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오유진'] 피겨 스케이트화를 벗고 오른 배우의 길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피싱' BJ 썬자 役으로 열연
"보증 수표 같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

배우 오유진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세상에 있는 예쁜 말들을 모두 차곡차곡 모은다면 아마 오유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보고만 있어도 미소 짓게 만들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쩌면 오유진에게 연기도 그러했을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향해 달리던 오유진은 사고로 인해 선수의 꿈을 접게 됐고 그 당시 좋아했던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시간을 바탕으로 지금의 배우 오유진이 탄생했다. 피겨 스케이트화를 벗어 던지고 오른 배우의 길이 그저 즐겁고 재밌다는 오유진이다.

오유진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극본 경민선, 연출 최병길)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 '피싱'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BJ 썬자 역을 맡은 오유진은 이날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5일 전편 공개된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뒤틀린 타로카드의 저주에 갇혀버리는 잔혹 운명 미스터리를 그린 작품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그중 오유진이 열연한 '피싱'은 위험한 방송을 서슴없이 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후 남자들을 낚시해 골탕 먹이는 방송을 계획한 BJ 썬자가 오히려 누군가의 덫에 걸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광기로 치닫는 에피소드다.

오유진은 극 중 인기를 위해 수위를 넘나드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BJ 썬자 역을 맡았다. 썬자는 오직 인기를 위해서라면 도덕적인 기준도 없이 위험한 장난을 감행한다. 도를 넘는 수위를 조절하자는 자신의 매니저 경태(김기리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썬자는 홀로 라이브 방송을 켜고 채팅남을 모텔로 유인한다.

썬자의 캐릭터 특성상 오유진은 많은 욕설과 수위 높은 대사를 소화해야만 했다. 또한 솔직한 성격을 가진 탓에 엄청난 막말도 내뱉어야 했고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이기심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했다.

작품에서 마주한 썬자의 느낌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이를 이질감 없이 완벽하게 소화한 오유진의 본모습이 더 궁금해졌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오유진은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조곤조곤한 말투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질문을 들으면서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한 뒤 차분히 대답하는 오유진의 표정에서는 긴장감 가득한 설렘도 느껴졌다.

배우 오유진이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 피싱에서 열연했다. /STUDIO X+U

마치 얼굴을 새롭게 갈아 끼운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다른 사람이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이톤에 광기 가득한 눈빛, 강렬한 욕망을 담은 썬자의 모습은 그 잔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오유진은 "썬자는 제가 한 번도 보여드리지 않은 캐릭터다. 그동안은 교복 입은 학생처럼 일상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썬자는 이와 상반된 캐릭터"라며 "대본을 읽었는데 '진짜 매력 있다"고 느꼈다.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각오가 더해져서였을까. 오유진은 썬자의 대사 중 90%를 모두 애드리브로 소화했다. 대본에는 욕이 많지 않았지만 썬자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오유진은 욕 애드리브를 많이 준비해 갔다. 감독님 또한 그런 부분을 좋게 봐줘서 추가된 대사가 더욱 많았단다.

썬자를 떠올린 오유진은 촬영하는 때만 생각해도 즐겁고 행복한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분 좋은 긴장감도 느껴졌다. 하지만 파격적인 변신을 해야만 했기에 부담감도 컸다. 그러나 오유진은 '연습 만이 살길이다'라고 생각하며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 콘텐츠도 많이 찾아봤다. 실제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썬자의 역할에 몰입할 수 있게 작품 홍보 차 직접 SNS에서 라이브 방송도 해볼 정도였다.

"원래 파격적으로 도전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근데 이번에 썬자 역을 하면서 내적·외적으로 모두 연기 변신을 해보다 보니까 거부감이 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이제 또 파격적인 캐릭터를 맡더라도 이전에 있던 두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피싱은 지난 30일 U+모바일tv에서 공개됐다. /방송 화면 캡처

오유진은 작품 초반에는 이런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지만 대본 리딩을 진행하면서부터 90% 이상 사라졌다고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갔음에도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대본 리딩 때 많은 이들이 썬자를 잘 만들어줬다고 말해주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단다.

"캐릭터가 막 태어난 아이가 아닌 이상 살아온 인생이 있잖아요. 그게 작품에서 드러나지 않다 보니까 제가 따로 설정했어요. 얘가 평소에 어떤 말투를 쓰고 또 어떤 음식을 먹고 어디를 자주 가고 MBTI는 무엇이고 이런 것들이요. 썬자는 MBTI를 ENFP로 설정했어요. 통통 튀는 성격과 잘 맞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많은 고민 끝에 만들었는데 많이 칭찬해 주셔서 '나 썬자 잘 만들고 있구나'라는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웃음)"

오유진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의상이랑 헤어스타일에서도 많은 변주를 줘야 했다. 그는 "염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내가 이런 머리색이 어울릴까?'라는 걱정도 많았다"며 "썬자는 굉장히 화려하고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야' 이런 느낌이 강한 애라 무엇을 하더라도 다 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화하려고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적응이 돼서 괜찮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장면에 사용되는 마네킹을 만들기 위해서 5시간 정도 제 몸으로 석고 본을 뜨기도 했어요. 좀 힘들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렇게 뜨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너무 리얼한 거예요. 좀 '불쾌한 골짜기'(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 같기도 했는데 묘한 경험이었죠."

배우 오유진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자칫 잊을 뻔한 게 있었다. 연기하는 걸 보면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피싱'은 오유진의 첫 주연작이다. 썬자의 1인칭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가 극 전체를 이끌어가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을 터. 여기에 지금껏 해보지 않은 역할까지 도전해야 했으니 그 마음은 2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오유진은 이 모든 걸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건 그가 지금껏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8년부터 단편 영화에 출연해 연기 활동을 시작한 오유진은 '신의 퀴즈: 리부트' '방법' '여신강림' '다크홀' 등에 출연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특히 2022년에 방영된 '뉴연애플레이리스트'에 무려 1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 도민주 역에 캐스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오유진은 당초 배우를 꿈꾸지는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피겨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되기로 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기는 좋아하는 드라마와 영화의 일부 장면을 따라 해보는 것에 불과했다. 그저 재미만 있었다. 그러던 중 친 오빠가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자 오유진도 연기 학원의 존재를 인식하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근데 이때 오유진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후유증으로 인해 피겨 스케이트를 더는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모님은 혹시 다른 꿈이 있냐고 물었고 오유진은 배우를 꿈꾼다고 다시 한번 강력하게 말했다. 이 일을 계기로 오유진은 연기 연습을 시작했고 지금의 배우 오유진이 탄생했다. 오유진은 "되게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창 독립 영화와 단편 영화를 찍을 때는 혼자 20살 때 캐리어를 끌고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놀지도 않고 일만 많이 했죠. 그때부터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오는 것 같아서 '잘 하구 있구나' '기특하다' '앞으로 안주하지 말고 더 높이 올라가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힘들었던 시기를 뒤로하고 마주하게 된 배우의 길.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이 될 '피싱'. 누구에게나 '처음'은 오래 기억되는 법인 만큼 오유진에게 '피싱' 또한 남다른 의미로 기억될 것 같단다.

"'썬자 같은 역할을 앞으로 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로 남을 것 같아요. 이걸 계기로 앞으로는 시청자분들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유진이 나오면 무조건 봐야지' '연기 너무 잘한다'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보증된 수표 같은 배우를 목표로 더 열심히 할 테니 예쁘게 봐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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