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신선한 스릴러 속 서늘한 강동원[TF씨네리뷰]


이종석, 특별출연에도 강렬한 존재감…29일 개봉

29일 개봉하는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NEW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강동원의 새로운 발견이다. 칼과 총이 아닌 참신한 소재에 의도적으로 혼선을 주는 신선한 스릴러를 택한 그가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갑고 건조한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흑미남'으로 돌아온 강동원의 '설계자'다.

29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영일은 재키(이미숙 분)와 월천(이현욱 분) 그리고 점만(탕준상 분)과 함께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팀 '삼광보안'을 꾸려 일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는 과거 형제처럼 지냈던 팀원 짝눈(이종석 분)의 죽음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짝눈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자신처럼 사건을 사고로 설계하는 거대한 조직 '청소부'의 짓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원(위쪽)은 의뢰받은 청부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설계하는 영일 역을 맡아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갑고 건조한 인물을 연기했다. /NEW

그러던 중 영일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모든 언론과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정치인 주성직(김홍파 분)을 죽여달라는 그의 딸 주영선(정은채 분)의 요청이었다. 하지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설계한 영일과 그의 팀원들에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고 만다.

이로 인해 팀원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영일은 다시 한번 '청소부'를 향한 의문을 품게 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며 홀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홍콩 영화 '엑시던트'(2009)를 원작으로 한 '설계자'는 사고로 조작된 청부 살인이라는 소재를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자의 구도가 아닌, 진실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혼란과 혼돈을 중심으로 신선하게 풀어낸다. 더 나아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청소부'의 실체를 비롯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탕준상 이현욱 이미숙 이동휘 정은채 김신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개성 강한 캐릭터로 등장해 설계자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NEW

물론 주인공이 느끼는 혼란과 혼돈의 끝에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보는 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결말이다. 또한 99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에 영일이 어떻게 사건을 사고로 조작하고 '청소부'를 향한 의심을 키워가는지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변 캐릭터의 서사나 설명이 친절하지 않고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도 든다.

특히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청소부'의 정체를 찾기 위해 집중하다가 끝으로 갈수록 '떡밥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작품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도 든다.

이 가운데 작품을 몰입해서 볼 수 있게 하는 건 배우들의 활약 덕분이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갑고 건조한 인물을 만난 강동원은 주로 대사보다는 낮은 음성과 깊은 눈빛 등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드러낸다. 특히 예기치 못한 변수를 시작으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다.

짝눈으로 분한 이종석을 비롯해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 김신록 정은채 이동휘 등이 열연도 돋보인다. 강동원과 '흑백 대비'를 이룬 이종석은 특별출연 그 이상의 분량을 책임지고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미숙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인물의 삶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발산한다. 월천 역의 이현욱은 짙은 화장과 화려한 스타일링을 소화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9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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