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많은 사랑을 받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소설까지 쓰는 시대다. 간단한 문장만 몇 개 입력하면 글은 물론이고 그럴싸한 영상까지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팩트'가 가장 중요한 기사는 어떨까. 화제의 챗GPT로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부터 칼럼 형식의 기사까지 두루 시도해보고 활용도와 한계를 체험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지난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존의 챗봇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AI가 다양한 산업 분야와 생활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논문 작성에도 활용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짧은 문장만 입력하면 영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AI도 출시를 앞뒀다.
인공지능이 이 정도로 진보했으니 저널리즘도 더 이상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다. 이미 세계 유력 언론사들이 스포츠 경기 결과 등 간단하고 단순한 기사 처리에 자동화 알고리즘을 도입했는데 챗GPT는 그 이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정보를 취합하고 의미를 분석하는 등 심화된 기사 작성까지 능히 해내는 것. 이를 연예 기사에 사용해봤다.
GPT-4를 활용해 간단한 기사부터 시도했다. 27일 여러 새로운 기사 자료들 중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이 日 오리콘 이어 빌보드 재팬 차트도 휩쓸었다'는 소식을 택했다. 자료의 내용 중 첫 두 문장을 챗GPT에 입력한 뒤 "기사로 작성해줘"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챗GPT는 순식간에 다섯 문단짜리 스트레이트 기사를 뚝딱 내놨다.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과 달리 리드문(첫 문장)이 상당히 길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는 기사 구성이었다. 여기에 내용을 좀 더 추가하고 싶어 "이 내용을 중심으로 그간의 성과와 기록들을 더해서 기사로 작성해줘"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막힘없이 성과와 의미를 더해 열 문단짜리 기사가 완성됐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고, K-pop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전통적인 K-pop의 매력은 물론, 현대적인 감성과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해 음악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다양성과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한 발 더 나아가 별다른 정보 없이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발매한 앨범들의 판매량 등 성과를 정리해서 기사로 작성해줘"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방탄소년단, 앨범 별 판매량으로 본 K팝 역사상 불멸의 기록들'이란 제목으로 유의미한 이정표라 할 만한 앨범 4장을 꼽아 그 기록과 의미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챗GPT가 꼽은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시작인 데뷔 앨범 '2 Cool 4 School'(2013), 타이틀곡 '피 땀 눈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준 앨범 'WINGS'(2016), 미국 빌보드200 1위에 오른 'LOVE YOURSELF 結 Answer(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2018), K팝 앨범 최초로 400만 장을 넘긴 'MAP OF THE SOUL : 7(맵 오브 더 솔 : 7)'이다.
한계도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뭉뚱그려 들어가기도 한 것. 가령 챗GPT가 만들어낸 기사는 2016년 발매한 앨범 'WINGS(윙스)'를 두고 '발매 첫 해에만 수백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적었는데 이 앨범은 써클차트 기준으로 그해 약 75만 장 판매됐다. 물론 이후 글로벌 인기가 가속화되며 추가 판매돼 100만 장을 넘기긴 했다.
또 챗GPT는 'LOVE YOURSELF 結 Answer'를 'K팝 그룹 최초로 빌보드200 1위에 오르는 역사적 순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물론 이 앨범도 빌보드200 1위를 했지만 그보다 약 3개월 앞서 'LOVE YOURSELF 轉 Tear(전 티어)'로 이미 K팝 최초 빌보드200 정상에 올랐던 바 있다.
다른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제로베이스원의 경우 챗GPT는 실제로 하지도 않은 멤버들의 소감과 포부 그리고 소속사의 자평을 만들어내서 인용했다. 이는 또 다른 기사를 만들어보는 과정에서도 수차례 반복됐다.
그럼에도 챗GPT의 기사 작성 능력은 제법 괜찮았다. 어떤 정보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에 상당한 차이가 생겼고 구구절절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적절하게 요약하고 함축하기도 했다. 특히 보강하고 싶은 대목을 추가로 요청하면 그 부분에 대해 꽤 구체적인 내용을 내놨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여자)아이들이 신곡 'Wife(와이프)' 선정성 논란을 비롯해 멤버들의 건강 문제로 신곡 활동을 제대로 못했지만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기사회생했다'는 내용으로 기사 작성을 요청하자 챗GPT는 간단한 여섯 문단짜리 기사를 완성했다.
이후 ''Wife'가 왜 논란이 됐었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더해줘'라고 입력하자 '이 곡은 결혼 생활과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일부 대중과 비평가들은 가사에서 사용된 일부 표현들이 전통적인 성 역할과 관념을 고수하고, 특히 여성의 역할을 한정짓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등 실제 비판 의견과 근접한 답을 내놨다.
아쉬운 부분과 놀라운 면이 공존했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가 멜론에서 며칠 동안 1위를 하고 있는지 추가해줘'라고 하자 구체적인 날짜나 일수 없이 '1위를 차지한 이후 현재까지도 1위를 지키고 있다'고만 요약하는 반면 '발매 후 49일 만에 역주행하며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유용한 내용을 포함하는 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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