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천우희에게 연기란 '깃발 꽂기'였다. 항상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는 만큼 'The 8 Show' 또한 정복해야겠다는 목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매번 어렵고 힘든 연기지만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는 천우희다.
천우희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 극본·연출 한재림)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천우희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광기로 투영한 8층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은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 8부작으로 지난 17일 전편 공개됐다.
'The 8 Show'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TV 부문 톱10에 진입한 데 이어 국내 톱10에서는 1위에 올랐다. 천우희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출연했는데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뿌듯하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8층은 돈도 돈이지만 흥미에 이끌려 쇼에 참여한 인물로 파격적인 행동과 비주얼로 시선을 끌고 극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선두에서 이끄는 인물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로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다. 천우희는 이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톤을 바꾸고 최대한 높은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8층이 너무 현실적인 인물이 돼버리면 오히려 혐오스럽거나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캐릭터 적인 모습을 더 살리려고 노력했죠.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지만 극의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또라이' 같은 모습도 있지만 즐겁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8층은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 상황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쇼를 즐기기 시작하고 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난생처음 느끼는 쾌락과 희열을 맛본다. 8층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머지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8층과 갑을관계를 형성했고 8층은 이 모든 상황을 그저 "재밌다"고 표현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천우희는 이러한 8층의 행동에 아무런 의도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8층은 '왜'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에요. 나머지 참여자들과 어떠한 관계도 형성하지 않는 인물이에요. 서사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인물을 어떻게 해야 시청자분들께 납득을 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결국 8층은 아무런 의도가 없는 사람인 걸요. 그래서 재미만을 위한 순수한 본성과 본능을 중점으로 캐릭터에 접근했어요."
'쾌락'과 '재미'를 추구하는 인물인 만큼 8층의 감정 변화도 '극과 극'으로 완전히 나뉘었다. 어떨 때는 쇼를 보며 엄청 재밌다고 미친 듯이 웃다가 또 어떨 때는 참여자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리고 자극적인 걸 접할수록 점점 더 그 끝을 찾고자 했다. 천우희는 이러한 8층의 독특한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연기는 매번 힘들다고 말한 천우희지만 그는 진정으로 작품에 몰입해 즐기고 있었다.
"쉬운 연기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즐거운 연기를 한다고 해서 즐겁지만은 않은 것처럼요. 이 인물이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뭘까라는 고민을 항상 해요. 근데 8층을 연기하면서 감정 변화를 보여줄 때는 고민보다 쾌감이 들 때가 더 많았어요.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8층의 오락가락한 감정 변화가 재밌었고 제가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여러 가지로 시청자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어요."
천우희는 현재 'The 8 Show'와 지난 4일부터 방송 중인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두 작품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는 혼자인 삶이 버거워도 삶과 가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도다해 역을 맡았다.
반면에 'The 8 Show'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캐릭터와 완전히 상반됐다. 색깔이 완전히 다른 천우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여기서 오는 부담감도 상당할 터. 하지만 그는 전혀 없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사실 이런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몇 년 동안 작업했던 결과물이 한 번에 겹쳐서 공개될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시기가 겹친다는 게 오히려 더 좋을 때도 있어요. 다양한 모습을 시청자분들께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니까요. 이번 작품 같은 경우도 아예 장르가 다르고 색깔도 틀리다 보니까 시청자분들이 각각의 반응을 보여주시는데 그 반응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앞서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천우희에게 많은 얼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천우희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연기는 '도전'이었다.
"비슷한 결의 연기를 지금까지 해오다 보니까 변화들이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저는 매번 다른 연기를 해오고 있어요.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아쉬움은 항상 남는 것 같지만 이번 'The 8 Show'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해요. 제 연기가 조금 더 다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던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도 연기를 하면서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해 주고 싶어요. 이런 삶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연기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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