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용두사미 엔딩 된 'The 8 Show' 숨겨진 공신[TF초점]


지적이고 분석적인 7층 役
'코코더' 연주 영상, 조회 수 200만 뷰 돌파

배우 박정민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출발은 굉장히 좋았으나 용두사미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작품을 다 본 후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듯한 박정민의 '코코더'(코로 부는 리코더) 연주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 연출·극본 한재림)가 지난 17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네이버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The 8 Show'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쇼에 참여하게 된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쇼에 참여한 3층(류준열 분)부터 자유분방한 8층(천우희 분), 유일무이한 브레인 7층(박정민 분), 기회주의자 4층(이열음 분),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6층(박해인 분), 불의를 참지 못하는 2층(이주영 분), 평화주의자 5층(문정희 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찾는 1층(배성우 분)까지.

쇼 초반에는 8명의 참가자들 모두 협력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해진 음식을 나눠 먹고 게임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하는 등 '거대한 상금'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참가자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층마다 돈을 벌 수 있는 금액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갑과 을이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는 총 8부작으로 지난 17일 전편 공개됐다. /넷플릭스

결국 참가자들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8층과 힘이 센 6층을 필두로 2개의 조로 나누었다. 약자에 속하는 1층 2층 3층 5층은 그들의 말에 거역할 수 없게 됐으며 목표로 한 상금에 다다를 때까지 피가 튀기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

'The 8 Show'는 많은 걸 숨겨두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덜어낸 것은 참가자들의 서사였다. 3층을 제외한 참가자들이 왜 이 쇼에 참여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한재림 감독은 이걸 마지막 화까지 계속 숨겨두었다. 이로 인해 전개가 루즈해지지 않았고 매회 사건이 발생하다 보니 박진감 넘치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궁금증은 남는다. 참가자들이 가끔 본인의 직업이나 왜 이 쇼에 참여하게 됐는지를 짧게 언급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들의 서사가 밝혀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체 8층은 어떤 사람이길래 '광기' 가득한 모습을 보이는 거고 6층은 왜 이렇게까지 이 쇼에 집착하는지 궁금해진다.

그게 어쩌면 작품의 매력일 수도 있다. 계속해서 다음 화를 보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앞서 언론 시사회를 통해 선공개된 5화까지도 그 점이 매력적이어서 계속 보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용두사미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원성 어린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화에 각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아주 간략하게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 장면에 7층의 입을 통해 숨겨두었으나 이 또한 납득이 될 수준까지 다다르지 않는다.

배우 박정민이 The 8 Show에서 코로 리코더 연주를 했다. /넷플릭스

이런 'The 8 Show'의 부족함을 채운 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특히 박정민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코코더' 연주 장면은 시청자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박정민은 극 중 7층 역을 맡았다. 7층은 참가자들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졌으며 게임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인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쇼의 본질과 개인의 신념이 충돌하며 혼란을 겪는 캐릭터다.

7층은 계속해서 게임을 분석한 결과 시간을 늘리는 원리를 알아냈다. CCTV를 통해 참가자들의 쇼를 지켜보는 이들이 계속해서 쇼를 보고 싶게 만들면 되는 거였다. 결국 그는 장기 자랑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참가자들이 한 명씩 무대 위로 나와 장기 자랑을 펼치는 가운데 7층은 리코더를 꺼내 코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7층의 지적이고 냉혈한 모습과는 달리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정민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 장면이 리트윗(SNS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다시 올리는 일) 만 건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이 X(구 트위터)에 업로드됐고 조회수는 200만을 빠르게 돌파했으며 리트윗 수도 1만 건을 넘어섰다. 시청자들은 "연기 차력쇼다" "박정민 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코로 리코더를 어떻게 저렇게 잘 불지"라고 호평했다.

그 외에도 박정민은 자신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끝까지 숨기면서도 은연중에 표현했다. 게임을 진행하는 참가자들의 열기가 너무 과열되면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으며 강자들의 편에 서서 상황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또한 결정적인 타이밍에 약자들에게 힌트를 줘 그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절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무표정인 얼굴과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말투를 사용해 7층 캐릭터의 몰입감을 더했다.

박정민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The 8 Show'. 하지만 용두사미가 돼버린 엔딩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은 총 8부작으로 지난 17일 전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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