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점검②]무대에서 K팝 향기가…'더트롯쇼', '때깔' 다른 이유(인터뷰)


"트로트 가수들이 지속해서 설 무대 만들려고 기획"
"기획 단계부터 K팝 음방처럼 무대 연출하려고 작정"

더트롯쇼가 매주 월요일 약 90분 동안 시청자들을 만난다. 기존의 음악방송이 아이돌 중심이라면 더트롯쇼는 트로트 전문 음악방송이고 트로트 차트도 제공한다. /SBS 미디어넷

트로트는 긴 역사가 있고 오랫동안 국민과 애환을 나눈 장르다. 그러나 일부 장년층의 문화로 밀려나더니 특히 2000년대 들어 아이돌 중심으로 가요계가 재편되면서 변방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 2019년 '미스트롯'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붐이 일었다. 당시 '반짝 인기'일 거라는 시선도 있었다. 이후 5년여가 지났다. 그렇다면 지금의 인기와 입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더팩트>가 트로트 열풍을 되짚고 지속 가능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요즘 트로트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 보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SBS FiL, SBS M '더트롯쇼'다. 그간 많은 이들이 "트로트는 설 무대가 없다"고 하소연했는데 그걸 채워준 게 '더트롯쇼'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촉발한 트로트의 인기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스트롯' 이후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그 스핀오프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화제성은 송가인을 배출한 '미스트롯'과 임영웅 영탁 김호중 이찬원 등을 특급 스타로 만든 '미스터트롯' 때만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인기다. 다만 너나 할 거 없이 비슷한 포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연달아 내놓다 보니 신선함은 확 떨어졌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스타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비롯해 트로트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해도 설 무대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SBS FiL, SBS M은 2021년 트로트 차트쇼 '더트롯쇼'를 론칭했다. 기존의 음악방송이 아이돌 중심이라면 '더트롯쇼'는 트로트 전문 음악방송이고 트로트 차트도 제공한다.

처음 시작할 때 격주로 약 60분 방송했던 '더트롯쇼'는 이제 매주 월요일 생방에 약 90분으로 편성 시간이 늘었다. 가수들과 트로트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SBS FiL, SBS M이 2022년 추가로 내놓은 트로트 전문 정보 프로그램 '더트롯 연예뉴스'와 시너지를 내면서 지속 가능한 트로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더트롯쇼는 단순히 신곡 무대를 쭉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무채색의 무대에 반짝이 의상으로 대표되던 트로트 무대는 더트롯쇼를 거치며 소위 때깔이 달라졌다. /방송 캡처

처음 '더트롯쇼'가 나왔을 때 연출을 맡았고 지금은 책임 프로듀서인 김칠성 PD는 최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서바이벌이 주목을 받고 스핀오프도 있지만 그 다음이 없더라. 신곡을 냈을 때 자기 노래를 부를 무대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장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더트롯쇼'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곡을 내도 주목도가 없고 조명해주는 곳도 없다. 그래서 트로트로만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도 붙이게 됐다. 보통 트로트는 히트곡이 탄생하면 몇 년 가기도 하기에 특정 몇몇 가수가 독식하지 않을까 우려도 했다. 그런데 신곡을 보여줄 장이 마련되니까 그 주기가 짧아지더라. 차트도 무대도 더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트로트는 각 지역 행사 무대가 대부분이라 한 6개월에서 1년 열심히 프로모션을 해야 지방에서 서울로 서서히 인기가 올라온다는 게 정설인데 '더트롯쇼'는 그런 수고를 상당 부분 덜어준다. 더불어 많은 트로트 팬들에게 꾸준히 여러 신곡들을 소개하며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더트롯쇼'는 단순히 신곡 무대를 쭉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무채색의 무대에 반짝이 의상으로 대표되던 트로트 무대는 '더트롯쇼'를 거치며 소위 '때깔'이 달라졌다. MC를 맡은 김희재의 차분하면서도 통통 튀고 맛깔나는 진행은 '더트롯쇼'의 젊은 감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김 PD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무대는 기존 트로트 무대와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트로트는 변화에 소극적인 편인데 우린 K팝 프로를 쭉 해왔던 게 있어서 조명이나 카메라도 K팝 무대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것들을 트로트 무대에도 적용해 퀄리티 있고 색다르게 보여줘야겠다고 기획 단계부터 작정하고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또 "K팝 음악방송과 마찬가지로 생방이지만 사전 녹화도 하는데 오래 활동한 가수 분들은 모니터를 할 때 처음엔 오디오 체크만 하더라. 이전까지 비디오까지 신경을 쓴 무대가 없었던 거다. 익숙해지시면서 크게 만족해 했다. 젊은 가수 분들도 모니터를 하면서 좋아하는데 이럴 때 보람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보이는 부분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가수들의 퍼포먼스도 진화하고 무대 의상도 매우 다양해졌다. 이는 연출진과 가수의 긴밀한 소통의 결과다.

더트롯쇼는 김호중 남진 박서진 박군 조정민 김희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등 수많은 트로트 스타들이 무대에 섰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SBS 미디어넷

김 PD는 "트로트는 페이스 미팅 그런 거 없었다. 매니저와 만나서 어떤 곡 부르겠다고 하면 그게 다였다. '더트롯쇼'는 체계화된 K팝 음악방송 시스템을 차용했다. 사전에 미팅을 해서 곡은 물론이고 무대 의상도 체크를 하고 논의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무대 연출을 한다. 그게 이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더트롯쇼'는 방청을 위해 매 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늘 만석이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도 열광적이다. 가수들 역시 무대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생방이 다 끝난 뒤에 다시 무대에 올라 팬들과 소통을 하기도 한다. 김 PD는 "팬들이 더 적극적으로 즐기시고 가수와도 뭔가 더 끈끈하고 시끌시끌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요약했다.

'더트롯쇼'는 지난 3월 25일 '더트롯쇼 라이벌대전'을 새롭게 선보였고 4월 29일 2회가 방송됐다. 좀 더 풍성한 즐걸거리를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특별 코너로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이처럼 '더트롯쇼'는 트로트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김 PD는 "'더트롯쇼'가 트로트 확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이벌대전'처럼 다양성을 위한 여러 기획들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더트롯쇼 인 재팬'도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다. 또 '드림콘서트 트롯'과 '트롯뮤직어워즈' 외에도 페스티벌 형태의 트로트 축제도 구상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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