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점검①] 누가 반짝 인기래?…지속할 풀&틀 갖춘 5년


'미스트롯'으로 시작해 성대한 트로트 시상식 열리기까지
다양한 연령대 스타 탄생과 이들이 꾸준히 설 무대 마련

2019년 미스트롯이 트로트 열기에 불을 지핀 지 5년이 지났다. 그간 여러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새로운 스타들을 발굴해내고 있다. /각 방송사

트로트는 긴 역사가 있고 오랫동안 국민과 애환을 나눈 장르다. 그러나 일부 장년층의 문화로 밀려나더니 특히 2000년대 들어 아이돌 중심으로 가요계가 재편되면서 변방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 2019년 '미스트롯'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붐이 일었다. 당시 '반짝 인기'일 거라는 시선도 있었다. 이후 5년여가 지났다. 그렇다면 지금의 인기와 입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더팩트>가 트로트 열풍을 되짚고 지속 가능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지난달 '트롯뮤직어워즈 2024'가 성황리에 열렸다. 오랜 트로트 역사에서 처음 열리는 시상식이다. 시상식이라고 하면 손쉽게 아이돌 가수나 톱 배우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 트로트가 그 편견을 넘어 단일 장르로 시상식을 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트로트 신 최고의 축제이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순간이다.

말만 갖다 붙인 시상식이 아니다. 가수 라인업부터 규모를 짐작게 한다. 나열하면 남진 심수봉 태진아 설운도 진성 한혜진 장윤정 금잔디 송가인 김호중 진해성 안성훈 양지은 홍지윤 홍자 김희재 박군 나태주 박서진 은가은 강예슬 강혜연 김의영 조명섭 황민우 황민호 오유진 김태연 28명이다. 그야말로 '트로트 어벤저스' 군단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라인업은 그 어떤 가요 시상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트롯뮤직어워즈 2024'만의 진풍경이었다.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쟁쟁한 가수들의 공연은 물론이고 각 무대에 맞는 맞춤형 연출과 최고의 퀄리티를 낸 음향과 비디오 그리고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축제를 완성했다.

트로트 열풍이 분 지 5년여 만에 트로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 등장했다. 지난달 성황리에 열린 트롯뮤직어워즈 2024다. /SBS 미디어넷

'미스트롯' 열풍에서 트로트만을 위한 성대한 시상식까지

'트롯뮤직어워즈 2024' 개최와 성공은 많은 것을 함의하는데 무엇보다 트로트가 단일 장르로 성대한 규모의 시상식을 열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했다. 제작진은 이미 수년간 꼼꼼하게 시장을 파악하고 니즈를 확인한 뒤 심혈을 기울여 '트롯뮤직어워즈 2024'를 준비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건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열린 '드림콘서트 트롯'이다. 정상급 아이돌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드림콘서트' 트로트 버전으로 1회 때 무려 잠실주경기장을 매진시켰고 2회는 부산 아시아드 보조 경기장이 꽉 찼다. 당시 현장을 찾았을 때 비가 오는 날 야외에서 열렸음에도 열기는 아이돌 콘서트 그 이상이었다.

이를 발전시키고 시상식 시스템으로 체계화한 것이 '트롯뮤직어워즈 2024'고 이는 트로트 역사에 매우 유의미한 족적이다.

시상식 연출진은 <더팩트>에 "몇 년 전만 해도 트로트는 배척당하던 장르였다. 지금은 지위가 다르다. 그래서 그걸 제대로 보여주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트로트가 이 정도야'라는 것, 트로트로만 해도 이런 쟁쟁한 가수들이 있고 모두 모여서 풍성한 무대를 선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트로트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고 가수들이 설 무대도 거의 없었다. 지방 행사를 '빡세게' 돌다가 겨우 조금씩 알려지고 라디오에서라도 곡이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KBS1 '가요무대'가 있지만 출연하는 가수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랬던 트로트가 큰 반전을 맞았는데 바로 2019년 방송한 TV조선 '미스트롯'이 계기였다. 송가인이라는 특급 스타가 탄생하면서 트로트 열기에 불을 지폈고 이듬해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을 비롯해 영탁 김호중 등 막강한 남자 스타들까지 가세하면서 트로트 판이 몰라보게 커졌다.

이후 MBC와 KBS가 '트로트의 민족'과 '트롯 전국체전'을 연달아 내놨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흥행에 성공했다. TV조선은 '미스트롯' 시즌2와 3 그리고 '미스터트롯2' 그리고 스핀오프 프로그램까지 히트시키며 트로트 명가로 자리매김했고 MBN '불타는 트롯맨'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트로트 서바이벌은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고 최근엔 한국과 일본의 트로트 가수들이 펼치는 한일 음악 국가 대항전 '한일가왕전'까지 확장했다.

더트롯쇼(위. 사진은 100회 특집 방송 모습)는 트로트 가수들이 꾸준히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고 더트롯 연예뉴스는 이들의 소식을 집중적으로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SBS 미디어넷

외연 확장하며 내실도 다져..선순환 체계 이뤄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고 여전히 인기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이벤트성이다. 결국은 이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스타들은 물론이고 기존의 가수들과 신인급 가수들이 계속해서 설 무대가 있어야 한다. 무대는 트로트 스타들이 예능에서 활약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고 트로트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2022년 시작한 SBS FiL, SBS M '더트롯쇼'다. 트로트 차트를 제공하고 가수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하는 가수들도 신인부터 대선배 가수들까지 다양하다. 이를 통해 트로트 가수들이 신곡을 내면 각 지역 행사 무대만이 아니라 잘 갖춰진 방송 무대에서 선을 보일 수 있게 됐다.

'더트롯쇼'는 트로트 가수들의 무대를 여러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트로트 공연은 단조로운 꽃장식 무대와 반짝이 의상을 입은 가수가 떠오를 정도로 옛 스러웟다. '더트롯쇼'는 그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놨다. K팝 음악 프로그램에 버금가는 연출로 무채색이던 트로트 무대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

'더트롯쇼' 김칠성 CP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주목을 받는 프로그램 그 다음을 생각했다. 스핀오프도 있긴 하지만 서바이벌에 출연하지 않은 가수들이 설 무대, 자기 노래를 할 만한 무대가 거의 없더라. 수십년 차부터 신인까지 자기 신곡을 부를 수 있는 무대를 아이돌 음악방송 퀄리티로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SBS FiL, SBS M은 '도전! 트롯 라이브'를 시작으로 '더트롯쇼 라이벌대전'까지 다양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트로트를 소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2년부터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더트롯 연예뉴스'다. 한마디로 트로트 전문 정보 프로그램이다. 박군과 강예슬이 MC를 맡아 격주로 다양한 트로트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박군은 <더팩트>에 "전국 어디를 가도 트로트가 빠지질 않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체감한다"며 "이런 때 '더트롯 연예뉴스' 진행을 하게 돼 영광이다. 많은 분들이 힘들고 지칠 때 트로트를 듣고 부르며 희망을 찾는다는 걸 느낀다. 그 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군은 트로트 서바이벌 출신이 아님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더트롯 연예뉴스' 외에도 '박군 밥상차렷'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불고기 밀키트를 출시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비단 박군만이 아니다. 트로트 스타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이처럼 트로트 신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가수들이 꾸준히 설 무대와 이들의 소식을 유익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전문 정보 프로그램 그리고 시상식 등 대규모 행사까지 체계를 구축했다. 트로트 붐이 인 지 5년여 만이고 이는 트로트 인기를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특히 트로트 스타들의 연령대가 어려지는 점은 트로트의 더 큰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미스터트롯' 때 정동원으로 대표되는 10대 트로트 스타는 이제 전유진 정서주 김다현 김태연 오유진 황민우 등으로 풀이 넓어졌다. 쟁쟁한 스타들이 트로트 인기를 끌고 나간다면 신선함과 에너지로 무장한 10대 스타들이 이를 단단하게 뒷받침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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