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시작은 창대했다. 200억 원의 공개 살인 청부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서사가 진행될수록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라는 이미지는 지울 수가 없다. 작품을 뒤집을 만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오는 31일 첫 공개를 앞둔 디즈니+와 U+모바일tv에서 동시 공개되는 새 오리지널 시리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극본 이수진, 연출 최국희)은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유재명 분)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 살인 청부가 벌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작품은 도축업자 윤창재(이광수 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잔뜩 겁에 질린 채 숨어 있는 윤창재. 그와 동시에 한 남성이 윤창재를 다정하게 부르며 칼을 들고 들어온다. 남성은 "(돈을) 반반 나누자. 아니 6:4로 주겠다"며 윤창재의 귀를 자르려고 달려든다.
이는 의문의 가면남의 룰렛 게임으로부터 시작됐다. 먼저 가면남은 룰렛을 돌려 다음 타깃을 결정한다. 이후 타깃을 죽일지 혹은 특정 부위를 자를지를 결정한 뒤 이 행위를 한 누군가에게 수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첫 타깃은 윤창재였다. 윤창재는 계속해서 도망쳤지만 남성으로 인해 귀가 잘리게 된다.
이와 함께 경찰 백중식(조진웅 분)이 등장한다. 투자 사기를 당해 한순간에 길바닥에 나앉을 신세가 된 백중식. 이곳저곳에 돈을 꾸러 다니지만 그마저도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던 중 윤창재 사건을 전담하게 되고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의 집에 방문했다가 10억의 현금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때 집에 들어온 용의자를 쫓다가 그는 계단에서 넘어져서 사망하게 되고 백중식은 그 찰나에 용의자의 집에 방문해 10억을 훔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돈은 윤창재의 귀가 잘린 뒤 가면남으로부터 받은 돈이었다. 의식을 회복한 윤창재는 남성 집으로 와서 돈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사라진 걸 알게 된다. 윤창재는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백중식이 돈을 가져갔음을 알게 되고 그에게 해당 블랙박스 영상을 보내며 돈을 가져오지 않을 시 영상을 배포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가면남은 또 한 번 룰렛을 돌리게 된다. 다음 타깃은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 귀를 자르는 것에 불과했던 윤창재와 달리 룰렛의 바늘은 김국호를 살인하는 걸 지목했고 이에 따른 보상금은 200억이다. 이에 시민들은 희대의 흉악범인 김국호를 살해하기 위해 몰려들게 되고 김국호의 출소와 동시에 백중식은 그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김국호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반성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백중식은 김국호에게 매번 분노한다. 김국호는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징역을 다 살고 나왔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만 백중식은 그런다고 죄가 없어지냐며 강한 분노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미 시민들은 김국호의 집 근처에 몰려든 상태였고 그를 추방해야 한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백중식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보호하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팀 막내 두 명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백중식을 비롯한 여러 경찰들은 김국호를 보호한다.
작품은 각 에피소드마다 극을 이끄는 주요 캐릭터가 다르게 설정돼 있다. 각자의 목적이 다른 캐릭터들의 관계성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김국호의 보호 업무를 맡게 된 백중식의 서사를 시작으로 그의 변호를 자처한 변호사 이상봉(김무열 분), 김국호를 발판 삼아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는 호산 시장 안명자(염정아 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어 김국호의 아들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서동하(성유빈 분), 김국호를 죽이러 한국으로 온 킬러 미스터 스마일(허광한 분), 김국호 이전에 첫 번째 타깃이자 다시 시작된 게임의 200억 원 살인 보상금을 노리는 윤창재, 많은 신도들에게 신망과 존경의 대상인 대형교회 젊은 목사 성준우(김성철 분)까지. 대국민 살인 청부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키는 8인의 이야기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200억 원을 둘러싼 공개 살인 청부라는 파격적인 소재.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서사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정체 미상인 가면남의 존재와 흉악범을 놓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건 '국민사형투표'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가면남이 게임을 전반적으로 진두지휘한다는 점은 '오징어게임'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래서 끌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김국호로 분한 유재명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을 오히려 보호해야 한다며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는 것부터 위험하니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경찰에게 술을 마신 뒤 고집을 부리며 마트를 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다툼하는 모습까지. 시민들 앞에서는 눈물의 호소와 사과를 했음에도 그 사과문부터가 애초에 경찰이 만들어낸 거짓이었다는 점과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초밥을 먹는 모습 등은 김국호를 향한 분노를 끌어올린다.
김국호의 서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를 소화하는 유재명의 뛰어난 연기가 극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자신은 징역을 모두 다 살았다며 아무렇지 않아 하는 뻔뻔함, 경찰이 자신을 보호하는 경호 업체인 것마냥 행동하는 것부터 변호사 이상봉과 함께 세상 다 가진마냥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 등을 다채로운 표정 연기로 극대화했다.
여기에 김국호로 인해 딸을 잃은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김국호를 향한 분노감은 더할 나위 없이 커져만 간다. 시민들은 살인 보상금이 걸려있는 것보다도 희대의 흉악범인 김국호를 처단해야 한다는 쪽에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살인 청부는 정당화될 수 없는 거지만 김국호를 타깃으로 결정한 가면남의 룰렛 게임을 두고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무한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극을 끝까지 몰입감 있게 끌고 가려면 이 익숙한 이야기에 추가적인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듯하다. 이야기는 다소 빠른 텐션으로 진행돼 치밀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의 연속이라는 이미지는 지울 수 없다.
그렇기에 작품 전반부까지 등장하지 않은 킬러 미스터 스마일과 목사 성준우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질 따름이다. 무엇보다 돈만 주면 어떤 것이든 하는 킬러의 등장으로 김국호 공개 살인 청부가 어떤 전환점을 맞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작품은 총 8부작으로 31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디즈니+와 U+모바일tv에서 2회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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