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다채로운 30여 곡, 진심 가득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 한층 더 짜임새 있는 구성 그리고 특유의 관객 배려까지. 임영웅에게 스타디움도 좁아 보였다.
임영웅이 25일에 이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아이엠 히어로 - 더 스타디움)'을 개최했다. 2022년 12월 돔(고척돔 콘서트)에 입성한 지 1년 5개월 만에 스타디움으로 자리를 옮긴 임영웅은 양일간 약 10만 명의 관객들에게 뜻깊은 추억을 선사했다.
공연장 규모가 커지고 관객들이 꽉 들어찬다고 해서 성공적인 공연은 아니다. 그 규모에 걸맞는 연출과 구성 그리고 그 모든 걸 끌고 가는 아티스트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영웅은 넓은 공연장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잘 알았고 또 능숙했다. "더 큰 꿈을 펼쳐보겠다"는 그의 바람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증명한 자리였다.
초대형 공연장인 데다가 장년층 관객이 많다 보니 임영웅은 입구 안내부터 신경을 썼다. 월드컵경기장역사부터 소지한 티켓별로 서측 남측 방향을 안내했고 경기장 곳곳에 현수막은 물론이고 바닥에 색깔별로 안내 라인을 붙여놔 어렵지 않게 공연장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비오는 날 수많은 관객들이 몰렸지만 혼잡하지 않았다.
또 공연장 밖에 종합 안내소 부스는 물론이고 쾌적하게 쉴 수 있는 쿨링 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의무실 부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휠체어 관객 안내 부스까지 별도로 마련하는 세심함이 눈에 띄었다. 부슬비가 오자 모든 관객에 우비를 나눠줬고 MC가 먼저 등장해 일찍 입장한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임영웅의 색깔인 하늘색 옷을 입은 약 100명의 댄서와 함께 무대에 오른 임영웅은 '무지개'로 포문을 열었다. '오늘 하루 어땠었나요 많이 힘들었나요/쉬지 않고 달려왔던 길에서 나와 함께 쉬어가요/그냥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볼까요'라는 가사가 고됐던 한주를 위로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으로 떠나자는 얘기를 하는 듯 했다.
대형 스크린이 걸린 메인 무대를 지나 경기장 중앙에 마련한 무대로 자리를 옮긴 임영웅은 '런던보이'로 발랄한 분위기를 이어갔고 이어진 트로트 장르의 '보금자리' 공연 땐 새로운 편곡으로 중간에 댄스 브레이크 구간을 넣어 흥을 더 쌓았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뒤 임영웅은 "밖에도 많은 영웅시대(팬덤명) 분들이 계신다고 한다. 밖에 계신 분들도 반갑다. 밖에도 2만 명 정도 계시나요?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자리를 꽉 채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날씨가 우릴 막을 순 없다. 촉촉한 감성으로 안전하게만 즐겨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1년 넘게 준비한 공연이다. 제 모든 걸 갈아넣었다"며 "이 다음엔 뭘 해야 하나. 더 큰 공연장에서 해도 가득 찰지 모르겠다. 아 밖에 계신 분들도 있죠? 영웅시대의 한계는 어디일지 앞으로 더 큰 꿈을 펼쳐보도록 하겠다. 어디가 됐건 여러분과 함께라면 겁나는 거 없고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첫인사를 마친 임영웅은 구슬픈 정통 트로트 버전의 '엘리베이터'로 시작해 밝고 가벼운 느낌으로 리메이크해 발표했던 '계단말고 엘리베이터'로 이어가는 재치를 보여줬고 '소나기' '사랑해요 그대를' '따라따라'까지 내달렸다. 가벼운 안무를 더해 관객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달했다.
무대 위에서 재킷을 갈아입은 뒤 "특별히 준비한 순서"라고 소개한 임영웅은 색소폰 연주에 맞춰 '이젠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를 편곡해 불렀고 우주 공간을 연상케 하는 스크린 연출에 돌출 무대로 그 중심에 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불러 월드컵경기장을 단번에 따뜻한 감성으로 채웠다.
다음은 "절대 일어나시면 안 된다.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다. 제가 여러분께 가까이 다가가겠다"며 열기구를 타고 3층 관객석 눈높이까지 올라가 공연장을 한 바퀴 돌면서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를 불렀다.
열기구에서 내려오자 관객들은 일제히 "임영웅"을 외쳤다. 이에 임영웅은 "다리가 좀 후들거린다"고 너스레를 떤 뒤 "열기구가 안전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긴다. 쉽지 않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노래를 부르겠다"며 '바램' 무대를 이어갔다.
포근하고 애절한 신곡 '온기'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온기를 불어넣은 임영웅은 '모래 알갱이' '우리들의 블루스'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을 불러 감동을 이어갔고 이어 흥겨운 트로트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로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신나는 힙합과 댄스곡 'A bientot(아비엔토)'(랩 힙합), 'Do or Die(두 오어 다이)' 'Home(홈)'으로 또 한 번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 임영웅은 마지막 곡 'HERO(히어로)' 그리고 앙코르 곡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서울의 달' '인생찬가'로 공연을 마쳤다.
임영웅은 "늘 기적을 행하는 영웅시대라고 하는데 이게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모두의 힘이 모여 이번 공연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영웅시대 가족 여러분 덕분이다. 대표로 큰절 한번 올리겠다"라며 큰절을 했다. 마지막으로 "여기가 종착역은 아니다. 영웅시대와 또 다른 시작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공연 실황 및 1년여의 준비 과정은 영화로 제작돼 오는 8월 28일 CGV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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