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홍예지는 아이돌 연습생으로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가 절반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사극 2편에 연달아 주연을 맡으며 '규수상'으로 거듭나고 있는 그다.
16일 종영한 MBN 주말 미니시리즈 '세자가 사라졌다'(극본 김지수·박철, 연출 김진만)는 세자(수호 분)가 세자빈이 될 여인(홍예지 분)에게 '보쌈'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조선판 로맨스 코미디로 2021년 방영된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 호흡한 김지수 박철 작가가 다시 뭉쳐 만든 스핀오프다.
홍예지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세자가 사라졌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끝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사실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드라마를 보다 눈물이 많이 나 '아직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구나'를 느끼고 있다"고 종영의 아쉬움을 전했다.
극 중 홍예지는 어의 최상록(김주헌 분)의 고명딸이자 세자빈으로 내정된 최명윤 역을 연기했다. 최명윤은 아름다운 미모와 대비되는 거침없는 언행과 시원한 무술로 반전 매력이 가득한 양반집 규수다. 조신한 의원으로 살아가지만 누구보다 정의와 의리가 넘치며 정해진 운명에 따르기 보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하는 인물이다.
앞서 홍예지는 올 1월 KBS '환상연가'로 사극에 한차례 얼굴을 비쳤다. '환상연가' 마지막 촬영 후 불과 열흘 만에 '세자가 사라졌다'에 투입됐다는 홍예지는 "연달아 사극을 2편이나 할 줄 몰랐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사극에 잘 캐스팅 되는 이유로 '목소리'를 꼽았다.
"사실 ('세자가 사라졌다')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고사했어요. 그런데 다들 '대본을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뀔 거다'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환상연가'랑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정적으로 명윤이 첫 대사가 욕이었는데 당찬 역할을 해보고 싶었죠. 스태프들이 얘기해 준 건데 목소리 톤이 사극이랑 어울린대요. 이를 장점으로 부각했어요."
'환상연가'는 KBS의 2024년 첫 드라마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1%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세자가 사라졌다' 촬영과 '환상연가' 방영이 겹쳤기에 홍예지는 심리적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단다. 슬픔에 잠기기도 했지만 주연으로서 책임감을 다시 짊어졌다. 이때 상대 배우인 수호가 큰 도움이 됐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연달아 주연을 맡으니) 의아해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비판은) 달게 받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했고요. 촬영 초반엔 '환상연가'를 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느껴져 힘들었어요. 또 '환상연가' 반응을 보고 속상하고 아쉬워서 연기하는데 지장이 있었죠. 이때 '세자가 사라졌다' 작가님이 찾아와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수호 선배는 무너질 것 같던 저를 토닥토닥해주신 분이에요. '힘든 게 있다면 속에 담아두지 말고 이야기해라. 그래야 연예계에서 오래갈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숱한 고민과 마음의 생채기를 경험한 홍예지이기에 명윤이는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 홍예지는 "명윤이 대사가 나한테 한다고 생각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너무 몰입한 덕분인지 극중 아버지였던 김주헌을 만날 때면 눈물부터 쏟아졌다고 한다.
"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치고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명윤이의 감정선에 몰입했어요. 대기실에서 김주헌 선배를 보면 눈물이 나는 거예요. 주헌 선배가 진짜 다정하시거든요. 18회에서 '아직 오지 않은 일을 생각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오'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마치 저한테 하는 이야기 같아서요. 명윤이가 생각보다 눈물이 많아 좋은 일에도 마냥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울면서 웃는다'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자기 기분을 오목조목 설명할 줄 아는 친구이기에 부럽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았죠."
4월 진행된 '세자가 사라졌다' 제작발표회에서 수호는 "상견례 프리패스상을 넘어 세자상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 홍예지가 이번 작품으로 얻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일까. 홍예지는 망설임 없이 '규수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추후 '중전상' '왕후상'도 탐난다고 덧붙였다.
"'환상연가' 때도 몰락한 집안이긴 하지만(웃음) 아씨였고 이번 작품에서도 외동딸이었잖아요. 나중엔 중전이나 왕후도 하고 싶어요."
작품에서 수호 홍예지 김민규는 삼각 로맨스를 만들었지만 현장에서 MZ세대 '그 자체'였다고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민규와 연대감을 쌓았고 선배인 수호와 '티키타카'를 만들었다.
"미디어 노출로는 제가 먼전데 연기론 김민규가 먼저예요. 농담으로 '네가 선배다. 내가 선배다' 이러다가 김민규가 '절대 반말은 안 된다' 해서 지금까지 선배님으로 부르고 있어요. 김민규와 요즘 유행을 말하면 수호 선배가 다시 물어보세요. 이런 순수함이 매력이에요. 제 생일이 1월이고 수호 선배 생일이 5월인데 제 생일날 목도리를 주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본인이 갖고 싶은 선물을 어필하셨어요.(웃음) 그래서 와인을 선물했어요. 좋은 추억이죠."
'환상연가'에서 박지훈과, '세자가 사라졌다'에서 수호랑 호흡을 맞춘 홍예지는 각각의 '케미'에 대한 질문에 재치 있는 답변을 전했다. 나이 차이가 덜 나는 박지훈과는 친구 '케미'가 있고 수호랑은 선배 '케미'라는 것.
"두 사람의 매력과 성격이 너무 다르지만 수호 선배는 성격이 잘 맞고 고민을 터놓고 고민을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배 100점' 박지훈은 '친구 100점'이에요. 마치 국어 100점 수학 100점인 느낌이랄까요."
약 1년간 사극에 몰두하다 보니 내면 만 아니라 외면도 사극스러워졌다. 홍예지는 "머리카락을 직접 길렀다"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고도 찰랑찰랑한 생머리를 보여줬다.
"쪽머리를 하다 보니 볼살이 부각돼 얼굴이 동그랗게 나오더라고요. 붓지 않으려고 매운 음식을 최대한 멀리했어요. 또 쪽머리 때문에 두피가 많이 상했어요. 매운 음식, 두피와 맞바꾼 1년이에요. 그런데 전 1년에 2작품은 하고 싶거든요. 올해가 가기 전 다른 작품을 찍는 게 목표예요. 아무래도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 작품을 빠르게 원하는 것 같아요."
홍예지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으로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먼저 드라마 '청와대 사람들'과 '여름방학'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아직 방영 날짜와 채널이 정해지지 않아 잠시 달콤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그는 "요즘 헬스도 하고 날이 많이 더워져 한강에 수상스키도 하러 다닌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 홍예지에게 '세자가 사라졌다'는 40~60대에게 인간 홍예지를 각인한 작품이다. 그는 "은행에 갔을 때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봐 주셨다. 앞으로는 다양한 연령층에 각인되고 싶고 목표다. 20~40대도 알아봐 줄 수 있게 더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끝으로 홍예지는 애정을 둔 명윤이에게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할 테니 과거는 잊고 행복만 하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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