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달려온 '스위트홈'이 피날레인 시즌3를 공개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K-크리처물의 탄생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는 데 일조했던 '스위트홈' 시리즈다. 결코 짧지 않은 5년이란 세월 장기간 프로젝트에 도전했던 '스위트홈'의 처음과 끝 그리고 그 여정이 가져다준 의미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스위트홈'의 5년 여정이 마침표를 찍었다. 도전에 가까웠던 시리즈는 인기에 힘입어 장기 프로젝트가 됐고 여러 방면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세우며 초석을 다졌다. 물론 호평만 있었던 건 아니다. 때로는 애정 어린 질타도 받으며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스위트홈'이다. 마침내 피날레를 장식한 '스위트홈' 시리즈, 5년의 여정을 돌아봤다.
'스위트홈'의 시작은 지난 202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던 작품은 누적 조회 수 12억 뷰를 달성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내세운 작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사전 작업에만 8개월이 걸렸다. 당시 넷플릭스는 '킹덤' 시리즈를 비롯해 '좋아하면 울리는' '나홀로 그대'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차례차례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킹덤'이 전 세계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K-콘텐츠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에 힘입어 '스위트홈'은 K-호러물을 넘어 '한국형 아포칼립스 크리처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만들 수 있다는 또 다른 가능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개 당시 원작팬들의 아쉬운 평가도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의 장르적 한계를 벗어나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해외 성적까지 주목받으며 단숨에 화제작이자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스위트홈' 시즌1은 해외 13개국 1위, 70개국 이상 톱10 진입,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10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크리처물 장르에 한국적인 정서를 적절하게 녹여낸 작품이 과연 해외에서도 통할까?'라는 질문에 수치와 성적으로 응답한 '스위트홈'이었다.
이에 힘입어 '스위트홈'은 시즌2, 3 제작을 확정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야 했던 만큼 이응복 감독과 제작진은 '세계관 확장'을 선택했다. 이에 이응복 감독은 원작 김칸비 작가의 자문을 받아 원작 속 숨겨진 설정 등에 기반해 드라마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
세계관이 확장되다 보니 내용도 방대해졌다. 촬영 기간만 1년이 걸렸으며 편집 등 후반 작업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제작은 동시에 진행했지만 공개는 시즌2, 3로 나눠서 시청자들을 만났다.
먼저 '스위트홈' 시즌2는 딱 3년 만인 지난해 12월에 돌아왔다. '스위트홈2'는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차현수와 그린홈의 생존자들 그리고 또 다른 존재의 등장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들까지 새로운 욕망과 사건, 사투를 그렸다.
그린홈에 한정됐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부터는 그린홈을 벗어났다. 밤섬 특수재난 기지와 생존자들이 모인 스타디움 등 여러 장소가 추가돼 확장된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시즌1 주역이었던 인물들 역시 각각의 장소로 흩어졌다. 이와 함께 괴물화를 연구하는 관계자와 연구자들, '괴물전담부대'인 까마귀부대의 군인들, 야구 스타디움을 채운 생존자들도 등장해 다층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걸까.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며 혹평이 주를 이뤘다. 그린홈을 벗어났던 게 문제였던 건지 갑작스럽게 너무나 많은 인물이 등장한 데다 이들의 부족한 개연성과 서사는 시청자들의 집중과 몰입을 분산시켰다. 새 인물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반대로 시즌1의 주요 캐릭터들의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인간과 괴물의 모호한 특성을 가지며 메인 주인공으로 활약해야 할 현수의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고 이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로 이어졌다.
또한 시즌1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인간들의 사투라는 큰 틀 안에서 여러 사건들이 긴장감 있게 그렸다는 점이다. 반면 공간적 배경이 넓어진 시즌2에서는 앞선 특성이 희미해졌다. 새로운 재미를 찾아야 하는데 비교적 산만한 스토리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시즌2가 시즌3을 위한 빌드업 격이 되다 보니 펼쳐진 이야기들은 많은데 제대로 마무리 된 건 거의 없었다. 시청자들로서는 시즌3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던 '스위트홈'은 8개월 만인 지난 19일 시즌3를 공개했다. 물론 시즌2, 3가 함께 제작된 만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적었다. 그럼에도 시리즈의 피날레인 만큼 이응복 감독과 제작진은 그 안에서 비판은 최대한으로 수렴하며 최선의 결과를 내고자 노력했을 터다.
이같은 진심을 알아서인지 시즌2에 비하면 시즌3는 다시 한번 반가움을 자아냈다.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이은혁(이도현 분)의 반가운 등장을 비롯해 시즌1 주역들의 깊어진 서사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성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극했다.
다만 시즌2의 패착인 산만함과 개연성 등에 대한 혹평을 지워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시즌2의 빌드업이 충분하지 않았던 건지 시즌3에서도 초반부까지는 세계관 서사를 보여주는 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 '떡밥' 회수도 다소 갑작스럽게 전개되고 어느 순간 마무리가 돼 있다. 또한 마지막까지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의 필요성을 납득하긴 힘들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작품 흥행과는 별개로 '스위트홈'은 한국 드라마에 많은 것을 남겼다. 크리처 액션물은 한국에서는 '불모지'라고 할 정도로 제작에 있어 생소하고 힘든 장르다. '스위트홈' 또한 "방송되는 것이 목표"라는 이응복 감독의 말처럼 모험이었다. 하나의 크리처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크리처를 고안해 내야 했기 때문에 더욱 험난한 제작 과정이었을 터다. 특히 시즌1 당시 미국의 시각효과 전문업체의 힘을 빌렸다면 시즌2, 3부터는 국내 기술로만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도전에는 여러 입력값이 들어간다. 많은 이들의 열정은 물론이고 노고와 시간, 경제적인 비용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혈도 불가피했다. '스위트홈'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이라는 단어를 완성했고 소중한 자산을 얻고 남겼다.
처음이었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그만큼 다소 엄격한 기준에서 평가를 받기도 했던 '스위트홈'이다. 지난했지만 뜻깊었고 그렇기에 유의미했던 '스위트홈'의 5년 여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