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온 이열음에게 'The 8 Show'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단다. 이미 연기로는 말할 것 없는 배우지만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이열음이다.
이열음은 최근 서울 강남구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 극본·연출 한재림)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열음은 자기 손해는 절대 보지 않는 4층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은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 8부작으로 지난 5월 17일 전편 공개됐다.
'The 8 Show'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TV 부문 톱10에 진입한 데 이어 국내 톱10에서는 1위에 올랐다. 또한 공개 2주 차에는 글로벌 톱10 1위에 올랐고 68개국에서 톱10에 랭크됐다. 이열음은 "첫 OTT 도전이었다. 너무 떨려서 반응도 제대로 못 찾아봤다. 근데 주변에서 잘 봤다고 연락이 많이 와서 정말 신기했다. 전 세계 많은 분이 봐주신 거다 보니까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4층은 눈치 100단이자 야무진 기회주의자다. 누구보다 8개의 층을 바쁘게 오가며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가늘고 길게 쇼에서 살아남고자 한다.
시청자들은 4층을 두고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4층은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그 상황 속에 놓인 강자의 편에 최대한 서 있으려고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아래층이든 위층이든 가리지 않고 옆에 붙어 있는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마냥 얄밉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이열음 또한 "처음 해보는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저와는 너무 다른 성향이었어요. 너무 텐션이 높고 적극적으로 계략도 펼치는데 또 어떻게 보면 순수한 인물이거든요. 4층의 행동이 사회생활이기도 하잖아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면서 속으로는 '내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 이런 부분을 표현한다는 게 조심스럽기도 해서 연기적으로 정말 신경을 많이 쓴 역할이었어요."
이열음은 작품 공개 직후 많은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배우 중 한 명이다. 바로 '이 빠진 연기'와 '뇌전증 연기' 때문이다. 1층(배성우 분)의 계략으로 인해 생니가 다 뽑혀버린 상황에서 발음이 어눌한 연기를 굉장히 실감 나게 해 호평받았다. 또한 갑작스럽게 '뇌전증 발작'을 일으킨 장면에서도 생생하게 표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그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겨 'The 8 Show'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뇌전증이 사실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진짜 환자들에 대한 예의를 가져야 하니까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상황이 웃기게 흘러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외국 환자분들의 기록이나 영상을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원래는 대본에 '발작이 오고 나서 기절한다'고 적혀 있는데 기절하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발작이 완전히 멈추지 않고 여운이 남은 것처럼 보이게 눈을 깜빡거린다거나 정신 차리려고 하는 이런 디테일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이 빠진 장면에서도 발음이 자꾸 인위적으로 나와서 귀여운 척하는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가 빠지면 사람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봤어요. 우리는 상처가 나면 자꾸 건드려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가 빠지면 혓바닥으로 잇몸을 자꾸 건드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혓바닥을 어금니에다가 댄 채로 말했어요. 그랬더니 발음이 정말 잘 새더라고요. 턱은 좀 아팠지만요.(웃음)"
이열음은 4층 역할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길다면 긴 촬영 기간동안 오로지 4층으로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인물이라 연기함에 있어서 어려웠다고 했지만 오히려 싱크로율을 따지면 100%인 것 같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처음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저랑 비슷한 역할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이런 애 아닌데요?'라고 했는데 연기하다 보니까 그 말이 이해됐다"고 설명했다.
"제가 진짜 어릴 때 데뷔했어요. 잘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고 이랬던 과정이 4층을 연기하면서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어렸을 때 그냥 맨몸으로 부딪혀온 현장이나 상황들이 너무 힘들었는데 4층을 보면서 많이 떠올랐어요. 잘하고 싶지만 허우적거리는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부분들이 저랑 4층과 많이 닮아 있던 것 같아요."
이렇듯 매번 열심히 노력해 온 이열음이기에 4층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시청자들은 작품 공개 후 "이열음의 재발견"이라고 호평했다. 이열음은 'The 8 Show'가 '도전의 즐거움을 알려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단다.
"원래 도전하는 걸 무서워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도전의 즐거움을 깨달았어요. 용기도 얻었고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제가 20대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 기간에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 배우는 연기로는 말할 것 없는 배우다'라는 칭찬도 듣고 싶어요. 30대부터는 캐릭터에 여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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