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걸그룹 에스파(aespa)가 본인들만의 독창적인 음악과 서사로 '에스파를 정의할 수 있는 건 에스파밖에 없다'는 걸 보여줬다.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는 지난 13일 첫 정규 앨범 'Armageddon(아마겟돈)'의 더블 타이틀곡 'Supernova(슈퍼노바)'를 먼저 공개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에스파의 정규 1집 슬로건을 '나는 나로 정의한다'라고 소개했는데 'Supernova'는 그 말을 증명한다. 음악도 가사도 뮤직비디오도 기존의 다른 것에 포함되지 않는 특별함을 지닌다.
'Supernova'는 무게감 있는 킥과 베이스 기반의 미니멀한 트랙 사운드가 인상적인 댄스곡이다. 몇 차례 변주가 있는데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는 가사에 맞게 분위기를 조금 환기시키는 선에서 아주 매끄럽게 이뤄진다. 몽환적인 저음부터 쨍한 고음까지 다이내믹한 보컬이 미니멀한 사운드를 다채롭게 채운다.
지난해부터 이지 리스닝이 대세인데 에스파는 본인들만의 길을 택했다. 전작인 'Spicy(스파이시)'나 'Drama(드라마)'보다는 확실히 사운드와 곡 전개가 미니멀하고 보컬도 힘을 뺐지만 사이버펑크 느낌으로 에스파 특유의 '쇠맛'을 살렸다. 이전 곡들보다 확실히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구성인데 기존의 이지 리스닝과는 다른 방식이다.
가사도 에스파만의 정체성이 짙다.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사건의 시작을 초신성에 빗대어 표현했는데 '문이 열려 서로의 존재를 느껴 마치 Discord 날 닮은 너 너 누구야' '원초 그걸 찾아 Bring the light of a dying star(브링 더 라이트 오브 어 다잉 스타) 불러낸 내 우주를 봐 봐' 등 가사에서도 특유의 딱딱한 '쇠맛'이 감돈다.
'질문은 계속돼 Ah Oh Ay' '우린 어디서 왔나 Oh Ay'라는 가사가 반복되는데 이 곡의 핵심 메시지이자 에스파가 열어갈 세계관 시즌 2와도 연결된다. 이를 시각화한 뮤직비디오는 현실의 에스파와 다른 세계에서 온 에스파가 교차하고 입만 뻥긋거리는 AI를 등장시켜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이지 리스닝과 더불어 뮤직비디오에 Y2K 요소를 녹이는 게 또 다른 트렌드인데 에스파는 사이버틱한 배경과 의상 등을 통해 오히려 미래로 갔다. 더불어 해외 차트 특히 미국 빌보드를 겨냥해 영어 가사 비중을 늘리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Supernova'는 한국어 가사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에스파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반응도 좋다. 음원차트에서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며 공개 6일 만인 18일 기준으로 멜론 일간차트 4위까지 상승했다. 세계관 시즌 2의 시작을 에스파만의 스타일로 잘 열어젖힌 데다가 대중성까지 갖췄음을 보여주면서 첫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졌다.
에스파가 오는 27일 발매하는 첫 정규 앨범 'Armageddon'은 동명의 타이틀곡 'Armageddon'과 선공개곡 'Supernova'를 비롯해 'Live My Life(리브 마이 라이프)' 'Long Chat (#♥)(롱챗)' 'Licorice(리코리쉬)' 등 다채로운 장르의 총 10곡이 수록된다. 이를 통해 리얼 월드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다중 우주로 세계관을 확장한다.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Long Chat'은 밝은 트랙 사운드가 돋보이는 댄스곡으로 에스파의 통통 튀는 보컬 매력과 시너지를 느낄 수 있다. 또 빈티지한 일렉기타 사운드와 강렬한 트랩 비트가 돋보이는 댄스곡 'Licorice'는 달콤하는 톡 쏘는 매력, 경쾌한 기타 기반의 팝 펑크 'Live My Life'는 청량함을 선사한다.
성공적으로 정규 1집의 포문을 연 에스파는 오는 6월 서울을 시작으로 두 번째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아시아 및 호주 총 14개 도시에서 열리는데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6월 29일, 30일 잠실실내체육관 공연을 비롯해 일본 콘서트가 모두 매진된 것. 이에 에스파는 도쿄돔 2회 공연을 추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도쿄돔 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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