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멜로 연기에 자신감이 없었다". 위하준이 그동안 어두운 장르의 작품을 고집해 온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졸업'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많은 칭찬 중에서도 "멜로 잘한다"는 소리가 유독 좋았단다. 고착화된 자신만의 틀을 깨고 나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마친 위하준이다.
위하준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졸업'(극본 박경화, 연출 안판석)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신입 강사 이준호 역을 연기한 위하준은 "매 주말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끝나서 너무 아쉽다"며 "많이 사랑해 주신 팬 분들이 계셔서 큰 보람을 느끼며 마칠 수 있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졸업'은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 이준호의 설레고도 달콤한 미드나잇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대치동에 밤이 내리면 찾아오는 로맨스는 물론 미처 몰랐던 학원 강사들의 이야기까지 현실적으로 그려내 호평받았다. 총 16부작으로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위하준이 연기한 이준호는 한때 '꼴통'으로 불릴 정도로 고등학교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낸 인물이다. 그런 이준호의 인생을 바꾼 이는 서혜진이다. 서혜진이 혼신의 힘을 다해 명문대에 보낸 '대치동의 기적' 이준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 입사에도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삶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었다. 이준호가 대기업 사원증을 내던지고 학원 강사가 되기 위해 대치동으로 돌아온 것. 이런 독특한 서사를 가진 이준호로 분한 위하준은 "대본만 봐도 다르다. 일반적인 멜로 남자 주인공이 아니었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준호는 늘 자기 멋대로 행동해요. 그래서 '금쪽이' 같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너무 통통 튀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판타지처럼 뭐든 다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나약한 모습도 있죠. 그런 준호가 각성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끌렸던 것 같아요."
이런 이준호가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대치동으로 돌아온 이유는 하나였다. 서혜진과 같은 좋은 학원 강사가 되고 싶었던 것. 그 과정에서 이준호는 서혜진을 향한 마음을 자각하고 그에게 직진한다.
사실 위하준에게 제대로 된 멜로는 '졸업'이 처음이다. 그동안 '로맨스는 별책부록' '18어게인' 등에 출연하며 멜로 장르에 도전하긴 했지만 모두 '짝사랑'에 그쳤다. 로맨스를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섬세한 연기로 호평받았으나 '짝사랑'에 그쳐 많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런 그가 '졸업'으로 첫 '쌍방 로맨스'에 도전장을 내밀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위하준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장르적인 연기를 많이 해서 이번에는 기회가 된다면 멜로를 꼭 하고 싶었어요. 그때 딱 '졸업' 제안이 들어왔죠. 이 작품은 판타지랑 사랑 얘기만 하지 않아요. 일과 사랑이 같이 성장하는 공교육 사교육에 대한 메시지를 주기도 하고 작가님께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히 있었어요. 무엇보다 안판석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선택하게 됐어요."
그렇지만 위하준은 흘러가는 대로 연기하려고 했단다. 그는 "뭔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제 서툰 모습이 준호의 표현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리얼한 모습이 나올 수 있던 것 같다"며 "정려원 누나와 호흡도 워낙 좋았고 편해서 예상치 못한 리액션도 많이 나왔다. 그러면서 작품이 잘 나온 것 같다. 굉장히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준호가 점차 학원 강사로 성장했듯이 저도 '졸업'을 하면서 배우로서 배운 게 너무 많아요. 처음에는 부담도 많이 느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준호를 연기하면서 제 부족하고 못났던 모습도 계속 생각났어요. 저도 결국 준호같은 인물이었으니까요.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부정만 했지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벗어나서 스스로한테 솔직해지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걸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첫 '쌍방 로맨스' 도전이었던 만큼 부담감이 컸던 위하준. 하지만 '졸업'이 끝난 뒤 새로운 반응도 많이 들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그는 "'멜로 잘한다'는 말이 되게 듣기 좋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그 말의 무게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며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멜로 연기 자체에 자신감이 없었어요. 배우로서 내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뭘까라는 고민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답이 된 게 액션이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 톤이나 외적인 느낌으로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이번 '졸업'을 하면서 그게 고착화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최악의 악' '오징어게임' 등에서는 굉장히 냉철하고 감정이 절제된 연기를 하다 보니까 답답할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졸업'에서 준호는 이상한 소리도 했다가 싸우기도 했다가 울기도 하죠. 되게 다양한 감정을 표출했는데 이게 어렵기도 했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졸업'으로 위하준의 '로코 얼굴'을 새롭게 봤다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그가 다져온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바탕으로 이번 작품에서 연기력이 폭발했다고 느낀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극 중 11회에서 이준호와 서혜진이 국어 수업 방식을 두고 갈등하는 장면은 방영 직후 SNS에서 꾸준히 재생산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위하준은 해당 장면을 회상하며 "감정이 워낙 세게 부딪히는 장면이니까 대사 생각을 하지 말고 연기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감정과 감정으로 부딪히니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심장이랑 손이 많이 떨렸다"며 "나중에 감정이 막 터져서 멈춘 적도 있었다. 이런 호흡을 느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몰입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만큼 몰입해서 찍은 작품이기에 '졸업'은 위하준의 인생에 있어서도 "칭찬하고 싶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단다. 앞으로도 '졸업'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차근차근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진 위하준이다.
"이번 작품에서 제 연기를 평하자면 70점 정도 주고 싶어요. 처음부터 너무 높은 점수를 주면 성장하는 재미가 없잖아요?(웃음) 사실 스스로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조금 밝은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요. 제가 배우 생활을 10년 정도 했는데 이 시간 동안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고 생각해요. 이제껏 그랬듯이 계속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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