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눈물의 여왕'으로 완성한 '죽어야 사는 남자'[TF인터뷰]


퀸즈 그룹 회장 홍만대 役
"김갑수만이 할 수 있는 역할 보여주고 싶어"

배우 김갑수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더팩트>와 만나 눈물의 여왕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F&F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김갑수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사망 전문 배우' '죽어야 사는 남자' 등의 별명이다. 김갑수가 극 중 사망을 해야 작품이 잘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김갑수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즐기고 있었다. '사망 전문 배우'든 다른 수식어든 상관없이 그저 재밌기만 하면 좋다는 김갑수에게서 '진짜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

김갑수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요즘 여기저기서 인사받느라고 정신이 없다. 작품이 잘 되다 보니까 출연자의 입장에서도 기분이 매우 좋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첫 회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순조롭게 출발한 '눈물의 여왕'은 매회 흥미진진한 서사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너지를 발휘해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했고 지난 21일 방송된 14회는 21.6%를 기록했다. tvN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인 '사랑의 불시착' 기록까지 딱 0.1%P 남았다.

이에 김갑수는 "'사랑의 불시착'은 넘어서지 않을까. 이제 두 회차 남았는데 0.1%P 남은 건 따라잡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갑수는 눈물의 여왕에서 홍해인의 할아버지이자 퀸즈 그룹 회장 홍만대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방송 화면 캡처

김갑수는 극 중 홍해인의 할아버지이자 퀸즈 그룹 회장인 홍만대 역을 연기했다. 홍만대는 나이가 들수록 의심이 더 많아지고 사람을 잘 못 믿는 인물이다. 모든 자식을 다 의심하고 있으며 30년 동안 호적에 못 오르고도 곁을 지켜주는 모슬희(이미숙 분)만을 자신의 옆에 둔다.

그러나 모슬희는 퀸즈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홍만대의 곁을 지킨 거였다. 홍만대가 자신을 더 신뢰할 수 있도록 상황을 꾸미고 정성스레 내조했다. 끝내 홍만대가 자신에게 의결권을 주자 모슬희는 자신의 본심을 드러낸 뒤 홍만대에게 악행을 일삼는다. 김갑수는 "홍만대가 모슬희의 행동을 다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마음이 남아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홍만대는 모슬희를 남다르게 생각해요. 사랑이라는 두 글자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감정이지만 아마 사랑이지 않을까 싶어요. 홍만대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찌개 맛을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모슬희니까요. 큰 기업을 운영하면서 받은 상처를 유일하게 위로해 주던 사람도 모슬희고요. 위로받고 싶고 예뻐해 주고 싶고 한 번 더 믿어보고 싶은 그런 애증의 관계. 그게 모슬희랑 홍만대라고 생각해요."

홍만대는 모슬희의 계략에 넘어가 약을 코로 흡입해 의식 불명인 상태로 있게 된다. 그 사이에 모슬희는 퀸즈 그룹에 대한 모든 경영권을 가지고 오려고 한다. 그때 홍만대는 기적적으로 깨어나게 되지만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치매로 인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만 짓기 일쑤였던 홍만대. 그런 그가 홍해인과 마주한 뒤 달라졌다. 그는 홍해인에게 비자금 위치에 대해 힌트를 주거나 약을 먹지 않고 서랍장에 숨기는 등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홍만대가 기억을 잃은 게 진짜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바라봤다. 김갑수는 이런 시청자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홍만대가 기억을 잃은 게 맞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홍만대만 알지 않을까요.(웃음)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대본에다가 지문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림' 이렇게 적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안 써놓고 하니까 연기자가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의 정답은 시청자분들께 맡기려고 해요.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재밌지 않나 싶어요."

사망 전문 배우 김갑수가 눈물의 여왕에서도 죽음 엔딩을 맞이했다. /방송 화면 캡처

그간 김갑수는 '미스터 션샤인' '신데렐라 언니' 등 많은 작품에서 사망 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후 '사망 전문 배우' '죽어야 사는 남자'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그리고 '눈물의 여왕'에서도 퀸즈 그룹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맞이했다. 김갑수는 이러한 수식어가 오히려 재밌단다.

"처음부터 죽는 걸 알고 촬영을 시작하니까 아쉽지는 않아요. 시청자분들이 그런 점을 재밌어해 주시는 것 같아서 저도 좋아요. 작품에서 이유 없는 죽음은 없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임팩트가 있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어요. 죽어도 임팩트가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결국은 김갑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1977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김갑수는 어느덧 데뷔한 지 47년이 지났다. 그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우여곡절도 많았고 슬럼프를 겪은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김갑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러한 시기를 극복해 이제는 연기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자신을 뒤따르는 많은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 그다.

"연기는 아직도 어려워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했기 때문에 제가 쉽게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 데 똑같은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 매번 새로워요. 진짜 힘들어서 못 하겠다 싶은 슬럼프 시기도 왔었는데 돌이켜보면 해결 방법은 없어요. 그냥 지나가게 두어야 해요. 이런 슬럼프 시기를 잘 이겨내면 더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작품은 자기 혼자 만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때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버텨야 해요. 세월이 흐르면서 슬럼프 시기도 지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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