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후드티와 넉넉한 사이즈의 바지를 입은 희재는 스포티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다. 하얀 피부의 희재와 달리 이레는 구릿빛이다. 갈색 워커를 신은 그는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흰 민소매 티셔츠와 검은색 시스루 니트를 걸쳤다. 댄디하고 스타일리시하다. 그 둘이 모여 세븐어스(SEVENUS)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더팩트> 사옥을 찾은 세븐어스 희재와 이레는 이날의 착장과 풍기는 분위기의 차이만큼이나 참 달랐다. 일상이나 취미가 다른 건 물론이고 심지어 좋아하는 음악의 우선순위까지 반대다. 그런데 세븐어스로 뭉치면 개성 있는 두 음색의 매력적인 조화처럼 잘 어우러진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이유다.
1994년생 동갑내기인 희재와 이레는 "우린 다 다르다. 성격 취미 취향 목소리는 물론이고 피부 톤과 옷 스타일까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은 쉴 때예요. 전 밖에서 텐션이 계속 업이 돼있어서 에너지를 다 쓰고 이후엔 말도 없어지고 혼자 쉬면서 다시 에너지를 채워요. 스케줄이 끝나면 바로 집에서 쉬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 이레는 스케줄 이후에 또 친구를 만나서 에너지를 채우는 타입이에요."(희재)
"희재는 스케줄 올 때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와서 의상을 갈아입는데 전 차려입고 가요. 연습 없을 때 스케줄 끝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머리랑 메이크업도 받은 상태인데(웃음) 다음날 스케줄 없을 경우 친구 몇명 소소하게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하면 기분전환이 되거든요."(이레)
이렇게나 다른 두 사람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이미 보이그룹 마스크(MASC)로 함께 활동했다. 희재는 2016년 데뷔 때부터 멤버였고 이레는 이듬해 합류했다. 팀 활동이 많지도 않았거니와 2017년과 2019년 각각 싱글 발매 후 2020년 해체해 두 사람 모두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계기는 두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JTBC '피크타임'이다. 2023년 2월부터 4월까지 방송한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7시'로 출연한 두 사람은 최종 2위에 올랐다.
"사실 마스크 땐 그렇게 친하진 않았어요.(웃음) 다인원이다 보니 심도 있는 대화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피크타임'도 원래 마스크 멤버들 다 같이 나가려고 했는데 그게 무산돼서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때 이레가 혼자서라도 나갈 건데 같이 하겠냐고 묻더라고요. 안 할 이유가 없었고 그때부터 가족보다 더 친해졌죠."(희재)
"전역 후 사실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혼자서라도 도전을 하려고 했었죠. 그때 희재가 막 전역을 하고 팬 분들한테 이벤트로 커버 곡을 하려고 작업실에 모였어요. 그 전엔 내 거 하기도 바빠서 잘 몰랐는데 희재가 노래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피크타임' 같이 하자고 꼬셨어요.(웃음)"(이레)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다. 희재와 이레에게 그 '때'는 함께 하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생각 이상이었고 팬들도 그 조합을 반겼다.
"그때 저희가 회사가 없으니까 제가 운전해서 이레 태워주고 다 자급자족하면서 가까워졌어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는 동료 그 이상의 관계가 됐죠. 아티스트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그러다 보니 배려도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무대에도 반영이 되니까 '피크타임'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희재)
용기를 내고 도전을 한 두 사람은 세븐어스로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7월 첫 싱글 'SUMMUS(섬머스)'로 그 시작을 알렸고 그해 연말 'MIRROR(미러)'를 지나 지난 3월 첫 미니 앨범 'SPRING CANVAS(스프링 캔버스)'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보컬 듀오로서의 팀 정체성을 꽤나 훌륭하게 드러냈다.
"마스크 땐 나이도 어리고 처음이다 보니까 회사가 정해준대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두 번째 기회를 얻었을 땐 가치관도 뚜렷해지고 회사에서 의견도 많이 들어줘서 같이 배를 운항하는 거 같은 느낌이에요. 그렇다 보니 더 책임감이 생기고 뭔가 의견을 내려면 더 준비가 돼있어야 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희재)
"희재와 세븐어스를 하면서 우리와 어울리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고 어떤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잡아가는 거 같아요. 팬 분들이 우리의 음색 합을 좋아해 주시니 감사하고 그래서 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고 발전시키게 돼요. 가수로서 이제 제대로 된 시작인 거 같은 느낌이에요."(이레)
세븐어스는 최근 신곡 'Want You Back(원트 유 백)' 활동을 마치고 국내 팬미팅과 대만 팬콘서트를 하면서 팬들이 보내주는 사랑을 더 깊이 느꼈다. 희재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너무 행복했고 우리의 가능성을 본 자리였다"고, 이레는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는 기준이 조금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은 온전히 세븐어스가 됐다. 두 사람은 "스타일과 취향은 다르지만 우리 팀에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같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각자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것처럼 세븐어스로 음악을 할 때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SPRING CANVAS'의 더블 타이틀곡 'Pretty good(프리티 굿)'이 좋은 예다. 앞선 곡들과 활동을 통해 보컬 듀오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퍼포먼스를 더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세븐어스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조금씩 넓히고 또 탄탄하게 다져나갈 계획이다.
"'피크타임' 끝나고 지금까지 정말 감사함의 순간들이었어요.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고 앞으로 이런 감사함을 갚는 마음으로 해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세븐어스 색깔을 완성하려면 더 많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도전하고 싶고 그걸 잘해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나갈 생각입니다."(희재)
"팬들을 더 자주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곡 수가 이제 좀 많아져서 단독으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됐고 팬들에게 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갈 거예요. 또 음악 뿐만 아니라 듀오로서 매력이 많으니까 우리의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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