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KBS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고 비판받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광복절에 방영하기로 한 가운데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방영 중단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4월혁명회·민족문제연구소·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언론노조 KBS본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적의 시작'의 역사왜곡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방영 결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KBS는 오는 1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기적의 시작'(감독 권순도)를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개봉한 이 영화는 누적 관객 2만여 명에 그쳤고, 이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했으나 객관성 부족 등의 이유로 '불인정' 판단을 받기도 했다.
이날 이들 단체는 이 영화에 대해 "이승만을 국민만 생각한 청렴한 정치인이고 그의 하야는 국민을 생각한 위대한 결단인 양 미화하고 있다"며 "독립운동, 건국, 산업화 등 이 모든 것들이 이승만의 공이라는 것으로 최소한의 균형감각과 성찰 없이 오로지 칭송과 미화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 4·3과 여순사건을 남한 내 좌익세력이 주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설을 방해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이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정립된 역사를 명백히 뒤집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올바른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하는 공영방송이 방영하기엔 문제가 많은 영상"이라며 방영에 반발했다.
편성 과정에서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해당 영화 방송권 구매와 편성 얘기가 나오자 KBS 제작진 내부에서 큰 반발이 있었다"며 "방영 관련 우려사항을 수차례 보고했지만 편성본부장은 이를 묵살했고 담당 국장이 직접 기안하게 하는 등 기이한 형태로 방송권 구매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기적의 시작' 편성과 관련해 KBS는 "편성본부에서 독립적인 편성권에 의해 방송 편성을 결정했다. 광복절을 맞아 다양성 측면에서 해당 다큐 영화를 선정, 방송하게 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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