분)의 일상을 뒤흔드는 불청객이다. 한 아이와 함께 우연히 방문한 펜션이 마음에 들었던 성아는 시간이 오래 지난 후 다시 그 펜션에 방문한다. 이후 영하의 펜션에 계속 집착하며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킨다.
고민시는 이러한 성아의 감정선을 쫓아가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께서 후반부에 작두를 타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왜 이렇게까지 폭발하는지를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빌드업시켜야 시청자분들께 성아의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유성아를 연기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살인마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살인마의 이야기를 설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돌에 맞은 개구리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성아가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만 그걸 다 드러내려고 하진 않았어요. 성아가 가던 길에 우연히 그들이 있던 거고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도발하다가 대립하게 되는 인물이니까 그 점에만 집중하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고민시는 성아의 미스터리한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 캐릭터는 연기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부분이 정말 예쁘게 나와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정말 부담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스킨이 돋보이는 의상을 선택했어요. 뼈나 몸의 근육들이 동물적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의선(노윤서 분)이랑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도 척주뼈가 드러나는데 그런 모습들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캐릭터의 날것의 느낌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을 잘 살리고 싶어서 43kg까지 감량했어요."
성아는 전남편의 아들 시현을 영하의 펜션에서 살해한 뒤 다시금 그의 펜션을 찾는다. 이후 펜션이 자신의 것인 마냥 식물로 가득 채우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이곳저곳에 배치해 둔다. 또한 시현을 살해한 사실을 알고 있는 영하를 계속 위협하고 협박하기도 하며 그의 주변 인물들까지 피해를 준다.
특히 이야기 후반부에서 감정이 격해진 성아는 영하를 향해 '아저씨'라고 계속 외치며 울분을 토한다. 고민시는 "원래 대본에는 '아저씨 도대체 펜션에 언제 올 거예요?'라고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저씨'라고 반복하는 장면이 액션 장면과 연결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유성아의 감정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 장면이 임팩트가 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한 문장을 어떻게 표현할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압박감도 심해졌는데 현장에 믿고 맡기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근데 그렇게 대사가 나와서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모두 다 놀라면서 만족스러워하셨고 저도 재밌게 봤어요.(웃음)"
성아는 앞뒤 재지 않고 감정이 격해지면 격해진 대로 분출하는 인물이다. 미술 전시회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트럭을 몰고 와 현장을 풍비박산으로 만들기도 하며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살해하고는 파묻을 장소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시는 성아를 "두려움을 못 느끼는 친구는 아니다"라고 설명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인물의 전사가 두드러지는 장면이 많지 않다 보니까 전남편과의 대화나 아빠와의 통화를 통해 캐릭터를 유추해 볼 수 있잖아요. 성아는 영하가 도끼를 들고 찾아와서 위협을 할 때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면서 '이제 한국 뜰 거다'라고 얘기해요. 그때 성아만의 슬픔이 찰나에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성아는 전남편과 마주칠 때는 굉장한 두려움을 느껴요. 처음에 영하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총을 들고 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부터 불안함을 느끼죠. 그런 모습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고민시는 이런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는 성아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호평받았다. 그가 캐릭터를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연구했는지가 드러난 대목이었다. 고민시는 "성아의 캐릭터에 궁금한 점들이 많아서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다 보니 찰나에 지나가는 대사나 장면들이 모두 강렬하게 느껴졌다"며 "그런 부분들을 시청자분들도 잘 봐주시면 좋겠는 마음이다"라고 얘기했다.
"어떠한 캐릭터든 도전하는 거에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라는 확신이 생기면 몸을 내던지려고 해요. 외적인 분장이나 캐릭터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아요. 더 다양한 역할을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작은 비중이든 큰 비중이든 상관없이 아주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고민시에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단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3'로 한차례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바 있는 만큼 이번 작품을 계기로 또 성장하고 싶은 고민시다.
"너무나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함께 포스터에 제 이름을 같이 나란히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무엇보다 제 필모그래피에 20대 후반과 30대 시작을 이 작품으로 남길 수 있는 게 되게 큰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여를 안 한 부분은 없기 때문에 촬영하면서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여러모로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다 보니까 더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요. 굴하지 않고 계속 버텨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거센 폭풍이 몰아쳐도 살아남아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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