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감독과 제 몫을 충분히 해내는 배우들의 신선한 앙상블이 매력적이지만 다소 허무한 결말로 인해 끝까지 힘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댓글부대'다.
오는 27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대기업의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강명 작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임상진은 취재 후 대기업 만전의 비리 기사를 세상에 내보내지만 한순간에 오보로 낙인찍히고 자신의 기사로 인해 제보자는 죽으며 전 국민에게 질타받는다. 결국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그는 14개월이 지나도 회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다.
그러던 중 임상진은 '기자님 기사는 오보가 아니다. 악플은 전부 만전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공작이다'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발신인은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찻탓캇(김동휘 분). 그는 또 다른 멤버인 찡뻤킹(김성철 분) 팹택(홍경 분)과 함께 여론을 조작했다면서 그동안 세 사람이 벌여온 일을 자세히 들려주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찻탓캇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던 임상진은 복직과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특종을 위해 '팀알렙'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임상진은 자신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었다는 것을 밝힘과 동시에 복직할 수 있는 특종을 잡을 수 있을 까.
작품은 시작부터 신선하게 흘러간다. 과거 인터넷 화면 창이나 SNS 등과 함께 여론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손석구의 내레이션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며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어 임상진의 오보 사건과 '팀알렙'의 활약상이 빠르게 전개된다. 이 가운데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여러 구체적인 사례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하기에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속도감과 신선함으로 무장한 초·중반과 달리 후반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극 중 '100% 진실보다 어느 정도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실제처럼 보인다'는 대사처럼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는데 블랙 코미디 같은 웃픈(웃긴데 슬픈) 풍자극을 선보이겠다는 메가폰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누군가는 묵직한 여운을 누군가는 찝찝함을 안고 극장에 나가게 될 듯하다. 특히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향한 기대감은 잠시 내려놓는 게 편하다.
이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과 '케미'는 이러한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기자로 변신한 손석구는 특유의 여유가 깃든 연기로 극을 이끌고 김성철 김동휘 홍경은 캐릭터 그 자체로서 존재하며 함께 또 따로 굵직한 활약을 남긴다. 스타일부터 말투와 걸음걸이 무엇 하나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움으로 무장한 이들은 여론을 조작하게 된 계기부터 갈등을 빚기까지 누구 하나 더하거나 덜하지도 않게 균형감을 유지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실체를 향한 호기심을 흥미롭고 참신하게, 하지만 끝까지 힘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댓글부대'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9분이다.