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KBS 주말드라마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효자 콘텐츠로 손꼽혔던 주말드라마는 개연성 없는 전개, 선정적인 소재, 시대착오적인 대사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한 KBS2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극본 김사경, 연출 홍석구)은 시청률 10% 중후반대를 기록 중이다.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전체 회차 중 절반에 가까운 22회까지 방송됐으나 여전히 20%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신사와 아가씨'로 대상을 수상한 배우 지현우와 김사경 작가의 재회로 관심을 모았으나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자극적인 설정과 막장 전개가 가득하다. 여주인공(임수향 분)의 엄마(차화연 분)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딸에게 누드 화보 촬영을 권유하는가 하면 돈 많은 남자와 약혼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이를 거부한 여주인공은 극단적 선택을 하다 기억을 잃게 된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진부한 스토리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두터운 시청층을 보유한 KBS 주말드라마는 '시청률 20%는 깔고 시작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TV 시청률이 이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KBS 주말드라마는 긴 시간 굳건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해왔다. 지현우의 전작인 '신사와 아가씨'(2021)는 최고 시청률 38.2%를 기록했고, 2018년 방송된 유이 주연 '하나뿐인 내편'도 시청률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아름다워'(2022)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하락하더니 이제는 10%를 전전하다 후반에 20%를 겨우 넘기는 상황이 됐다. '미녀와 순정남'의 전작인 '효심이네 각자도생'(2023~2024)은 한때 시청률 11.1%까지 떨어지며 두 자릿수도 위태롭다가 최고 시청률 22.1%로 막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KBS는 차기작에서 변화를 꾀했다. '미녀와 순정남' 후속작으로 선보이는 '다리미 패밀리'(극본 서숙향, 연출 성준해)는 '로맨틱 코미디 대가'로 불리는 서숙향 작가가 집필을 맡는다. '다리미 패밀리'는 3대째 이어오는 청렴세탁소 식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우연히 생긴 돈으로 주름이 펴지고 식구들이 주름 대신 꿈을 다림질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가족 블랙 코미디극이다.
서숙향 작가는 그간 '파스타', '질투의 화신' 등 특유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미니시리즈를 집필해 왔다. 섬세한 필력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빚어내는 서숙향 작가는 공효진에게 '공블리'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주역이기도 하다. 이전 작품들이 주말드라마 감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에 '다리미 패밀리'의 편성 소식이 전해지자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KBS의 이러한 선택은 주말극의 '진부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KBS는 '다리미 패밀리'의 회차도 크게 축소했다. '다리미 패밀리'는 36부작이다. 기존 KBS 주말드라마가 50부작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회차를 대폭 줄인 셈이다. 최근 KBS 내부에서는 주말드라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제작비 절감 차 회차 축소 논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니시리즈 위주로 집필해 온 서숙향 작가의 성향을 반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서숙향 작가가 미니시리즈와 다른 주말드라마 문법에 적응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요한 것은 KBS 주말극은 현재 시청률 부진을 탈피하고 새로움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KBS의 실험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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