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자칫 비슷한 결의 역할일 수도 있었다. 도전과 변신에 대한 고민이 많은 배우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고민도 됐을 터다. 그러나 배우 김강우는 그 안에서 또 다른 변주를 주는 데 성공하며 '잘하는 걸 더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완성했다.
김강우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감독 박훈정)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폭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샘플을 뺏으려는 추격자 폴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폭군'은 지난 14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극 중 폴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가로채기 위해 한국으로 파견된 미국 정보기관 소속 비밀요원이다.
이날 김강우는 "OTT 시리즈로는 처음으로 인사드리게 됐다. 방송이랑 OTT에서 같이 공개될 때는 방송을 통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OTT로만 공개되니까 아직 직접적으로는 반응을 모르겠다 보니 궁금한 마음이 크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그래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다. 영화는 '관객수', 방송은 '시청률'이 있는 반면 OTT는 수치적인 결과에서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김강우는 "확실히 와닿는 반응이 느리다 보니 부담감은 크게 없더라"면서도 "근데 그렇기 때문에 궁금증은 더 끝없이 늘어난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폭군'은 당초 영화로 기획됐던 작품이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시리즈물로 노선을 틀었고 디즈니+를 통해 더 많은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김강우다. '폭군'은 '귀공자'가 이어준 인연이기도 했다. 그는 "'귀공자' 끝나고 얼마 안 돼서 '추어탕이나 한 그릇 하자'는 감독님의 연락이 왔다. 만나서 이런 캐릭터가 있는데 어떻냐고 물으시더라. 감독님과 하면 좋다고 했다. 이후 처음 폴 캐릭터를 보고 어떤 캐릭터든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겠다고 느껴 흥미로웠다. 다만 주어진 많은 것들을 내가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겁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폴은 기존에 보던 캐릭터랑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잘못하면 느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왜냐하면 폴 자체가 바닥에 붙은 캐릭터가 아니라 공중에 떠 있는 캐릭터 같았어요. 때문에 어떻게 조금 더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만드느냐가 제 숙제였어요."
한국인이면서 미국인이기도 한 폴 역할을 위해 김강우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했다. 이 부분이 가장 부담스러운 지점이기도 했단다. 그는 "사무적인 대사가 아니라 한 문장에도 감정이 실리고 비속어가 섞여 있어야 해서 깔끔하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정말 쉽지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강우의 우려와 달리 그가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부분은 호평이 잇따랐다.
"제가 외국 생활을 한 경험도 없던 터라 자연스러운 뉘앙스를 따라 하는 게 어려웠죠. 비결이요? 계속 듣는 수밖에 없었어요. 화장실에 있을 때, 차에 있을 때 심지어 샤워하면서도 들었을 정도예요. 저희 영화에 특기가 영어인데 러시아 갱 두목으로 나오는 배우가 있어요. 그 친구한테 대사 그대로 부탁해서 덕분에 연습할 수 있었어요.(웃음)"
또한 김강우의 폴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취조 장면에서 일련의 사건을 긴 대사만으로 설명하는데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려 약 2분간의 시간이다. 물론 어느 정도 화면 전환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2분의 시간을 한 배우의 스토리텔링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 안에서 몰입도까지 높인다는 건 쉽지 않다.
이는 김강우의 철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긴 대사를 직접 디자인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였다. 김강우는 "대사량이 많았을 때 지루해지는 순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사전에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해서 가는 편이다. 이번에도 높낮이까지 계산해서 리듬감을 살리고 화술도 그동안 써온 일반적일 때보다 빠르게 진행했다. 대신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들려야 했기 때문에 딕션에도 최대한 많이 신경을 썼다. 한 번 NG가 나면 리듬감이 완전 떨어진다. 때문에 NG 없이 한 번에 가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귀공자'의 한이사와 '폭군'의 폴은 전체적인 결이 비슷하다. 같은 감독의 작품에 유사한 캐릭터다 보니 겹쳐 보이진 않겠느냐는 우려가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김강우가 그 안에서도 세세한 변주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라는 믿음, 어쩌면 그래서 박훈정 감독도 김강우에게 폴이란 역할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1년간 쉼 없이 달려온 김강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 '귀공자', MBC 드라마 '원더풀월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에 김강우는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나오게 됐다. 분명 모든 작품 다 길게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언제 이걸 다 찍었지 싶을 정도로 시간이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열심히 일했구나 싶기도 하다"며 웃어 보였다.
"배우한테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그만큼 겁도 나요. 다음에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 어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죠. 항상 바꿔서 다른 느낌을 내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계속 고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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