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현철은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그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투병을 이어오다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가수 현철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가요계가 추모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
후배 가수 설운도는 "수년전부터 몸이 불편해 투병해오신 건 맞지만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하면서 뒤늦게 입지를 다진 분이라 투철한 의지로 다시 돌아오시길 기대했다"면서 마음 아파했다.
현철은 15일 세상을 떠났지만 16일 공식적으로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구의동 혜민병원에 임시 안치됐다가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장례가 진행될 예정이다. 향년 82세.
여러 가수 후배들 중에서도 설운도한테는 더 각별했다고 한다. 부산이 같은 고향인데다 80년대 이후 송대관 태진아와 함께 트로트 4대천황으로 불리며 정통 트로트를 주도해온 가요계 맏형으로서 든든한 언덕이 돼 줬기 때문이다.
1942년생인 현철은 27세 때인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했지만 당시 인기를 끌던 나훈아 남진 등과 달리 무명 가수생활을 오래 한 불운의 가수였다.
그룹 '현철과 벌떼들'을 결성하고 리더로 활동한다. 당시 대중적 트렌드였던 팝송을 리메이크해 클럽 등에서 불렀는데 인지도는 미미했지만 특유의 보이스 컬러로 주목을 받았다.
80년 그룹을 뛰쳐나와 다시 솔로로 전향한 뒤 드디어 기회를 맞았다. 그룹시절 아내를 생각하며 불렀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으로 마침내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 뒤인 83년 '사랑은 나비인가봐'를 발표하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현철만의 구성진 꺾기 창법과 부드러운 보이스 가창력의 진수를 보여줬고, 다시 5년 뒤인 88년에 발표한 '봉선화 연정'의 폭발적 인기로 그는 봉황의 날개를 단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그리움을/가슴깊이 물들이고/ 수줍은 너의 고백에/ 내 가슴이 뜨거워/ 터지는 화산처럼/ 막을 수 없는 봉선화연정'
'손대면 톡하고 터질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김동찬이 작사하고 박현진이 작곡한 '봉선화 연정'은 가삿말부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곡으로 KBS 가요대상을 수상하면서 20년의 무명 시절을 떠올린듯 눈물을 펑펑 쏟아내 시청자들까지 울렸다.
감미로우면서도 편하고 애절하게 와닿는 리듬, 현철의 독특한 바이브레이션 창법에 실려 89년에 주현미의 '짝사랑'이 나오기까지 대중 인기를 독차지했다. 90년 '싫다 싫어'로 다시한번 KBS 가요대상을 수상하며 2년 연속 최정상 가수로 입지를 다졌다.
현철은 90년대에만 무려 6년간이나 연속으로 10대 가수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독식한다.98년에 발표된 '사랑의 이름표'는 솔직한 가사와 구성진 트로트 리듬의 곡으로 그 해 한국 여론 설문조사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수' 부분에서 40대와 50대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2002년 발표한 '아미새'는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다세대의 인기곡으로 떠오르며 국민 트로트가수의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철 가요제가 진행돼 진해성, 최수호, 박구윤, 송도현 등이 현철의 명곡으로 대결을 펼쳤고, 이때 현철은 손 편지로 대신 감사의 뜻을 전해 현장을 눈물 바다를 만들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 누리꾼들은 현철 별세 관련 영상에 댓글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히며 함께 슬퍼하고 있다. 현철의 방송 출연은 2020년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에 하춘화와 함께 레전드 가수로 출연한 것이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