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전도연의 차가운 얼굴 속 뜨거운 복수심[TF씨네리뷰]


오승욱 감독이 꺼낸 지창욱·임지연의 새로운 얼굴

7일 개봉한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야말로 전도연의, 전도연을 위한, 전도연에 의한 '리볼버'다. 가장 차갑고 건조한 얼굴을 한 그가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해 총을 장전한 채 집요하게 달리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발휘한다. 한 여자의 분투기를 색다른 누아르로 그려낸 만큼 기대 이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예상 밖의 확실한 재미를 느끼며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작품이 등장했다.

7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뢰한'(2015)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와 절제된 연출로 호평을 들었던 오승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은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경찰 수영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과거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이게 되고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돈 7억과 서울 아파트를 주겠다는 제안에 이를 받아들인다.

전도연은 무뢰한 이후 9년 만에 오승욱 감독과 재회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갑고 건조한 얼굴을 꺼낸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2년이 지난 후 수영의 출소일에 교도소 앞까지 그를 찾아온 사람은 보상을 약속한 앤디(지창욱 분)가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윤선(임지연 분)뿐이었다. 이에 일이 잘못됐다고 직감한 수영은 과거 입주 예정이었던 아파트로 향하지만 여기서도 처음 듣는 이름인 황정미가 집의 소유자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수영은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보상을 약속한 앤디를 비롯해 해당 일에 얽히고설킨 인물들을 만나면서 교도소에서 지냈던 2년 간의 공백을 채워나간다.

그러면서 하수영은 앤디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을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그가 보상을 약속받은 돈 7억과 서울 아파트를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작품을 이끄는 전도연의 차갑고 건조한 얼굴이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텅 빈 눈빛부터 대가를 받기 위해 뒤도 보지 않고 직진하는 독기까지 장착하며 무표정한 얼굴 위에 다층적인 감정을 입혀내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다. 꽤 길게 엔딩을 장식한 전도연의 얼굴은 깊은 여운까지 선사한다.

지창욱과 임지연은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지만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일명 '향수 뿌린 미친개'라고 불리는 앤디로 분한 지창욱은 나올 때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값비싼 치장을 하고 수려한 외모를 뽐내다가도 광기에 사로잡혀 긴장감을 유발하고 지질한 얼굴까지 소화한다. 대중에게 잘생긴 외모 외에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는 것을 각인시킬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창욱(위쪽)은 일명 향수 뿌린 미친개라고 불리는 앤디 역을 맡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여기에 임지연은 전도연과 신선한 케미를 형성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수영과 정반대되는 분위기를 뽐내는 윤선을 연기한 임지연의 활약도 눈에 띈다. 그동안 송혜교 김태희와 좋은 합을 보여주면서 '여배우 컬렉터'라고 불린 그는 전도연과 신선한 '케미'를 뽐내며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여기에 김준한 김종수 정만식을 비롯해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등 반가운 얼굴들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야말로 연기 구멍은 찾아볼 수 없는 배우들이 뭉쳐 연기 향연을 펼친다.

'리볼버'는 오승욱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무뢰한'에 이어 다시 한번 전도연과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서 2년 간의 복역을 마친 후 아무것도 없이 세상에 나온 인물이 자신의 피와 뼈 그리고 육체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투명 인간으로 시작해 보이는 인간이 되는 하수영의 승리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다만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이야기가 캐릭터들의 대사로만 풀어지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간도 있다. 특히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기대했다면 실망하는 이도 등장할 수도.

그럼에도 오승욱 감독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스타일리시한 새로운 범죄 장르물을 스크린에 걸었다는 것은 반가움을 안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대사들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예상외의 웃음도 안긴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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