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시대가 바뀌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많이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재능'을 찾아내 '성실'하게 실력을 키워 '정직'하게 해나아가야 한다. 말이 쉽지 실천하는 게 어렵다. 이를 우직하게 끌고 갈 '뚝심'과 전체적으로 아우를 '매니지먼트 역량'이 관건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뒷받침돼야 운도 뒤따른다.
그래서 업계가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 최근 더(THE)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김강효 대표다.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저 다섯 요소가 조화를 이뤘다. 특히 요즘은 과거와 달리 매니저 출신 제작자가 사라져가는 추세다. 큰 회사일수록 더 그렇다. 매니저로 잔뼈가 굵은 그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기대하는 이유다.
"요즘 매니저들이 많이 힘들어요. 잘 된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대형 기획사는 이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 정도 빼고 매니저가 만든 회사가 거의 없어요. 친한 매니저 후배들이 '형 꼭 성공해야 한다'고 응원을 많이 해줘요. 제가 잘돼야 앞으로 매니저들이 나아갈 길도 열 수 있고 업계도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김 대표가 언급한 스타쉽은 자신의 전 직장이다. 퇴사할 당시의 직책은 부사장이다. 매니저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를 알고 아울러야 한다. 그런 그의 손을 거친 마지막 아티스트는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외에서 가장 핫한 걸그룹 중 한 팀인 아이브다.
업계의 신뢰와 기대를 한몸에 받는 김 대표의 첫발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1년 한 기획사에 취직해 신인 걸그룹의 로드 매니저를 맡았다. 회사가 트로트 가수 매니지먼트를 시작하면서는 최석준 유지나 강민주의 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두 번 회사를 옮기며 각각 박혜경 그리고 김원준이 결성한 그룹 베일의 일을 맡았다.
그러다 2007년 '이렇게는 매니저 계속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김 대표는 "어리기도 했지만 회사도 나도 발전이 보이지 않았다. 또 다 형들이다 보니까 시키는 것밖에 할 수 없었고 그냥 이대로면 계속 매니저를 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사실 거기서 끝이 났을 지도 모르지만 다시 서울로 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타쉽에서 매니저를 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것. 김 대표는 '책임감을 갖고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끌렸다. 스타쉽에 대표 가수로 케이윌이 있던 때의 일이다. 그가 입사하고 얼마 뒤 걸그룹 씨스타가 데뷔했다.
"씨스타 데뷔가 2010년 6월이에요. 한 달 뒤 제 아들이 태어나서 기억해요.(웃음) 입사할 때 실장을 달았는데 방송이나 언론 관련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디어도 조금씩 내고요. 제작 관련해서 제 의견이 들어가기 시작한 게 몬스타엑스 때부터였다고 생각해요. 팀명도 몬스타 뒤에 제가 엑스를 붙이자고 했으니까요.(웃음)"
몬스타엑스는 스타쉽의 신인 보이그룹으로 데뷔할 멤버를 선정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NO MERCY(노 머시)'를 통해 탄생했다. 당시 김 대표가 Mnet과 긴밀한 협의 끝에 성사시킨 작품이다. 그때부터 김 대표는 매니저의 영역 그 이상의 것들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 속에서 우주소녀와 크래비티 그리고 아이브가 탄생했다.
"돌아보면 씨스타 처음 1위 했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거 같아요. 발품을 파는 노력들이 지금보다 더 반영이 됐었어요. 백화점에 클래식이나 팝이 나오던 시절인데 무작정 찾아가서 노래 틀어달라고 하고 일 끝나면 라디오 돌고 새벽에 동대문 쇼핑몰 가서 틀어달라고 하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또 틀어주긴 하더라고요.(웃음)"
그런 우직함과 성실함은 그의 발길만이 아니라 손길이 닿는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스타쉽에서 약 16년을 일했고 소유-정기고의 '썸' 대상과 아이브 대상까지 이뤄냈다. 케이윌 이후 나온 팀들 모두 연습생 때부터 키워냈다. 이미 다 만들어지고 올라온 팀들을 맡아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스타쉽엔 음악방송부터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트로피가 쌓였다. 김 대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하나도 없던 것들이다. 그가 스타쉽의 성장에 중추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더 노련해지고 안목이 깊어졌다. 성실함에 날개를 단 겪이다.
사실 이쯤 되면 그간 독립의 유혹도 많았을 터다. 또래 매니저들 중에선 이미 독립한 이들이 꽤 있었고 그 중엔 성공해서 큰돈을 벌어들인 이도 있다. 그럴 때도 김 대표는 여전히 스타쉽에서 더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왔다. 김 대표 특유의 우직함이 그의 독립을 늦췄지만 그만큼 더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스타쉽 정도의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있으면 안정적이고 좋죠. 그런데 더 도전할 건 없더라고요. 안주하는 것도 괜찮지 않냐고 스스로에게 얘기를 해봐도 몸이 그게 안 되더라고요. 계속 돌아다니고 찾아다니게 돼요. 또 저를 더 많이 투영한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목마름도 있었고요.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브가 이제 막 글로벌 최정상으로 도약하는 때에 이를 두고 나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런 만큼 김 대표는 더 엔터테인먼트에 자신의 인생을 녹일 계획이다. 자신을 시작으로 직원과 아티스트 모두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정직과 성실이 우리 회사의 첫 번째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더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 그룹을 론칭할 계획인데 그때까지 여유를 부릴 생각은 전혀 없다. SSQ 엔터테인먼트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더 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내기로 한 것. SSQ 엔터테인먼트엔 걸그룹 우아!(woo!ah!)가 소속돼 있고 그의 손길이 닿은 첫 작품이 8일 공개된 싱글 'BLUSH(블러시)'다.
우아!는 실력파 걸그룹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었는데 김 대표의 손길이 닿은 우아!는 '때깔'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김 대표가 연습생부터 발굴해 론칭할 더 엔터테인먼트의 그룹은 과연 어떨지. 김 대표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더 엔터와 SSQ 엔터의 시간은 멈추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정직하게 흐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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