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2016년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펜타곤으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딘 키노는 이제 홀로서기 발판을 탄탄하게 다졌다. 그룹 내에선 서브보컬과 메인댄스로 활약했지만 이젠 기획 작사 작곡을 모두 아우르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지난해 12월엔 1인 기획사 네이키드(NAKED)를 설립한 그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써 내려갈 첫 페이지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가수 키노의 첫 번째 EP 'If this is love, I want a refund(이프 디스 이즈 러브, 아이 원트 어 리펀드)'가 2일 오후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됐다. 이에 앞서 키노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사랑의 다양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이를 앨범에 솔직하게 녹여낸 과정을 전했다.
지난해 10월 큐브와 전속계약이 만료되고 멤버들이 흩어지며 팀 활동이 불투명해졌다. 이 가운데 키노는 네이키드를 설립했다. 네이키드는 꾸미지 않은 본연 그대로의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이로써 약 7년간 펜타곤에 속해있던 그는 2024년 솔로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감사함이 제일 커요. 사실 전 늘 자신 있고 성공에 확신이 있었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느꼈거든요. 큰 회사, 큰 팀에서 멤버들과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사랑받다 보니 혼자 나왔을 때 전혀 예상이 안됐어요. 관객이 있어야 (이 감정도) 지속되는 건데 감사하게도 찾아와주셨어요. 멤버들이 보고 싶고 저 혼자 무대를 진행하다 보니 목도 아프더라고요.(웃음) 대신 팬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그룹과 솔로의) 장단점이 확실해요."
키노의 첫 번째 EP 'If this is love, I want a refund'를 직역하면 '이게 사랑이라면 난 환불할래'다. 그는 이별 후 분노부터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순간까지 과정을 담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랑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변화' '위트' '과감한 틀을 깨는 것'을 키워드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변화는 그간 아이돌로 대중에게 접근했다면 솔로인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싶어요. 다만 180도 전환이 아니기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끔 '아이돌 키노'에 기대하는 모습을 완전히 저버리고 싶진 않았어요. 다른 키워드들은 EP 전반적인 콘셉트와 가사를 포괄하고 있어요.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었고 지금 보이지 않는 선을 밟고 나아가는 단계예요. 시도이자 용기죠."
신보에는 타이틀곡 'Broke My Heart(Feat. Lay Bankz)(브로크 마이 허트)'를 비롯해 'Solo(솔로)' 'Freaky Love(프리키 러브)' 'Valentine(밸런타인)' 'Fashion Style(패션 스타일)' 총 5곡이 있다. 이 곡들은 앞서 키노가 언급한 세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타이틀곡에는 '너의 핸드폰이 깨지길 바라' '커플 타투 지울 때 아플 텐데' 등 가사에 솔직함이 묻어있다.
"제목대로 사랑에 상처받고 이별 후 이야기를 과감하게 보여주기 위함이에요. 슬픈 감정뿐만 아니라 '저 친구(옛 연인)가 망했으면 좋겠다' 등 실연의 현실을 위트 있게 풀어내고 싶었죠."
키노는 지난 1월 서울을 시작으로 대만 홍콩 일본을 찾아 'BORN NAKED(본 네이키드) 투어'로 팬들을 만났다. 타이틀곡이 영어 작사인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팬들을 겨냥한 게 아닐까. 그러나 키노는 '영어권을 타겟팅 해야지'와 같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이번 투어에 직접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영어 가사를 선택한 이유는 음악적·장르적 특색과 발음에서 오는 베스트 때문이에요. 또 다른 이유는 진정성인데요. 음악을 공부한 지난 15년 동안 팝을 좋아했어요. (투어 때) 모든 과정에 참여했는데 공연 제목부터 셋 리스트(Set list), 편곡 방향 등을 짰고 일본어 대본도 직접 번역해서 만들었어요. 10년 정도 소속사에서 일본어를 배웠는데 이젠 없어선 안 될 무기가 됐죠."
키노는 앨범에 '솔직함'과 '진정성'을 담기 위해 팬들의 소통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팬들의 댓글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가사와 콘셉트에 적용했다. 그의 작사 작곡 영감은 바로 '팬과 소통'에서 시작된 셈이다.
"(곡의) 방향성은 공감과 진정성이에요. 사랑과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과정들과 느끼는 감정들을 풀어냄으로써 '같은 감정을 느끼네'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죠. 그래서 제 이야기를 포함해 실생활에 영감을 받고요. 'Freaky Love'에선 '과몰입'을 뜻하는 'delulu(델루루)'를 사용했는데요. 팬들이 제 라이브에 'Don't make me delulu(돈트 메이크 미 델루루)'라고 올리는 거예요. 알고 보니 'delusional(착각의, 델루셔널)'의 줄임말이더라고요. 또 '4+4'는 '4+4=8'에서 숫자 8 영어 발음이 ate(에이트)와 비슷해서 쓰는거래요. 재밌어서 저도 캡션에 사용했어요. 생소한 용어들은 팬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사용하는 편이에요."
첫 번째 솔로 앨범이자 팬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긴 이번 앨범이 어떤 색깔로 남기를 바랄까. 그는 '새로움'이라고 답하면서도 '새롭지만 내가 원하던 맛'이라고 추가 설명을 붙였다. 단순히 새로워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한 범주 1부터 100까지를 아우르는 새로움이다. 이 가운데 네이키드를 더 성장하기 위한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네이키드는 엔터테인먼트 혹은 레이블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모든 일을 포함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시도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많이 보일 예정이고요. 아티스트를 모으고 육성할 계획인데 이들이 네이키드 태그라인인 스타일리시하고 트렌디한 또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집합체를 만들면 좋겠어요. 큐브와 펜타곤 울타리 안에 있을 때 큰 사랑을 주셨고 혼자 나왔을 때 불안했는데 해소시켜주셔서 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 인생 첫 EP인데 기대에 충족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즐기고 사랑해 주셨으면 해요. 음악 하고 이야기하며 천천히 오랫동안 잘 흘러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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