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범죄도시'가 어느덧 네 번째 이야기까지 달려왔다. 이는 배우 겸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마동석의 막중한 책임감과 이보다 더 큰 뚝심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가 24일 스크린에 걸리기 전인 18일, 마동석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이날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액션 영화 프랜차이즈를 또 한 번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을 시작으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시리즈의 시작인 '범죄도시'(2017)는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흥행 TOP3에 올랐다. 그리고 '범죄도시2'(2022)는 1260만 명을, '범죄도시3'(2023)는 1068만 명을 기록하며 '쌍천만' 시리즈가 됐다. 그렇기에 '범죄도시4'를 세상에 내놓는 것에 기대와 부담이 공존했을 터. 이에 마동석은 "늘 손익분기점이 목표"라고 말문을 열었다.
"많은 걸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제작진과 '프랜차이즈가 계속되는 건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하면서요. 너무 좋은 영화지만 잘 안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다음은 하늘의 뜻인 것 같아요. 2편과 3편이 개봉 시기가 어려웠는데 운 좋게 큰 스코어를 기록해서 감사하고요. 저는 4편까지 '범죄도시' 시리즈의 1부라고 생각해요.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5~8편의 대본 작업을 하고 있죠."
그러면서 그는 "(5~8편을) 다 다른 작가들이 쓰고 있어요. 스핀오프의 가능성도 있고요. 마석도도 시간이 지나면서 노련해질 수 있고요"라며 "'이게 '범죄도시'야?'라고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내용도 있고 글로벌한 느낌이 드는 편도 있죠"라고 귀띔했다.
작품은 괴물형사 마석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와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분)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분)와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는 각기 다른 분위기와 능력을 탑재한 메인 빌런을 향해 경쾌하고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마석도의 활약이다. 이번에는 김무열이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로 분해 주무기인 단검을 활용한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액션으로 극의 묵직함을 담당한다.
"김무열은 훌륭한 인성과 연기력을 갖고 있는 배우예요. 식상하지만 정답이죠. 높은 강도의 액션을 소화하면서 연기를 하려면 촬영을 위해서 3개월 정도 준비하는 거로는 부족해요. 평소에도 운동을 많이 해야죠. '범죄도시'는 액션이 가장 큰 아이덴티티니까요. 전편의 빌런들은 사납지만 기술적이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술력과 전투력도 뛰어나야 했어요. 그래서 둘 다 되는 김무열이 필요했고 잘해줘서 너무 감사하죠."
이어 마동석은 1편과 2편에 이어 다시 시리즈에 돌아온 박지환의 활약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이수 역의 박지환은 작품 속 유머의 대부분을 담당하며 마동석과 차진 티키타카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에 마동석은 "장이수에게 유머를 많이 몰아준 건 맞아요. 세월이 지났는데 장이수가 예전과 똑같았다면 식상했겠죠"라고 장이수 캐릭터 구축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제가 아는 암흑가 사람이 있는데 세월이 지나니까 예전만큼 날이 서 있지 않더라고요. 이를 작품에 담고 싶었어요. 마석도와 관련된 인물만 유머가 있거든요. 진짜 악당이 유머와 코미디를 하는 순간 약해져요. 박지환은 이를 부담스러워했는데 너무 훌륭하게 해줬어요. 저희 배우들이 연기도 잘하지만 그 전에 다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제가 이걸 선호해요. 좋은 사람으로부터 좋은 영화가 나와요. 현장이 힘든데 분위기까지 망치는 사람은 제 현장에는 없어요."
대부분 관객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신선함이나 새로움보다는 익숙한 아는 맛을 기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범죄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에 시리즈만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관객들을 꾸준히 사로잡을 수 있는 변주도 고민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반응에 공감한다는 마동석은 "2편 개봉하고 3편 만들 때 단점과 장점을 취합했어요. 3편은 무게감이 가장 떨어졌는데 MZ세대들이 제일 좋아했어요. 다 취향이 있는 것 같아요"라며 "영화를 만들 때 모든 사람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아니라 잘 만들면 그때그때 (타깃층)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좋은 캐릭터와 여러 사건을 잘 연결해서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에요. 어렵지만 도전하고 있죠"라고 강조했다.
'범죄도시'의 시작은 14살 때 복싱을 시작한 마동석이 우연히 '록키'를 보면서부터였다. 당시를 회상한 그는 "알고 보니 프랜차이즈 영화더라고요. 누군가는 욕하고 누군가는 좋아했는데 뚝심 있게 만드는 게 좋았어요"라며 "이를 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꼭 한번 해보고 싶었죠.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또 다른 사람이 다른 장르의 프랜차이즈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14년 전 골방에서 홀로 '범죄도시'를 기획하고 프랜차이즈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마동석의 꿈은 현실이 됐다. 더 나아가 많은 관객을 사로잡으며 한국 영화계에 굵직하고 유의미한 기록을 계속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마동석은 처음의 기획대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유일한 목표이자 바람을 놓치지 않으면서 우직하고 뚝심 있게 나아갈 계획이다.
"저는 범죄물이면서 오락 액션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을 때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든요. 제가 SNS를 하는 이유와도 비슷한데 어떤 분이 제 게시물을 보고 '기분 좋게 출발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이야기가 많이 공감됐어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밌는 걸 보고 싶다면 '범죄도시'를 추천해요. 모든 관객을 사로잡겠다는 게 아니에요. 작게 시작했는데 스코어가 많이 나오니까 규모가 커진 거죠. '범죄도시'는 앞으로도 처음의 목적대로 즐거움을 드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