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전보다 한결 밝아져서 돌아왔다. 텐션도 한층 더 높아졌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작품을 대하는 그의 태도일 것이다. 이번에도 요령 없이 진정성만 가지고 '댓글부대'에 다가갔다. 그리고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배우 홍경이다.
홍경은 25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홍경은 극 중 온라인 여론 조작의 위력을 체감하고 점점 더 빠져드는 키보드 워리어 팹택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홍경이 인터뷰 내내 언급한 단어가 있다면 '자부심'이었다.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는 그다. 홍경은 "안국진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안국진 감독은 홍경의 캐스팅 과정을 언급하며 "우리 집까지 와서 4~5시간 작품에 대해 연구한 것들을 그리고 비전을 보여주는 친구였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홍경은 안 감독을 만나기 위해 꽤 많은 준비를 해갔다. 자신이 맡은 팹택의 분량만 무려 A4용지 두 장이었다. 그는 "난 미팅을 할 때면 감독님의 성향은 어떻고 정작 나는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고 돌이켰다.
"팹택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그리고 어떤 고민을 했었을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여기에 내가 팹택이라면 어땠을지 외적인 것들을 계속해서 설정했죠."
그렇다면 홍경이 바라본 팹택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외로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존재를 어딘가에서 인정받고 싶은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여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홍경은 이 결여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결여된 모습이 있으면 어딘가에 애착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에게는 그게 친구들이었다. 찡뻤킹(김성철 분), 찻탓캇(김동휘 분)에게 그만큼 의미를 뒀을 것"이라며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만큼 존재감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팹택의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극 중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 중 한 명인 홍경은 계속해서 김성철 김동휘화 호흡을 맞추며 '케미'를 자랑했다. 가장 많이 붙어있던 세 사람인 만큼 각자 개성을 지닌 이들이 어떤 호흡을 맞췄을지도 궁금했다.
홍경은 "김성철 형은 워낙 연기를 잘하는 만큼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많이 해오는 배우다. 형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김동휘 배우는 사실 두 번째 만남이다. 확실히 경험치가 있어서 그런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작품은 '댓글'이라는 소재를 내세워 여러 화두를 던진다. 홍경 역시 이 작품을 처음 제안받은 뒤 준비하고 촬영하며 꽤 많은 생각을 했단다. 그는 "사실 댓글을 많이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때 중요한 기준인 것 같다. 다만 분별력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이 아니라 분별력 있게 바라보면서 부족한 건 채워가고 배워가는 것이 내 일이 아닐까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약한영웅 Class 1' '악귀'에 이어 '댓글부대'까지 홍경은 매 작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가 작품에 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홍경은 "어느 날 20대 혹은 지금을 돌아봤을 때 절대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들을 남기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민망하지 않은 나만의 초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할까 봐 두려울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홍경의 마인드가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그는 "이번에 이런 캐릭터를 했으니 다음에 저런 캐릭터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작품에 임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홍경은 "어떤 이야기든 내 가슴을 울리고 궁금증을 자아낸다면 나는 하고 싶다. 그게 영화의 재미인 것 같다. 앞으로도 소중하고 자부심 있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댓글부대'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쳤던 홍경이다. 이를 언급하자 환하게 웃어 보인 홍경은 "명확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였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음에 감사하기 때문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실 '댓글부대'만 자부심을 느끼는 건 아니다. 홍경은 대체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으로 작품 출연을 결정하기 때문에 모든 작품이 이유가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훗날 과거를 돌아봤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홍경이다.
"의미 있는 걸 쌓아가고 싶었요. 지금까지 한 작품들에 이어 곧 나올 차기작 '청설'도 마찬가지예요. 계속해서 부끄럽지 않은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니 저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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