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최근 KBS 드라마가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예능 역시 저조한 성적을 받고 있다. AI를 도입하고 국민 MC 유재석을 데려오는 등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달 25일 KBS는 'KBS 신규 프로그램 라인업 설명회'(이하 '라인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KBS 관계자들은 올 봄 시작하는 총 5개의 예능프로그램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 '2장 1절' '싱크로유' '메이크메이트원'(MAKE MATE 1, 'MA1')' '하이엔드 소금쟁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하이엔드 소금쟁이'를 비롯한 4개의 예능프로그램은 이미 방송을 시작한 상태다.
당시 김동윤 편성본부장은 "지금부터 재도약의 시간"이라며 KBS의 방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 번에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오랜만"이라며 "그야말로 '신상 대출시'다. 트렌디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가는 에너지가 있는 프로그램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 시청층을 50~70대에서 젊은 세대로 옮기는 것이 골자임을 밝혔다. 한경천 예능센터장은 "'MA1'은 시청층 확대를 위한 첫 번째 시도"라며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할 때 관용적이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 시청률을 포기하진 않지만 화제성 측면에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MA1'을 통해 MZ세대를 사로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라인업 설명회'에선 '재도약' '신상' 대출시' '에너지' 등 다양한 단어들이 대거 등장했다. KBS의 자신감이 돋보이고 예능 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직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역부족인듯하다.
먼저 지난달 26일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가 문을 열었다. '더 시즌즈'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명맥을 잇는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2월 '박재범의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최정훈의 밤의 공원' '악뮤의 오날오밤' '이효리의 레드카펫'까지 총 4개의 시즌이 진행된 바 있다. 약 3개월마다 새 시즌이 진행되며 현재 지코가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섰다. 박재범이 세련됨, 최정훈이 감성적, 악뮤가 따뜻함, 이효리가 풍성함을 강조했다면 지코는 '트렌디함'을 키워드로 삼는다.
사실 앞선 시즌들이 시청률과 화제성이 크게 뛰어나지 못했다.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 최초로 시즌제를 도입했다는 점과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시청률은 줄곧 0~1%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유지했다. 지금까지 2%대 회차는 한 번도 없다.
'라인업 설명회'에서 가장 기대가 크다고 강조한 '싱크로유' 마저 부진하다. 5월 10일에 첫 방송한 '싱크로유'는 AI가 만들어낸 싱크로율 99%의 무대 속에서 목소리가 곧 명함인 최정상 아티스트들이 직접 선보이는 환상의 커버 무대를 찾아내는 버라이어티 뮤직쇼다. 유재석을 필두로 가수 이적 육성재 세븐틴 호시 에스파 카리나가 합류해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특히 유재석은 '컴백홈' 이후 3년 만에 KBS 예능에 얼굴을 비췄다는 점과 4세대 대세 걸그룹 에스파 카리나가 첫 지상파 고정 MC가 됐다는 점이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싱크로유'의 첫 방송은 2%다. 시청률이 전부라고 말할 순 없지만 'AI'와 '대세 MC+아이돌의 만남'이라는 키워드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이달 15일 첫 방송한 'MA1'은 KBS가 2017년 제작한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 이후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소속사가 없는 일반 아이돌 지망생 35명이 '데뷔'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과정을 담는다.
틱톡 팔로워 25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부터 아역 배우 출신, 탈북 새터민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무대를 꾸미고 있다. 여기에 그룹 엑소 시우민이 데뷔 후 첫 단독 MC를 맡으며 힘을 보탰다.
앞서 'MA1' 관계자는 지상파 오디션 성공이 쉽지 않다는 점과 KBS 주시청자 연령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송준영 CP 역시 '라인업 설명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이 아님에도 이를 한 번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KBS가 아이돌 오디션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MA1'의 첫 방송 시청률은 0.6%다.
이 밖에도 이달 1일부터 방영 중인 '2장 1절' 역시 좀처럼 화제성을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인기 가수 장민호와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장성규가 시민들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애창곡 '1절'을 완창하면 금반지를 선물하는 모습을 담는 길거리 노래 토크쇼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전아영 PD는 "'해피투게더' '다큐 3일' '6시 내고향' 같은 KBS의 따뜻한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며 유쾌한 사람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아직 16부작 중 3회 밖에 방영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과연 프로그램이 향후 화제성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가운데 '하이엔드 소금쟁이'가 오는 21일 출격을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은 연예계의 소문난 '짠테크' 고수들과 경제 전문가 소비생활 솔루션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소비로그'를 살펴보고 스마트한 소비 노하우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KBS2 '김생민의 영수증' KBS joy '국민영수증'으로 절약 예능이 인기를 끌었던 경험이 있기에 '하이엔드 소금쟁이' 역시 화제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여기에 크게 오른 물가와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관전 포인트로 작용한다.
쏟아지는 예능 그러나 부진한 성적표. 이 상황 속 KBS가 다시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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