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178)] 둘다섯 '긴머리 소녀', 순수의 정수(精髓) 명곡


70년대 젊은이들의 애틋한 감정 고스란히 담은 노래
남성 포크 듀오 둘다섯, '밤배' '일기' 등 풋사랑 표현

70년대 젊은이들의 순수한 정서를 잘 표현한 긴머리 소녀는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노래로 꼽힌다. 원년 멤버 오세복(왼쪽)은 2021년 8월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현재 둘다섯은 마지막 주자로 뛰어든 이철식(오른쪽)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철식 SNS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둘다섯은 '긴머리 소녀' '밤배' '일기' 등 풋사랑을 그린 노래로 1970년대 인기를 누린 포크 듀오다. 7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약 40여년간 활동한 남성포크 듀오로, 예쁘고 소박한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 아름다운 화음이 최고 강점이다.

7080 명곡을 남긴 가수 '둘다섯'은 이두진&오세복으로 출발해 이두진&오영진을 거친 뒤, 오세복&이철식 멤버로 활동했다. 둘다섯이란 이름은 원년 멤버 이두진과 오세복의 성씨(이+오)에서 가져온 명칭이다.

오세복과 이두진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함께 가요계에 데뷔했다. 원년 멤버로 실제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70년대 젊은이들의 순수한 정서를 잘 표현한 '긴머리 소녀'는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노래로 꼽힌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이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긴 머리 소녀야/ 눈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의 긴 머리 소녀야/ 눈감고 두손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둘다섯의 '긴머리 소녀' 가사)

고 오세복(왼쪽)과 이두진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함께 가요계에 데뷔했다. 원년 멤버로 실제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이두진은 사업가로 변신해 팀을 떠났다. /앨범재킷

'긴머리 소녀'는 사실 둘다섯이 음반에 수록하기 전부터 '이제는'이라는 곡으로 대학가에 불려지던 노래다. '긴머리 소녀'로 출반되기 직전 바로 그해에 가수 이연실이 신세계 레코드사를 통해 부른 '이제는'도 남아있다.

'이제는 가야지 이 길을 가야지, 떨리는 두 손을 뒤로 감추고~'로 시작해 '눈먼 아이처럼 귀먼 아이처럼 다시 다시는 뒤돌아보지 말고~'로 이어지는 노래다. 두 곡 모두 오세복이 작사 작곡했다. 들을수록 가슴이 미어지는듯 애처로움이 스며있다.

실제로 들어보면 같은 노래임에도 둘다섯이 부른 '긴머리 소녀'와 이연실이 부른 '이제는'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둘다섯'의 노래가 정박자에 간략한 반주를 했다면, 이연실의 '이제는'에서는 톡톡 튀는 기타의 리드미컬한 스킬들이 들어있다.

74년 지구레코드사를 통해 발표된 이 둘다섯의 데뷔 앨범에는 타이틀곡 '긴머리 소녀'를 비롯해 '지금 어디에' '저별은 빛나고' '설레는 마음' 별하나 별둘' '종이인형' '밤배' '강변편지' '서울구경' '모래집' '인형의 사랑' '비가 와도' 등 12곡이 실렸다.

긴머리 소녀는 사실 둘다섯이 음반에 수록하기 전부터 이제는이라는 곡으로 대학가에 불려지던 노래다. 긴머리 소녀로 출반되기 직전 바로 그해에 가수 이연실이 신세계 레코드사를 통해 부른 이제는도 남아있다. 사진은 이연실의 음반재킷에 실린 모습. /앨범재킷

무엇보다 이 앨범에는 한국 포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자 국민 애창곡이 된 '긴머리 소녀'와 '밤배'가 수록돼 있다. 둘다섯은 이 한 장의 앨범만으로 70년대 포크 듀오 전성기를 활짝 연 주인공이 됐다.

음반을 내자마자 오세복이 군에 입대하면서 오영진이 합류해 부른 '장미'란 곡도 유명하다. 78년 오세복이 전역한 뒤 원년 멤버의 두번째 앨범(3집)을 발표하지만 '얼룩 고무신' 외에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80년 6월 발표된 4집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결국 해체의 길을 걸었다. 이두진은 사업가로 변신하고 미국 이민을 떠났던 오세복이 2000년 귀국해 하야로비 우영철과 둘다섯을 재결성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10여년 뒤 가수 김연숙의 '그날을' 작곡한 가수 겸 작곡가 이철식과 신곡까지 준비하며 새롭게 탄생을 앞두고, 2021년 8월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현재 둘다섯은 마지막 주자로 뛰어든 이철식이 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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