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멋 부리던 '20대'에서 음악 하는 '40대'로[TF인터뷰]


올해 데뷔 20주년…탄탄한 음악 세계 구축
17일 오후 6시 'Twenty Plenty' 발매

밴드 페퍼톤스가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안테나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는 스스로를 '관록 있는 맛집'이라 불렀다. 단순히 멋을 부리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했던 20대 청년은 어느새 40대 중반에 다다르며 본인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20주년까지 올 수 있던 이유는 페퍼톤스의 음악을 꾸준히 사랑해 온 리스너들과 서로를 향한 끈끈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데뷔 20주년 앨범 'Twenty Plenty(트웬티 플렌티)'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2004년 'A PREVIEW(어 프리뷰)'를 발매하며 데뷔한 2인조 밴드이자 프로듀싱 유닛인 페퍼톤스는 그동안 '공원여행' '행운을 빌어요' 등을 발매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따뜻한 색깔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온 페퍼톤스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던 것 같다"고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밝혔다.

"목표를 정해놓고 20주년이 온 건 아니에요.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나이를 이만큼 먹고 밴드가 20살이 됐네요. 사실 엄청 대단한 일처럼 기념하고 축하를 받는 게 좀 부끄럽고 쑥스러워요."(신재평)

"'관록 있는 맛집'이 된 거 같아요.(웃음) 데뷔하고 홈페이지에 'SInce 2004(신스)' 글자를 적었는데 그 당시에는 좀 웃겼어요. 저희가 몇 년 갈지 불확실했으니까요. 근데 시간이 흘러서 20주년까지 왔네요.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고 감사한 것 같아요."(이장원)

페퍼톤스의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에는 리메이크곡과 신곡 등 다채로운 장르의 트랙이 수록됐다. /안테나

앨범은 CD 1 'SURPRISE(서프라이즈)' 버전과 CD 2 'REWIND(리와인드)'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SURPRISE'에는 잔나비 LUCY 나상현씨밴드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페퍼톤스의 대표곡을 새롭게 재해석한 10개의 트랙이 담겼다. 신재평은 "리메이크 앨범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많은 아티스트분들께서 흔쾌히 해주신다고 하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회사에서 '20주년이니까 20곡을 내보자'라고 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했거든요. 20곡을 다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래서 회사에서 생각한 게 리메이크 앨범이었어요. 사실 걱정이 좀 많았어요. 저희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밴드가 아니라 아는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팀이거든요. 근데 많은 아티스트분들께서 해주시는 걸 보고 저희가 한 음악이 모종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뿌듯함을 좀 느꼈던 것 같아요."(신재평)

"리메이크 앨범을 저희가 관여한 게 없어요. 그래서 일종의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아마 이 음원을 들으시는 분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음반을 통해서 아티스트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직접 인연을 맺으면서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껴요. 저희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신재평)

'REWIND'는 그동안 발매되지 않았던 페퍼톤스의 저장소 속에 담긴 9곡과 지난해 3월 발매한 'Freshman(프레시맨)'의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다. 페퍼톤스는 이 음반을 '패자부활전'이라고 설명했다.

"추억 서랍을 열었죠. 예전에 쓴 노래들인데 발매 당시 경쟁에서 진 노래들이에요. 애착이 정말 많죠. 대부분 10년 넘은 곡들이라서 예전 사진첩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예전에 찍었던 사진이 그 당시에는 못 나왔다고 생각하더라도 지금 와서 보면 너그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옛날 기억으로 남은 소중한 곡들이에요."(신재평)

"옛날 일기장을 들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곡 작업을 하기 위해서 서로 듣고 들려주고 하다 보니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 번에 너무 많은 과거를 들추니까요. 앨범에 실린 곡들보다 더 많은 습작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들이 다 선정되지 않은 데는 제각각의 이유가 있잖아요. 그런 곡들을 다시 꺼내서 얘기하는 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죠. 하지만 그래도 20년 참 괜찮게 쌓아왔구나라는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이장원)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는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더 단단하게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안테나

신재평과 이장원은 19살 때 만나서 23살 때 밴드를 결성했고 24살 때 데뷔를 했다. 그 후 20년의 세월이 흘러 현재 44살이 됐다. 일생의 절반을 함께했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정말 큰 부분으로 자리했다.

"오래 일하면서도 떨어져 나가지 않는 친구가 있는 게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사소한 일로 다툴 수도 있고 같이 지내다 보면 멀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솔직히 장원이랑 저랑 같이 일을 하는 동업자이기도 하니까 부드럽게만 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계속 같은 모습으로 나란히 앉아서 음악 얘기를 하고 또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는 게 친구 잘 만나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너무 고마운 사람이에요."(신재평)

"사실 그냥 멋 부리고 싶어서 밴드를 시작했어요. 둘이 음악을 만들면 좀 멋있지 않을까. '너희 게임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음악 만들어' 이런 느낌으로 시작한 밴드였죠. 즐겁자고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게 감사하면서도 신기해요. 지금은 이게 본업이 됐지만 그때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해요. 저는 멋대로 사는 사람인데 재평이가 저랑 같이 하고 싶은 걸 해줘서 참 고마워요."(이장원)

20주년을 지나오면서 음악 시장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에 비해 장르와 음역대도 정말 다양해졌고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도 넓어졌다. 또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변화의 시간을 모두 지나온 사람으로서 불안할 수도 있고 이를 따라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페퍼톤스는 오히려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더 단단하게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이에요. 플랫폼의 변화에 맞춰서 음악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저희는 오래된 점포 맛집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인 것 같아요. 저희들의 낙관적인 메시지를 담아 음악을 듣는 순간은 신나고 행복할 수 있게. 처음부터 하려고 했던 것들을 꾸준히 지켜나가면서 음악을 할 생각이에요."(신재평)

"저도 숏폼에 어울리는 음악이 뭔지 잘 몰라요.(웃음) 저희는 처음부터 그랬듯이 우리의 독자적인 성격들이 담긴 음악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준비가 됐을 때 좋은 작품을 발매하면 되지 않을까요. 저희의 원동력은 탄탄하게 다져진 리스너 층이에요. 페퍼톤스만의 세계가 구축됐다고 생각해요. 적립식 펀드처럼 적립식 밴드가 돼서 음악을 꾸준히 만들고 싶어요."(이장원)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