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 논란에 멈춘 '개훌륭', 다시 드러난 전문가 예능의 한계[TF초점]


'개훌륭' 4주 결방…차주 방송 여부도 미지수
앞서 전문가 1인에 의존한 예능들 비슷한 위기 겪어

동물훈련사 강형욱의 논란으로 개는 훌륭하다가 3주 연속 방송되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동물훈련사 강형욱의 논란으로 그가 출연 중인 '개는 훌륭하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프로그램은 4주 연속 결방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사례는 또 한 번 전문가 1인의 권위에 기댄 예능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2 월요일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는 오는 10일도 결방을 확정했다. 지난달 20일부터 4주 연속이다. 이후 방송 여부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한 달 가까이 프로그램이 멈추는 동안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개는 훌륭하다'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건 강형욱의 논란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한 구직 플랫폼에 올라온 강형욱이 운영하는 보듬컴퍼니에 대한 후기글이 조명받으며 강형욱을 둘러싼 갑질 의혹이 번졌다. 폭로의 주요 내용은 강형욱이 CCTV로 직원들을 감시하고 직원들의 메신저 내용도 감시했으며, 일부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미지급하고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일주일 가까이 침묵을 지키던 강형욱은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해명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강형욱과 아내 수잔 엘더는 "CCTV는 감시 용도가 아니었다" "(메신저) 대화들을 엿보는 것이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 (창을 닫고) 나가려고 했는데 아들을 욕하고 조롱하는 것을 보고 눈이 뒤집혔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강형욱의 해명에 재반박하는 이들과 그를 옹호하는 이들이 거듭 등장하며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강형욱을 둘러싼 여론은 엇갈리고 있지만, 이번 논란으로 그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KBS는 별다른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민심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앞서 역사 강사 설민석의 논문 표절 논란으로 그가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들이 종영하거나 휴식기를 가졌다. /설민석 유튜브 영상 캡처

앞서 전문가 예능이 출연자 논란으로 위기를 맞은 사례는 여럿 있었다. 과거 다수의 역사 예능에서 활동했던 스타 강사 설민석은 2020년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돼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로 인해 그가 이끌던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종영하거나 휴식기를 갖게 됐다.

당시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기경량 교수는 페이스북에 "설민석이 가진 능력 밖의 일인데, 방송 미디어가 그의 이름값에 기대어 자꾸 그런 요구를 하는 것 같다. 설민석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지식을 대하는 방송 미디어의 얄팍함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도 비슷한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2022년 12월 방송된 '고스톱 부부' 편에서 아동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며 오은영 박사가 이를 방임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오은영 박사를 비롯한 제작진을 향한 비난과 프로그램 폐지 요구가 빗발쳤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은 2주 동안 결방했고, 이후 오은영 박사가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해명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업계에서도 특정 전문가에 지나치게 기대는 제작진들의 안일함이 이러한 문제를 반복해서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특정 전문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프로그램들은 전문가에게 논란이 발생할 경우 큰 타격을 입고 프로그램 존폐 위기까지 처한다"며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만들 때 특정 인물에 기대지 않고 여러 인물을 발굴해 다양하게 구성해야 이 같은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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