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배우 이동휘의 2024년 봄은 바빴다. 안방극장에선 '수사반장1958'로 향수를 자극했고 극장에선 '범죄도시4'로 대중을 만났다.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해 그야말로 '겹경사'를 맞았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풀어갈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극본 김영신, 연출 김성훈)은 한국형 수사물의 역사를 쓴 '수사반장'의 프리퀄로 박영한 형사가 서울에 부임한 1958년이 배경이다.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 김상순(이동휘 분) 조경환(최우성 분) 서호정(윤현수 분)과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이동휘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수사반장 1958'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근성과 독기를 가진 마이웨이 형사이자 '미친개' 김상순을 연기한 그는 "매일 아침 눈 떴을 때 '수사반장 1958' 방송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설로 남은 작품이기에 '선생님들과 팬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간 다양한 주인공 친구 역할을 했는데 김상순을 보고 '배우로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실존 인물인 김상순 선생님을 참고했고 작가님이 부여한 새로운 설정들을 마치 DNA처럼 맞춰갔어요. 원조 김상순의 팔짱 끼고 탐문하는 모습 등 몸동작을 관찰했고 부각했어요."
현재 최불암을 제외한 원조 '수사반장' 형사 동료들은 작고했다. '수사반장 1958' 마지막 회, 최불암이 특별출연해 동료들의 묘비를 찾는 장면이 담겼다. 이는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고 이동휘 역시 감동받았다고 한다. 아울러 최불암이 김상순 캐릭터 이해에 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최불암) 선생님의 연기를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선생님의 슬픈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고 경례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쏟아냈어요. 실제에서 오는 힘은 분명히 있어요. 선생님이 김상순에 대한 힌트를 많이 주셨는데요. 대본상 '미친개' '물불 안 가리고 뜯는다'라는 설정이 강했지만 '집요' '추적' '빠른 판단력' '예리함' '도출 능력'을 말씀해 주셨어요. 이를 듣고 1960년대 접어들며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갖추려 했죠."
이동휘는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로 4회 '노란 거북이'편을 꼽았다. 영아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박영한이 '에인절 하우스'를 운영하는 고아원 원장을 사건의 배후로 의심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드러난다. 김상순은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밝히며 아이들과 관련된 일에 불같이 화를 낸다.
"김상순은 (모든 일에) 심드렁해서 눈을 절반만 뜨고 있어요. 그런데 자기만의 정의를 가질 때, 동료들과 사건을 해결할 때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땐 눈을 번쩍 떠요. '에인절 하우스'는 김상순의 이야기라 이해하기 명쾌해요. (이 감정은) 8회에서 아이들을 치료하는 장면으로도 연결돼요. 아이들을 봤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거죠."
평소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유명한 이동휘는 연기할 때도 코미디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희열을 느낄 때가 관객들이 자신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웃을 때란다. 그의 코믹스러움은 '수사반장 1958'의 형사 4인방 팀워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제작발표회 때 윤현수는 이동휘를 롤 모델로 꼽았다.
"웃음을 준다는 건 정말 값진 일이에요. '그 사람 참 재밌다'로 남을 때 행복해요. 팀워크에 유머감각이 중요하거든요. 장난치고 분위기를 풀면 좋은 작용이 돼요. 현수한테 열 번 넘게 경고했지만 저를 롤 모델로 한걸 보아 진심인 것 같아요.(웃음) 아, 분명한 건 웃음기가 전혀 없는 역할을 받았을 땐 이 느낌을 아예 지워요."
현재 이동휘는 스크린에서도 열일 중이다. 4월 24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2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이동휘는 '극한직업' 이후 5년 만에 '천만 배우' 타이틀을 또 거머줬다. '범죄도시4'에서 빌런 장동철을 연기한 그는 "'수사반장'에선 착한 역할이라 둘 다 나쁜놈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하며 '동휘적 사고(긍정적 사고에서 비롯된 유행어)'에 입각한 모습을 보였다.
이동휘는 '응답하라 1988'로 인기를 끌었기에 이후 능청스러운 이미지가 굳어졌고 비슷한 역할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에 '변화'가 숙제로 남았고 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 '부라더'와 '범죄도시4'의 마동석과 '수사반장 1958'의 이제훈을 만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런가 하면 디즈니+ '카지노'에서 최민식과 호흡한 건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란다.
"'응답하라 1988' 이후 코미디 대본이 많이 들어왔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동석이 형한테 고민을 털어놓았고 '범죄도시4'가 제작되자 저에게 전화를 주셨어요. 감격스러웠죠. 제훈이 형 역시 제 고민을 공감해 주고 작품에 신경을 써주세요. 최민식 선배를 만난 건 제 인생의 변곡점인데요. 연기를 임하는 자세, 현장의 모습 등을 보며 '무조건 저 배우처럼 성장해야겠다'라는 확신을 가졌어요."
좋은 선배들을 만난 덕분인지 자신 역시 좋은 선배가 되려고 노력 중이라는 이동휘. 아울러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간의 균형을 맞추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다. 배우를 넘어 인간 이동휘로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선배들의 공통점은 '넌 이걸 잘못했다'라는 말보다 기회를 주시는 거예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선배들이 이뤄낸 모습에 따라가려고요.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꾸준히 찍다 보면 '성실하게 해왔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유행에 공식이 있는 상업영화보다 어딘가에 살고 있을법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에 관심이 가요. 그런데 상업적으로 얼굴을 비춰야 독립영화 투자가 용이해지고요. 적절히 밸런스를 맞추며 이런 스탠스를 유지 중이에요."
끝으로 이동휘는 거듭 '천만 배우' 타이틀에 겸손함을 내비쳤다. 여기에 소속사 대표 이제훈의 개봉 예정작 '탈주'를 응원하기도 했다.
"저는 천만 배우가 아니에요. '극한직업'도 그렇고 '범죄도시4'도 옆에 있다가 소위 말해 '얻어먹은 것'이에요. 나서서 천만 배우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저 (영화 '탈주'가) 흥행하길 바라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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