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작곡가 안치행은 K팝의 근간을 지탱하는 가요계 원로 중의 원로다. 70년대 최고 가요 기획사인 안타 프로덕션 대표이자 작곡가로, 지금도 왕성한 노익장을 자랑하며 50여년 째 작곡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38년전 가수 남진과 한 약속을 최근 완수했다.
"아마 85년 무렵이었을거예요. 주현미의 '후회하네' 윤민호의 '연상의 여인'이 한창 히트하던 시기였으니까요. 남진 씨한테 곡을 의뢰받고, 철썩같이 약속을 했는데 38년이 지나서야 지키게 됐네요."
그는 최근 직접 작사 작곡한 두곡을 가수 남진과 진행해 완성했다. 28일(오늘) 첫 음원이 공개되는 '다 내탓이오'와 '목포항 블루스'다. 두 곡 모두 테크노사운드와 블루스 스타일을 장착했다.
안치행은 "가요계의 독보적인 원로 아티스트로 빛을 내고 있는 남진 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열정을 불사르는 다이네믹한 가수"라면서 "그런 레전드 가수에게 뒤늦게나마 못다한 약속을 지키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수들이 보통 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하는데 남진씨는 가사와 멜로디를 완전히 습득한 뒤 무대에서 공연하듯 단번에 녹음을 끝내는 걸 보고 오랜 작곡가 생활을 해온 저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83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그가 오랜 세월 현업 작곡가로 꾸준한 곡 작업을 해온데는 가요계 흐름과 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얼마전까지 그는 70년대 이후 자신의 주요 히트곡들을 국악가수 권미희의 목소리로 새롭게 편곡 제작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앵두'(최헌) '연안부두'(김트리오) 등 그가 작곡한 70년대 히트 명곡들이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에 OST로 리바이벌 소환되면서 존재감이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그의 70년대 대표곡 중 하나인 '오동잎'은 그룹사운드 히식스 출신 故 최헌이 1975년 발표한 솔로 데뷔곡으로 발표와 동시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국민 애창곡이다. 또 84년 나훈아가 발표한 '영동부르스'는 서울 강남 개발의 시대상을 담은 노래다.
그가 쓴 곡 중에는 한 시대를 풍미할 추억의 명곡들이 많다. 영화 '밀수'에 OST곡 '앵두' '연안부두' 외에도 '사랑만은 않겠어요'(윤수일), '오동잎'(최헌) '구름 나그네'(서유석), '실버들'(희자매) '영동부르스'(나훈아) 등 대중에 익숙한 노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작곡가 이전에는 유명 록밴드의 리더 겸 기타 연주자였다. 그가 이끌던 영사운드는 72년부터 75년까지 서울 명동과 소공동의 생음악 살롱인 포시즌스와 오비스 캐빈을 명소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한 중심 그룹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