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임수정 PD에게 '여고추리반3'는 책임감이자 도전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정종연 PD가 하차함으로 인해 부담감도 컸지만 그래도 자신 있게 프로그램에 임했다. 오히려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분야에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단다.
임수정 PD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여고추리반3'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무서운 저주가 떠도는 학교로 전학 간 추리반 학생들이 학교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더욱더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어드벤처다. 지난달 26일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여고추리반3'는 지난 20일 기준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전체 예능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시즌 대비 공개 4주 차 누적 시청 UV(이용자 수)가 40% 증가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임수정 PD는 "솔직히 얼마나 잘 된 건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평을 찾아보면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은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21년 1월 첫 시작을 알린 '여고추리반' 시리즈는 '대탈출' '더 지니어스' 등을 연출한 정종연 PD를 필두로 제작됐다.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세계관으로 주목받아 시즌3까지 이어오는 성공적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여고추리반3'는 공개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지울 수가 없었다. 시즌1, 2를 연출한 정종연 PD가 시즌3에서는 하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종연 PD와 함께 지난 시즌을 이끌어온 임수정 PD가 메인 연출을 맡았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정종연 PD 없는 '여고추리반'은 어떨까"하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임수정 PD도 이에 대한 부담감이 없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말 많이 부담됐죠. 하지만 시즌 1, 2를 함께해 온 사람으로서 '여고추리반'이 사라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책임감도 많이 느꼈어요. 근데 제가 시즌1, 2를 이어오면서 많이 배웠으니 시즌3 메인 연출을 맡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누군가에게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시즌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던 것 같아요."
임수정 PD에게 '여고추리반3' 출발이 걱정과 기대로 반반이었던 것처럼 시청자들의 시선도 엇갈렸다. 이전 시즌에 비해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내용이 현실적이어서 좋다는 평도 이어졌다. 임수정 PD는 "지난 시즌이 현실성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만약에 메인을 잡는다면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요소가 뭐가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중에서 청소년 범죄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스포츠 학교라는 배경 안에서 다뤄보고 싶었죠. 학생들의 도박이 스포츠 학교 내에서 일어난다면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임수정 PD의 바람이었다. 그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채팅방도 운영하고 있었다. 채팅방에서 방송을 함께 즐기며 제작진이 숨겨놓은 트릭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면 그저 재밌다는 임수정 PD다.
"제작진이 바뀌면서 시청자분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했어요. 그래서 이야기 말고는 시즌1, 2와 똑같이 가자고 방향성을 잡았죠. 사실 너무 많은 걸 하고 싶었어요. 수학여행도 가고 싶었고 기숙 학교도 차리고 싶었지만 그런 시도는 우선적으로 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시즌1, 2와 비슷한 톤을 유지했어요. 하지만 제가 집중하고 싶었던 '현실성'은 꼭 끝까지 잡고 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매회 시청자분들과 '밀당'(미묘한 심리 싸움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에 비유)하는 기분이에요.(웃음) 이것까지 알려줄까 말까 이런 고민을 되게 많이 하는데 시즌3까지 오니까 이 부분이 재미 포인트로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이러한 반응이 좀 부담스럽고 저희 프로그램의 '옥에 티'(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거나 좋은 것에 있는 사소한 흠)를 찾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그만큼 더 디테일적인 부분을 신경 쓰려고 노력해요."
현재 콘텐츠 시장에는 '여고추리반' 외에도 '크라임씬' '대탈출' '범인은 바로 너' 등 다양한 추리 예능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고추리반'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시즌3까지 올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임수정 PD는 "시청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답을 내렸다.
"저희는 한 시즌을 한 이야기로 끌고 가다 보니까 호흡이 많이 길어요. 한 회차씩 공개할 때마다 시청자분들이 추리하는 영역도 많아지고요. 저희가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그런 재미를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제작했어요. 시청을 하면 할수록 누가 '빌런'인 것 같고 어떤 사건이 펼쳐지는 것 같고 단서들은 이런 게 있었다는 걸 꾸준히 추리하면서 시청자와 출연자가 함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게 저희만의 차별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임수정 PD는 정종연 PD의 부재에도 열정과 프로그램을 향한 책임감으로 시즌3를 완성했다. 아직 모든 회차가 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임수정 PD는 남은 회차를 "소름 끼치는 반전"이라고 표현했다.
"저희가 항상 마지막에는 어떤 '빌런'이 한 일을 얘기하는 게 있는데 그것을 좀 큰 규모로 벌려놨어요.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전 시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달라요. 그 속에서 출연자들이 하는 역할도 매우 크고요. 마지막 회에는 큰 반전도 저희가 심어놨어요. 출연자분들도 정말 상상도 못 하셨어요. 시청자분들도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웃음)"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