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에 입성했던 조여정은 '타로'로 5년 만에 재입성했다. 탄탄한 서사와 훌륭한 연출력에 극의 중심을 이끈 조여정의 연기력이 더해져 시너지가 발휘됐다. '칸 여제'의 위엄을 보여준 조여정이다.
조여정은 지난 15일 공개된 U+모바일tv 새 오리지널 시리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극본 경민선, 연출 최병길) 첫 번째 에피소드 '산타의 방문'에 출연했다. 작품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뒤틀린 타로카드의 저주에 갇혀버리는 잔혹 운명 미스터리다. 현실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불현듯 나타난 타로카드의 예견에 섬뜩한 운명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그중 조여정의 '산타의 방문'이 가장 먼저 시청자들과 만났다.
'산타의 방문'은 홀로 딸을 키우는 워킹맘 지우(조여정 분)와 집에 남겨진 어린 딸에게 벌어지는 이상하고 섬뜩한 크리스마스의 미스터리를 그린다. 작품은 올해 열린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 부문에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K콘텐츠로 이름을 올렸다. 일찌감치 작품성과 완성도를 전 세계에서 먼저 인정받았던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다.
조여정은 극 중 홀로 딸을 키우는 워킹맘 지우 역을 맡았다. 지우는 우연히 타로카드를 주운 뒤 마트 캐셔로 취업에 성공하면서 행운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 혼자 있을 딸에 대한 걱정과 함께 예상치 못한 불운이 연이어 찾아온다.
딸 미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지우는 문득 릴리의 존재에 대해 묻는다. 미나는 "릴리는 사람들 없을 때만 나타난다. 집에 놀러 온 적도 있었는데 엄마가 못 봤다"고 웃으며 말한다. 이에 지우는 미나가 스스로 만든 가상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다음날 지우는 식당에서 모친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나는 말을 잘 지어낸다. 나중에 소설가 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이에 모친은 "다 널 닮아서 그런 거다. 거짓말 지어내는 거는 너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고 의미심장하게 답한다.
크리스마스 당일 마트 캐셔로 일을 시작한 지우는 혼자 있을 미나가 걱정돼 전화를 건다. 하지만 미나는 "릴리 말고 다른 친구가 왔다.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며 들뜬 마음을 표현한다. 이에 지우는 당황하며 "문을 열어준 적이 있냐"고 물었고 지우는 "문 열어준 적 없다. 산타 할아버지가 창문으로 내려왔다"고 답한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손님이 왔고 지우는 찝찝한 마음으로 일을 이어간다.
하지만 일에 집중할 수 없던 지우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미나에게 "잘 놀고 있냐"고 문자를 보낸다. 이때 미나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도 줬다"며 인형 사진을 보낸다. 릴리 이야기처럼 단순한 거짓말일 거라 생각했던 지우는 진짜 집에 누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미나의 문자에 섬뜩함을 느낀다.
계속 미나와 문자를 하던 지우는 매니저에게 혼나게 된다. 결국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창고로 와서 자신의 전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전남편은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에 지우는 미나와 영상 통화를 한다. 아무렇지 않게 예쁜 옷을 입은 뒤 지우에게 발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미나.
흐뭇하게 보며 안심하다가도 지우는 문득 이 영상을 찍어주는 누군가가 있음을 깨닫는다. 이에 "이거 누가 찍고 있는 거야?"라고 묻자 영상통화는 곧바로 끊긴다.
결국 지우는 일을 중간에 정리한 뒤 미나를 찾기 위해 집으로 온다. 이와 함께 지우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기회와 행운의 카드, 역방향의 의미는 상실과 불운"이라는 타로카드가 등장하며 막을 내린다.
작품은 러닝타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텐션과 호흡으로 진행된다. 특히 지우의 시선에서 서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의 감정선을 따라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조여정의 연기력이 작품에 몰입감을 더한다. 그는 시시각각 변주하는 지우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따뜻함과 섬뜩함을 오가는 모성애 연기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여정은 산타 할아버지와 같이 있다는 미나의 말에 혹시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떨리는 눈빛과 호흡으로 표현했다. 또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연신 들여다보는 모습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상황을 긴박하게 만드는 배경 음악까지 더해지니 섬뜩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그리고 이내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마주하게 된 조여정의 눈빛에는 공허함부터 해탈함까지 다양한 감정이 묻어 있다. 떨리는 목소리와 호흡 사이의 작은 공백 등이 그가 마주한 운명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다소 빠르게 진행되지만 조여정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작품에 궁금증을 남기지 않게 해준다. 왜 그가 '칸의 여제'인지를 납득하게 해주며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불어넣어 준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의 '산타의 방문'이다. 지난 15일 U+모바일tv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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