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권율은 알 수록 반전인 배우다. 반듯한 외모와 달리 유쾌한 입담을 가진 그는 매 번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배우로서도 마찬가지다. 늘 뻔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종영한 '커넥션'에서 역시 선한 분위기와 상반되는 악역으로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형사 장재경(지성 분)이 갑작스럽게 죽은 고등학교 동창 박준서(윤나무 분)의 죽음을 추적하며 20년 간 이어진 변질된 우정의 전말을 밝혀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권율은 극 중 안현지청 검사이자 고등학교 동창들이 뭉친 이너써클의 브레인 박태진 역을 맡아 악의 축으로 활약했다. 권율은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대 이상으로 '커넥션'으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커넥션'이 최고 시청률 14.2%(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라는 좋은 성적을 얻었고 연기력으로도 호평을 받았으니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 상반기라 큰 기대는 없지만 주시면 잘 받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권율이 분석한 박태진은 자신이 가진 것이 아닌 주변 환경에 대한 자격지심이 큰 인물이다.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으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재벌인 원창호(문성근 분) 원종수(김경남 분)의 지시를 따르며 살아가는 것에 불만을 느낀다. 권율은 "박태진의 본질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우정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있는 철저히 계급화 된 관계가 박태진에게 가장 중요했던 키워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커넥션'에서 박태진의 감정이 가장 폭발하는 장면 중 하나는 10회 PC방 신이다. 이 신에서 전자지갑 비밀번호를 찾는 데 실패하자 박태진은 얼굴에 시퍼런 핏대를 세우며 오윤진(전미도 분)의 목을 조른다. 꽤 초반에 촬영된 이 신에 임하며 권율은 박태진이 자신의 민낯을 보이고 폭주하게 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한다.
"김문교 감독님이 이 장면을 촬영하고 '권율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됐다'고 이야기했어요. 이 신이 방송되고 주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많았다고 메시지를 보내줬어요."
부드러운 이미지에 꽃미남 같은 외모 때문일까. 권율은 다정다감한 캐릭터도 여러 차례 연기했으나 '싸우자 귀신아' '귓속말' '보이스' 시리즈 등과 같은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할 때 유독 큰 임팩트를 남겼다. 이 때문에 악역 이미지가 고착화 되는 것에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그렇기에 "'커넥션'을 처음 제안받고 더는 악역을 안 하려고 했다"는 권율은 "그럼에도 '커넥션'은 작품이 워낙 좋았고 박태진이라는 입체적인 인물이 매력적이었다. 많은 것을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 덕분에 권율은 곧바로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현재 그는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서도 검사 장현우 역으로 출연 중이다. 그는 "'놀아주는 여자'는 1년 전 찍은 작품이지만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커넥션'과 '놀아주는 여자'를 비롯해 지난해에는 ENA 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에서도 검사 역을 맡았다. 3연속 검사뿐만 아니라 과거 '귓속말'에서는 변호사 캐릭터를 연기했다. 유독 법조계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 그는 "공부를 그렇게 잘한 건 아닌데 왜 이런 배역들이 들어오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제 화법이나 딕션이 고시를 패스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사실 저도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말들에 대해 궁금하긴 하다"고 말했다.
법조인 외에 연기 해보고 싶은 직업군을 묻자 그는 "백수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빈틈도 많고 '킹받는'(열받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특히 슈트 안 입고 싶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널부러져 있지만 정의감 넘치는 역할이 욕심난다"고 바랐다.
2001년 연극 '카르멘'로 데뷔한 권율은 어느덧 23년째 배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2007년 첫 드라마 SBS '달려라 고등어'에 출연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해왔다. 그는 "배우는 필모그래피가 증명한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것은 배우로서 나를 증명해 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단 하나의 아름다움이나 숨 쉴 공간이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한다"고 연기 소신을 밝혔다.
권율이 말하는 '숨 쉴 공간이 있는 캐릭터'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란다. 그는 "대본이나 시놉시스에 적힌 글자 이상으로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배우로서 창작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캐릭터가 좋다. 물론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진 역할이 주어져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올해 권율은 배우로서 더 계속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그는 "근 2년간 예능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올해는 연기적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커넥션으로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서 아직까진 그래도 올해 세운 목표 가깝게 한 발 한 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물론 예능 출연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예능도 내 필모그래피 중 하나"라며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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